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백의 연꽃이 짓는 수줍은 미소 ⓒ 서종규
▲ 전남 무안군 일로읍 회산 백련지의 모습 ⓒ 서종규
방죽가에 자리 잡은 원두막에 앉아서 푸르게 넘실대는 연잎을 바라봅니다. 연잎이 바람을 일으켜 보내주는 연꽃의 향기를 맡습니다. 내 몸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냥 앉아서 푸른 연잎이 됩니다. 내 몸이 연잎이 되어 퍼지는 향기를 가득 채웁니다.
▲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은 7월부터 하얀 꽃을 피우는데, 꽃은 일시에 피지 않고 9월 추석까지 석 달 동안 계속해서 피고 진다고 합니다. ⓒ 서종규
▲ 연꽃은 ‘순결’, ‘청순한 마음’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서종규
지난 7월 4일(월) 오후 동료들과 함께 전남 무안군 일로읍 회산 백련지를 찾았습니다. 회산 백련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백련 자생지입니다.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에 위치한 회산 백련지는 일제 강점기 조상들의 피와 땀으로 축조된 저수지였답니다. 대부분의 저수지는 골짜기나 계곡을 막아서 축조하는데, 회산백련지는 평야지대를 삽과 가래로 파서 둑을 쌓아 만든 저수지입니다.
면적은 33ha로 두 개의 저수지가 합하여져 인근 250ha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작물의 젖줄 역할을 하였으나 영산강 하구둑이 건설된 후 풍부한 농업용수가 공급되면서 사실상 농업용 기능을 상실하자 저수지 옆 덕애 부락에 사는 주민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12주를 구해다가 심었답니다.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12마리가 내려와 앉은 모습이 흡사 백련이 피어있는 모습과 같아 그날 이후 매년 열과 성을 다해 연을 보호하고 가꾸었답니다. 그런 정성이 헛되지 않았음인지 해마나 번식을 거듭하여 지금은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도 맑은 꽃을 피웁니다. ⓒ 서종규
장마철 잦은 비개 개인 오후 햇살이 따가운데, 따가운 햇살을 받은 연잎이 더욱 넘실대며 푸름을 품어 냅니다. 그 푸른 잎들을 옆으로 뚫고 올라온 꽃대에 봉우리 지는 하얀 꽃은 너무나 청순합니다. 어떤 봉우리는 넓은 연잎 밑에 다소곳이 피어서 그 순백의 자태를 부끄럽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백련지는 백련을 잘 볼 수 있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연방죽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비롯하여, 방죽가를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는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수상유리온실인 하늘백련 홍보관은 백련의 자태를 본뜬 건축물로 백련지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이집트가 원산지인 백련은 7월부터 하얀 꽃을 피우는데, 꽃은 일시에 피지 않고 9월 추석까지 석 달 동안 계속해서 피고 진다고 합니다. 연꽃은 붉은 꽃을 피우는 홍련이 대부분이고 흰 꽃을 피우는 백련은 매우 귀하다고 합니다.
연꽃은 '순결', '청순한 마음'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지만,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도 맑은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하기도 하고, 나아가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기도 한답니다.
▲ 내 몸이 연잎이 되어 퍼지는 향기를 가득 채웁니다. ⓒ 서종규
▲ 수상유리온실인 하늘백련 홍보관 ⓒ 서종규
작년까지만 해도 입장료를 받았는데 금년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습니다. 연방죽 주변에는 관광지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7월 15일(금)부터 시작되는 2011 무안백련 문화마당을 준비하는 손길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2011 무안백련 문화마당은 7월 15일(금)부터 회산백련지 및 일로읍에서 한 달간 펼쳐지는데 주요행사로는 2011 일로품바 페스티벌, 무안 백련 토요 문화마당, 군민 노래자랑, 품바 마당극, 난타 체험, 천사촌 저자거리 체험, 백련 홍보 판매관 운영 등이 있다고 합니다.
백련지 원두막에서 하루 종일이라도 앉아 백련을 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으면 다가가 백련을 바라보다가 다시 원두막으로 돌아와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백련지를 한없이 바라봅니다. 돌아가자고 재촉하는 동료들을 앉혀놓고 다시 백련의 향기를 몸에 채웁니다.
▲ 커다란 연잎을 흔들자 연잎 하나가 몸을 비틀자 연잎 밑에 숨어 있던 순백의 연꽃이 수줍은 미소를 짓습니다.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로 내려가다가 목포 톨게이트를 막 지나면 일로 나들목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안내판을 따라 20여분 달리면 닿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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