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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입에서 소나기가 내려요

[푸드 스토리13] 콩나물전, 착하고 특별한 별식

등록|2011.07.13 17:16 수정|2011.07.14 10:01
오후가 되니 또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하네요. 종일 내릴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사다놓은 콩나물 다듬어서 이 김에 전이나 또 부쳐야겠군요. 이 음식은 비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인데, 혹시 그새 비 그칠라, 후딱 만들어야겠군요. 어서 주방으로 따라 오세요.

▲ 콩나물전 ⓒ 조을영


주인공인 콩나물을 깨끗이 씻어서 준비해 놓고요. 조갯살은 잘 다져야 하니까 도마에서 곱게 좀 부탁드려요. 저는 채소 준비할게요. 냉장고에 붉은 고추랑 깻잎이 있으니까 이것도 송송 썰어서 넣어보려고요. 어머, 벌써 콩나물 다 씻으셨어요? 그럼 이리 주세요. 소금 넣고 물에다 삶아야죠. 비린내 안 나게 뚜껑 꼭 덮어서요.

요새 오락가락 날씨 때문에 음식 해먹는 것도 참 곤욕이네요. 입맛 없다느니 뭐 새로운 거 없냐느니, 더구나 비오는 날은 가족들이 외출도 안 하다 보니 텔레비전만 붙들고 있고. 그럼 배는 또 왜 그리 자주 고프다고 아우성인지 이리저리 보채는 통에 아주 난감하다니까요. 그렇다고 비오는 날 일부러 장보러 가기도 그렇고. 그럴 때 이렇게 집에 있는 콩나물 넣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도 숭숭 썰어서 전을 만들면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더구나 콩나물전 파는 데가 좀 드물다 보니 별식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콩나물전 재료콩나물과 집에 있는 채소들을 준비한다. ⓒ 조을영


아, 콩나물 삶는 냄새 구수하네요. 다 삶겨졌으면 찬물에다 재빨리 행궈야죠. 그래야 나중에 전을 부쳤을 때 더 아삭아삭 식감이 살아나요. 한 서너 번 물을 갈아가며 주물주물 헹궈야 확실한 식감을 보장 받을 수 있다구요.

콩나물과 궁합이 잘맞는 음식은 선짓국이래요. 단백질은 풍부하지만 비타민C가 없는 선지에 콩나물을 넣어서 그 보충 역할을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음식의 양을 늘릴 때 콩나물을 넣기도 하잖아요. 그걸 응용해서 다이어트 기간엔 콩나물을 다른 음식과 곁들여도 좋아요. 쉽게 말해 콩나물을 먹는 동안 포만감이 생겨서 다른 음식을 좀 덜 먹을 수 있단거죠. 게다가 콩나물은 변비 예방에 효과적인 식이섬유가 잔뜩 들었으니 더 말할 필요 없죠.

어? 초장도 좀 만들어 볼까요? 간장에 레몬즙 한 방울 떨어뜨려서 이리 주세요. 이 음식은 담백하게 즐기는 게 좋으니까 너무 강한 소스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이것저것 막 넣는 소스는 안 어울려요. 상큼한 분위기 줄 정도로면 딱이겠네요.

이제 채소들 송송 썰고 방금 헹군 콩나물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야 해요. 넓은 그릇에 부침가루를 넣고, 물을 적당히 붓고, 좀 전에 썰어둔 채소들과 다진 조갯살을 함께 넣어요. 새우나 햄 같은 게 있으면 다져 넣어도 좋아요. 자, 기름 두른 팬에 반죽을 한 국자 떠 넣어볼까요? 와! 지글지글 난리네요. 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주방 프라이팬 위에서도 한창이군요.

▲ 기름 두른 팬에 부치기 ⓒ 조을영


한 면이 익었을 때 삭 뒤집어서 꾹꾹 눌러가며 부쳐 보세요. 전 속에 머금고 있던 기름이 빠지면서 좀 더 바삭해지니까요. 음~ 냄새 좋네요. 초간장에 찍어서 한입 먹어 볼까요? 콩나물이 이렇게 아삭아삭한 채소였냐 싶으실 걸요. 하긴 저도 처음 먹었을 땐 너무 놀랐죠. 맨날 무쳐먹고 국 해먹던 콩나물을 전으로도 먹다니 하면서요. 오늘 같은 날 먹으면 비가 입안에서 삭삭 내리는 것 처럼 먹는 소리가 더 경쾌하다니까요. 반죽할 때 차가운 사이다나 맥주를 넣으면 좀 더 바삭한 전이 된다구요. 보기에 화사하고 먹는 소리는 사각사각 소나기 소리 같은 콩나물전. 완전 별미네요!

▲ 콩나물전 ⓒ 조을영


▲ 콩나물전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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