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육감은 적중했다!
기상청 날씨예보 보다 더 정확한 청개구리의 육감
▲ 처마밑에 높이 매달려 큰 비가 올것을 예고하고 있는 청개구리(2011.7.12 구례 간전면 수평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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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개구리 일기예보청개구리가 높이 올라가자 큰비가 내렸다! 기상청 예보는 흐리고 구름이 많이 낀다고 예보 했는데... ⓒ 최오균
문주란 속에 숨어 있던 청개구리 두 마리가 어제부터 거실 유리창 높이 올라가 피신해 있다. 그제(7월 10일)부터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올라가 남부지방에는 비가 잠시 주춤할 거라는 기상청에 예보가 있었다. 실제로 10일부터는 비가 내리는 것이 잠시 주춤하고 일시적인지만 햇빛도 슬쩍 구름사이로 비쳐주기도 했다.
비가 잠시 그친 섬진강은 운해가 지리산 허리에 걸려 끼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진 후 논밭에 물고가 터지고 침수가 되는 등 농가의 피해는 늘어만 가고 있었다. 농부들은 들에 나가 터진 물고를 막으려고 했지만 워낙 물이 세차게 내려 역부족이었다.
▲ 비가 잠시 그친 사이 지리산 허리에 운해게 짙게 깔려 절경을 이루고 있다(7월 10일 구례 섬진강 변) ⓒ 최오균
▲ 큰 비가 내려 물고가 터져 논이 수몰되고 있다(구례 간전면 수평리) ⓒ 최오균
인터넷에서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오늘(7월 12일) 기상청의 구례지방 일기예보는 "오전에 구름 많음, 오후 흐리고 한 때 비"라는 일기예보가 인터넷이 떴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3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구름만 끼고 햇빛이 났다가, 오후에 일시 소나기가 내렸다가 밤에는 다시 비가 갠다고 되어 있었다. 13일에도 역시 구름이 많고 저녁 6시경 한 때 비가 내렸다가 갠다고 예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노고단 등산을 계획하였다. 긴 장마에 갇혀 있다 보니 답답하기고 하고, 노고단 운해도 보고 싶고 원추리가 피었는지도 궁금했다. 기상청의 예보로 보아서는 등산을 하는데 큰 지장에 없고, 또 현지 노고단과 연하천 대피소에 전화를 해보니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 않고 있어 등산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 천장에 높이 매달려 꼼짝 않고 있는 청개구리 ⓒ 최오균
나는 날씨가 좋으면 반야봉까지 갔다가 연하천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고 내려올 요량으로 국립공원 예약센터에 들어가 보니 마침 한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12일 저녁을 연하천 대피소에서 묵기로 예약을 하고 등산배낭을 챙기고 있는데,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날씨가 좋지 않으면 입산을 금지하고 있는데, 입산을 금지한다는 공지사항이 없고 대피소에서는 예약을 받고 있었다.
"여보, 저기 청개구리 안 보여요? 저렇게 높이 올라가 있는 걸 보면 내일 비가 많이 올 것 같아요."
"글쎄, 그런데 기상청 예보는 흐리다고 나와 있어."
"아마, 청개구리 날씨예보가 기상청보다 더 정확 할 거예요. 그러니 등산계획을 포기하는 게 어때요? 잘못하면 청개구리 신세를 지고 말거예요."
"그렇긴 한데 내일 아침까지 좀 두고 보자고."
등산장비를 챙기고 있는 나를 보며 아내는 극구 말렸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서는 청개구리 날씨예보가 기상청보다 정확할 거라는 거였다. 나는 노고단의 운해를 보기 위하여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성삼재로 가는 새벽 4시 출발 첫 버스를 타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처마 밑 유리창에 높이 매달려 있는 청개구리를 보며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청개구리들은 어제 낮까지 거실 베란다에 놓아둔 문주란에 숨어 있다가 오후부터 자리를 옮겨 2m 높이의 처마 끝 유리창에 매달려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녀석들이 저렇게 높이 매달려 있을 때에는 영락없이 큰 비가 내렸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첨단과학을 측정한 기상청 예보를 믿고 나는 내일 새벽 등산을 감행키로 결심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 기상청예보와는 달리 오전에 내린 폭우로 계곡에 물이 불어 바위가 떠내려가며 질풍노도처럼 흘러가고 있다(7월 12일 간전면 수평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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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힘!집중 폭우로 계곡물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청개구리의 육감은 기상청 예보보다 정확하다! ⓒ 최오균
잠을 자다가 나는 오늘(7월 12일) 3시쯤 개울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역시 청개구리 일기예보는 적중했다. 밤중부터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고, 상류에서 떠내려 온 바위들이 굴러 내려가는 소리가 쿵쿵거리며 요란했다. 아내도 잠을 자다가 쿵쿵 소리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았다.
"그거 봐요. 청개구리 날씨 예보가 정확하지 않아요?"
"그렇군. 첨단과학으로 측정한 일기예보 보다 청개구리들의 육감이 더 적중하는 것 같아."
"이래도 등산을 갈 생각인가요?"
"아니, 청개구리들의 경고를 무시하다간 큰 사고 치겠어."
나는 지리산 등산계획을 포기를 하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집중적으로 내린 비로 냇물은 엄청나게 불어가고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천둥 번개를 동반하며 오전 내내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 붓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비였다.
▲ 오전내내 쏟아진 집중 폭우로 계곡물이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 최오균
마당에는 물이 강처럼 고였다. 마당에서 물을 품어내고 있는데 냇물에는 바위가 쉴 새 없이 쿵쿵거리며 떠내려가고 있었다. 파도가 무엇이든지 집어 삼킬 듯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계곡을 할퀴고 지나갔다. 평소에는 잔잔하게 흘러가던 실개천인데 질풍노도와 같이 사납게 변하다니 무서움 증마저 들었다. 내 생전에 이렇게 사나온 개울물을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 순식간에 물에 잠긴 이장님네 콩밭 ⓒ 최오균
사방에서 논밭의 물고가 터져 신작로를 타고 내려왔다. 이장님 네 콩밭도 순식간에 물에 잠기고 말았다. 신작로 위에서 터진 물고 때문에 택배를 온 트럭이 한 참을 서 있다가 겨우 지나갔다.
오후 3시경에 비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쏟아져 내리고 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청개구리는 여전히 높이 매달려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녀석들이 저렇게 매달려 있는 한 큰 비는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인터넷을 열고 지리산대피소 예약센터에 들어가 보니 뒤늦게 입산통제 공지가 뜨고 있었다.
▲ 양동이로 퍼붓듯 집중 폭우가 쏟아 붓고 있다. ⓒ 최오균
"2011.07.12. 12:00부로 산청군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어 지리산국립공원 전 탐방로 통제합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이런 경우에는 미리서 기상청이 예보를 정확히 하여 하루 전에 입산 통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 12시 이전에 도착한 등산객들은 이미 지리산에 입산을 하여 청개구리처럼 어느 바위 밑이나, 대피소에서 꼼짝 못하고 피해 있을 것이다.
"여보, 정말 안 가기를 잘했지요?"
"그러게 말이요. 이게 다 저 청개구리 날씨예보 덕분이네. 앞으로는 기상청 예보보다 청개구리 기상청 예보를 믿기로 했어."
아무리 첨단과학이 발달을 해서 위성으로 구름의 이동을 예측하고, 날씨를 예보를 하지만 청개구리의 육감보다는 정확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청개구리 움직임에 따른 날씨예보를 더 신뢰하게 되었고, 유리창에 높이 매달려 있는 녀석들에게 감사를 드렸다.
녀석들이 아니었더라면 폭우가 쏟아지는 지리산에서 나도 청개구리처럼 처량하게 피신해 있을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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