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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투병생활 끝내고 왜 이걸 선택했냐고?

[지금은 공정여행 시대 ②] 공정여행 프로그램 개발자 최정규씨

등록|2011.07.12 14:11 수정|2011.07.20 10:52
국제민주연대와 <오마이뉴스>는 세계 거대 여행 사업체들에 돌아갈 돈을 현지인들에게 주자는 취지의 '공정여행'을 널리 알리고자 '지금은 공정여행 시대' 기획 기사를 내보냅니다. [편집자말]

▲ 귀주 여행 프로그램 중 한곳인 쉬까 장각 묘족마을의 전통 공연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다. ⓒ 최정규


공정여행은 1988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우리에게 공정여행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국제민주연대가 처음 시도한 중국 윈난으로의 공정여행을 언론들이 주목하면서부터다.

이미 공정여행을 체험해 본 사람들 중에는 '여행의 본질을 제대로 살린 진짜 여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에게 공정여행은 여전히 낯설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참가하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또한 최근 공정여행이 알려지면서 '무늬만 있고 실속이 없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도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공정여행을 운 좋게 이미 체험한 사람들의 입소문과 이매진피스나 국제민주연대 등과 같은 공정여행 대중화 단체의 노력과 언론 보도 덕분에 공정여행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 덕분에 해외로만이 아닌 국내 공정여행 프로그램도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많이 낯설지만 공정여행이 좀 더 확산된다면, 외국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나 우리 여행문화도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에게 공정여행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을 때 인권 단체인 국제민주연대에 공정여행을 제의해 국내 첫 공정여행을 탄생시켰으며,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모든 프로그램을 개발한 여행기획자 최정규(한신대 중국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씨에게 3년차에 접어든 한국 공정여행의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8일 했다.

2년 투병생활 끝내며 '뭔가 의미있는 일 해보자' 결심

▲ 그가 개발한 공정여행 프로그램들은 중국 소수민족 지역들을 여러차례 드나들며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지라 유사이래 외부인들을 처음 맞이한 지역도 있다고 한다. 귀주 여행 프로그램을 위해 사전 답사 중 찍은 것이다. ⓒ 최정규


- 국제민주연대에 공정여행을 최초로 제의해 국내 공정여행이 시작된 걸로 아는데.
"여행사 직원을 거쳐 여행사 운영, 여행 잡지 편집장, 농촌체험마을컨설팅, 교육여행프로그램기획자 등 여행 관련 일을 10년 정도 해오던 중 병으로 모든 것을 접어야만 했다. 투병 중인 내게 친한 친구가 '공정무역단체 대표인 한 지인이 네팔의 공정무역 커피 생산지 견학을 포함한 공정여행을 만들고 싶어 한다'며 도움을 청했다. 그때 처음 공정여행을 알았다. 프로그램을 만들며 10년 동안 여행관련 일을 해오며 느낀 패키지 여행이나 배낭 여행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공정여행이 대안이란 확신이 들었다.

2년 동안의 투병생활을 끝내며 '1년 정도만이라도 생계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 싶었다. 그때 공정여행이 생각났고, 창립 당시부터 애정을 갖고 있던 국제민주연대에 '올바른 여행 산업 구조를 위한 캠페인성 행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예전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시아 인권투어를 한 국제민주연대에서 바람직한 사업으로 받아들여 국내 공정여행을 시도하게 됐다."

-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그러니까 국내 첫 공정여행은 언제 시작했고, 그동안 몇 차례 진행했나?
"2008년 가을에 5.18기념재단의 사업비지원 공모에 뽑혀서 차마고도 윈난성 소수민족 문화체험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2009년 1월에 국내 최초로 공정여행 일반인 모집을 시도해 2009년 2월에 32명의 참가자와 함께 첫 공정여행(차마고도, 8박9일)을 다녀왔다. 이것이 국내 첫 공정여행이다. 이후 2009년 4월과 7~8월에 2차례의 윈난 공정여행을 진행했는데 이 경험을 토대로 귀주와 내몽골, 티베트 소금마을 공정여행을 진행했다. 이렇게 2011년 2월까지 14차례의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올해는 백두산까지 확대해 제1차 윈난(7월 16일~24일까지 8박 9일)을 시작으로 올 여름 총 15차례의 공정여행을 준비했다."  

- 수십 차례 중국 현지를 오가며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들이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짤 때 무엇을 우선으로 고려하는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우리의 여행경비 지출이 현지인들의 자립경제에 의미 있는 도움이 될 만한 곳, 자연경관이 훌륭하며 체험해볼 만한 문화가 풍부한 장소를 여행지로 우선 선정한다. 거기에 현지인들을 만나 최대한 가까이 어울리며 자연환경, 문화, 종교를 통해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중국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패키지여행이 가장 왜곡된 곳"

▲ 중국 한 소수민족 마을 사람들이다. ⓒ 최정규


▲ 중국 한 소수민족의 마을, 그 살아가는 모습이다. ⓒ 최정규


- 현재 중국 소수민족 관련 프로그램이 대부분인데, 왜 하필 중국, 그것도 소수민족인가?
"중국은 광대한 영토만큼 다양한 문화가 있고 역사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나라지만, 패키지여행이 가장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나라기도 하다. 중국여행상품들의 경쟁으로 초저가 상품 대부분은 불필요한 옵션들과 과다한 쇼핑 등으로 채워지고 제대로 된 여행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여행이 이런 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민족 지역들은 중국 영토에 있지만, 50~100년 전까지만 해도 민족과 문화, 종교 등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지역들이었다. 여러 정치적인 이유들로 중국 영토에 들어왔지만, 아직도 중국 전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족들과는 다른 문화나 풍습 등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만큼 알아가는 재미도 많고 알릴 것도 많다. 또한 문화 종교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데다가 그들의 독자적인 민족 특성들을 없애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소외받고 있기에 누군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여러 조건으로 볼 때 공정여행의 최적지라고 생각한다."

- 공정여행 프로그램에서 어렵거나 아쉬운 점은?
"여행기간의 제약 탓에 좀 더 다양하고 자세한 지역 탐방이 제한되는 것이 아쉽다. 한두 곳의 여행지만 집중적으로 탐방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행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수박 겉핥기식 탐방을 한다면 공정여행의 본질이 흐려진다. 그렇다고 여행기간을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다. 현실 여건상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실속 있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어렵다.

차마고도 티베트 소금마을 프로그램이 있다. 육로로 윈난에서 티베트에 들어갔다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티베트의 소금마을에서 밥 먹고, 현지인들이 직접 담근 술도 마셔보고, 마을에 있는 작은 소학교에 방문하거나 소금밭에서 노동체험을 해보는 등으로 특히 인상 깊었다는 후기가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티베트의 독립운동과 관련하여 중국정부에서 외국인들의 티베트 변경 입경을 금지시키는 바람에 2년째 다시 해보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 공정여행도 계획"

▲ 중국 윈난 프로그램 중 한곳인 리장고성에서 본 옥룡설산과 리장고성의 지붕들이다. ⓒ 최정규


- 공정여행 프로그램 개발 관련하여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중국 소수민족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처음부터 미얀마, 필리핀, 네팔, 베트남, 동티모르 등 아시아 여러 나라까지 계획했기에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현재 중국 소수민족 프로그램은 많이 안정되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한두 곳 정도 더 개발하는 등 좀 더 내실을 다질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여행도 문제점이 많다. 그들이 그런 여행을 원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여행사나 가이드가 그렇게 이끄는 경우도 많다. 이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려주기는커녕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왜곡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공정여행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 공정여행을 이끌면서 힘들 때는?
"기존 여행사들을 이용하면 몸도 편하고 경우에 따라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귀주의 묘족마을이 관광화되면서 외지의 부자 한족이 큰 자본으로 침투하여 대형 고급 호텔을 2년 전에 지었는데, 여행자가 개별적으로 호텔을 이용하면 비싸지만 중국의 여행사와 거래해서 들어가면 묘족들이 운영하는 민박들과 큰 가격 차이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좀 불편하고 허름한 소수민족들이 운영하는 민박(객잔)과 그들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음식들을 먹기에 좀 불편한 점도 없지않아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문화와 풍습, 생활을 배우기도 하고 우리의 문화 등을 알리기도 한다. 즉, 몸은 좀 불편하지만  느끼고 얻는 것이 훨씬 많다. 공정여행의 취지를 알고 참여했으면서도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좀 더 편한 여행을 원하는 참가자들이 어쩌다 간혹 있는데, 그들의 무리한 요구가 좀 힘들게 한다.

- 보람도 많을 것 같다.
"이제까지 해온 여행 중 그 어떤 여행보다 의미 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평가하는 참가자들이 많을 때 기분이 좋다. 그들 스스로 '국제민주연대와 함께하는 공정여행'이란 카페를 만들고 소통하며,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바탕으로 국내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가자들을 초대하는 등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데, 우리의 공정여행 대중화 노력이 건강하고 가치 있는 여행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이 있다.

개인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공정여행에 참가하여, 여행 현지의 맑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봄으로써, 또한 함께 여행한 참가자들과의 소통으로써 힘든 마음을 치료받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참가자들도 많이 만났는데 그런 분들 생각하면 보람이 있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을 때도 기분이 좋다. 그만큼 취지와 프로그램이 좋다는 산 증인 아니겠는가.

- 재미있는 일화도 많을 것 같다.
"여행지에서 재미있는 일들은 워낙 많아 일일이 소개할 수 없다. 다만 의미 있는 일 하나를 소개하자면, 우리가 수익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여행참가 인원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기도 하고 적자가 나기도 한다. 수익이 발생하면 조금씩 적립해서 공정여행 현지의 외부 후원에 의해 운영되는 소수민족 소학교에 학용품을 전달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먼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한테 배운 것이다. 2009년 1월 첫 공정여행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현지인들에게 선물할 것들을 각각 준비해 온 것을 보고 시작해 계속하고 있다.

"일단 참가해 직접 느껴 보세요"

▲ 여행기획자 최정규 ⓒ 이정희


지난 10여 년 동안 여행사에 근무하거나 여행사를 운영했고, 여행 잡지 편집장, 농촌체험마을컨설팅, 교육여행프로그램기획자 등을 한 그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국제민주연대에서 지구촌 공정여행 기획에 매진하고 있다. 수 년전부터 방송과 잡지 등에서 여행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신대 중국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이기도 하다.

다수의 도보관련 여행책 출간에 조언을 하기도 한 그는 <친절한 여행책 1·2권><아주 특별한 가족 여행><기분 좋은 1박 2일-동해안편·서해안편·남해안편·산계곡편>(공저)<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 1001>(공저)<이달의 가볼만 한 곳 100선>(공저)<호젓한 여행지>(공저)<수도권 여행지 베스트 85> 이런 책들로도 많이 알려졌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가하는가?
"비교적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배낭여행이나 패키지여행 등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 기존 패키지여행에 불만이 많지만 배낭여행을 준비하기는 여러 여건상 어려운 분들이 많이 참가하는 편인데, 연령이나 직업, 성별 등 특별한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11세 어린이가 간 적도 있고, 73세 되신 분이 간 적도 있다. 아니 매회 이처럼 나이어 린 참가자와 나이 많은 참가자가 꼭 있다. 초등학교 자녀 셋과 함께 가신 분도 있다. 올 여름 참가자 중 2회 3회 참가한 분들이 1/3/ 가량 되는데, 지난해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내몽골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부가 올해도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윈난 1차(7월 16일~24일 8박 9일)에 신청한 것,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한족 한 분이 참여한 것 등이 인상 깊다." 

- 공정여행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공정여행의 취지가 좋지만 참가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여행프로그램에서 끌렸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참가자 30~40% 정도가 이미 참가한 지인들의 소개로 참가하는 걸 보면 그 말이 빈말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여행은 스스로 직접 느끼며 얻는 그 무언가다. 시간과 돈만 해결된다면 일단 참가해 직접 느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거나 음식 적응이 쉽지 않아 망설인 사람들도 아주 잘 적응한다. 또, 성년이 된 자녀에게 배낭여행을 권하자니 안심이 안 된다는 부모들도 많던데, 대학생들 배낭여행으로도 무척 좋다고 생각한다. 앞날에 여행문화를 이끌어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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