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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세계와 소통한다"

[인터뷰] 사재 털어서 무료영상제 개최한 '미친 영상예술가' 정근원 교수

등록|2011.07.13 18:55 수정|2011.07.13 18:55

정근원정근원 춤 ⓒ 정근원


정근원 교수는 영상에 미친 사람이다. IMF 때인 1998년 그녀는 사재를 털어서 무료 영상제를 개최해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교수는 상업영화는 대부분 기획된 상품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 다양한 영상제를 통해서 인간 감성의 획일화를 방지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그런 노력의 하나로 자비를 털어서 IMF하에서도 무료 영상제를 개최한 것이다.

그녀는 영상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인간이 자아를 발견해가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역설한다. 정교수는 지금 학생들이 암기위주공부 때문에 학교라는 감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춘기를 볼모로 잡혀 있다고 비판한다. 학생들에게 여유롭게 사색하고, 명상하며 산책할 시간을 주면 상상력이 가장 풍부해지고 창의력이 최고로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정 교수가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밤을 새워도 즐기면서 준비한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그녀는 교육은 단순히 암기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말 세상을 제대로 보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암기위주교육보다는 상상력, 창의성, 좌우뇌를 다 사용하는 통합교육이 필요한 이 시대에 한국의 교육문제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를 고민하며 지난 7월 12일 정근원 교수를 만났다. 그녀는 지금 청소년 명상문화캠프 준비로 한창 분주하다. 다음은 정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프랑스에서 영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하셨는데 '영상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가? 오늘날 이 분야에 대한 세계적 흐름은 어떤가?
전에 나는 언어 하면 글과 말을 떠올렸지, 영상도 언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데, 그 중에서도 영상은 90% 이상을 담당한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핸드폰 등 미디어가 일상의 환경인 현대인에게 영상은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3D영상은 이미 일반화 되어있고, 홀로그램영상도 일상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이러한 영상의 발전은 단순히 기계적인 발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식의 틀을 변화시킨다. 즉 문명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또 영상은 외부적인 형상으로부터 마음에 떠오르는 심상에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

-  문자세대와 영상세대 간의 구분은 어떻게 하고 또 이 두세대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말해 달라?
문자세대는 대체로 세상을 인간이 만든 개념으로 인식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보다 문화권마다 다른 이념의 틀로 세상을 재단한다. 거기에는 정치, 종교, 철학 등 서로를 구분 지어 무엇이 다른가를 중심으로 세계를 인지한다. 따라서 '사고(思考)'가 중요했고, 이성(理性) 중심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활자의 발명, 특히 금속활자로 많은 책들이 출판되면서 문자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것은 서구산업화와 병행한다.

반면 영상세대는 세상을 볼 때 '개념'이나 '생각' 보다는 '느낌'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영상세대를 이념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도 이러한 문명의 변화와 연관된다. 요새 젊은이들이 선후배나 나이를 무시하고, 예의도 없다는 말은 이런 모든 개념적 구분자체를 이념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것 보다는 공통적인 것을 판단의 근거로 한다. 그러면 인간이란 공통점, 생명이란 공통점, 이보다 더 나아가면 지구가족, 이보다 또 더 나아가면 우주가족의 공통점까지 나아갈 수 있다. 그러면 분리와 구분대신 공동체정신과 친밀감으로 바뀔 것이다.
  
인간이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은 두뇌조건과도 연결된다. 좌뇌는 이성, 합리, 논리적이며, 선(線)적인 정보를 다루어 개념과 연결되어 문자시대를 좌뇌문화라고도 한다. 반면 우뇌는 직관, 감정, 통합, 공간적 정보를 다루어 영상인식과 연관되어 영상시대를 우뇌문화라고 한다. 좌뇌문화가 설명을 길게 하는 서사문화라고 한다면, 우뇌문화는 직관적으로 핵심을 이해하는 인식형태다. 요새 젊은이들이 광고의 카피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문화적 배경과 관련된다.

영상문화는 복사(copy)의 규모와 관련된다. 르네상스시대에 목판화가 같은 영상을 몇 천부씩 제작해 내기 시작하면서, 영상에 서려있던 경외감이 사라졌다. 그 전에는 그림이나 조각은 신이 창조한 세상의 그림자로써 영(靈)적인 기운이 있다고 믿었던 것과 대조된다. 19세기 초 사진이 발명되고 후반기에 영화가 등장하면서 영상에 부여된 이런 영적 아우라는 사라져 버린다.

20세기에 텔레비전이 나타나자 영상은 일상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아직도 영상은 신에게서 특별한 탤런트를 받고 태어난 선택된 사람의 특권으로 이들이 만든 영상을 일반인은 수혜 받는 입장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이제는 디지털 촬영기로 찍은 영상을 컴퓨터로 쉽게 조작하여 자신만의 영상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세계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영상시대가 열렸다. 이 시대의 특성은 영상에 대한 탈신비화로 영상의 민주주의시대다.

학생들이 발표를 하면 동영상과 정지영상, 도표로 개념정의를 시각적으로 정리한, 영상화된 정보들로 이루어진다.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숙제와 발표를 밤을 새가며 즐기면서 한다. 문자적인 개념을 도표라는 영상과 이에 적절한 영상을 활용하면서 좌우뇌를 함께 사용하는 전뇌(全腦)문화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창의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때는 양뇌가 똑같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에 상상력이 가장 풍부해지는 것과 연관된다. 지능을 중시하던 좌뇌문화에서 감정적인 느낌이 발달되는 우뇌문화에서 이제는 좌우반구를 함께 사용하여 고도로 통합된 두뇌, 즉 전뇌문화로 나아간다. 전뇌문화라는 것은 실은 인류의 성장과 진화에서 아주 중요한 점이다.

정근원정근원 교수, 우측 ⓒ 정근원


-  1994년 미래영상연구소를 창립, IMF 때인 1998년에는 사재를 털어서 무료 영상제를 개최해서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이 영상제를 운영했고 왜 영상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주제별, 장르별로 다양한 영상제가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영상제는 별로 많지 않았다. 더욱이 IMF 사태로 이미 기획된 영상제 마저 취소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영상이 미래에 중요하게 될 것을 생각하고 그냥 밀어붙였다. '부산영화제'가 이제는 세계적인 영화제가 되었는데, 상업영화는 대부분 기획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영상제는 이런 한계를 넘어서게 하기 때문에 감성의 획일화를 방지하기 위해 더없이 중요하다. 

-  학업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거의 매년 청소년명상문화캠프에서 영상교육을 하는데 그 내용이 무언가? 또 영상교육이 특별히 청소년들에게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한국 학생들은 암기위주 공부로 학교라는 감옥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춘기를 볼모로 잡히고 있다. 정말 속상하다. 세계와 소통하는 데 영상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 있나. 똑 같은 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명상문화캠프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디카나 핸카로 영상을 찍어 컴퓨터에 입력하여 바로 수정을 하게 한다. 물론 그 전에 영상원본과 수정본을 보여주면서 관찰에 대해 예습을 시킨다.

우리는 정말 세상을 제대로 보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한다. 당연한 듯 보고 있는 영화의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간단하게 연기자가 되어보고, 연기를 지도하는 연출자도 되어본다. 다른 사람이 되어 본다는 것은 인생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거교육은 머리 위주로 생각하는 교육이었다. 서구는 머리위주 교육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도 암기식 교육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또 걷기 연습 등 평범한 일상이 실은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경험하게 한다. 그러면 지루하던 일상이 아주 역동적인 장으로 바뀌게 된다. 빨리 걷기, 보통으로 걷기, 느리게 걷기만 해보아도 세상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마치 유치원생에게 하는 교육법을 쓰고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머리로만 공부한 학생들에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다.

삶을 직접 느끼고, 관찰하고, 인식해서 몸-마음-머리가 통합되는 방법을 교육법으로 사용한다. 명상캠프는 이런 경험을 하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나면 흔하게 보는 영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영화를 봐도 이전과 달리 보인다. 미소 하나에 얼마나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와 병행해서 자신과 타인의 삶을 통찰하는 능력이 커지게 된다. 물론 삶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적인 큰 틀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론이라고 해도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도표와 영상으로 자신의 내부에서 저절로 답이 나를 찾아오는 방법이다. 답을 찾아 헤매는 구걸하는 방식에 나는 반대한다. 세상에 대한 의문과 숨바꼭질놀이를 하면서 삶과 소통하며 감응하는 방식을 찾고 있다. 긍정적인 태도가 요즈음 유행하는 모양인데, 개념만으로는 삶에 대한 긍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직접 체험해야 알 수 있다. 그럴 때 어떤 여유와 유머를 삶에서 배울 수 있는지 알 것이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스케줄은 대강 잡아놓지만 기계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느슨하게 진행시킨다. 상상력은 시계처럼 움직이지 않으니까.

-  영상을 통한 치유도 가능하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
인간의 기억은 기본적으로 영상으로 되어 있다. 옛날사진을 보면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들이 술술 풀려나는 것이 그것이다. 과거 진실화해위에서 조사한 인권침해나 집단학살 피해자들의 경우처럼 깊은 상처를 평생 지니고 있는 분들일수록 영상으로 고착되고, 당시에 느낀 공포와 두려운 느낌까지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심리상담 하면 미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 지금은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듯 심리상담은 마음에 난 상처를 치유하는 것으로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상치료는 심상(心象) 즉 마음에 맺힌 영상을 불러 일으켜서 그 원인을 알아내어 이해하고 놓아버려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영상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 가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핸드폰만으로도 어디에서든지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컴퓨터에 입력해서 원하지 않는 부분을 잘라내고, 선명도, 채도, 명도만을 바꾸어도 스스로 작가가 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컴퓨터에 기본으로 깔린 알씨꾸러미 만으로도 이를 잘 활용하면, 자신의 관심이 무엇인지, 어떤 성격과 기질인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요즈음 새로운 통합교육법으로 영상물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논의가 있다. 이러한 논의에 대해 좀 더 부가적으로 설명해 달라.
통합교육은 달리 표현하면 좌우 양 두뇌를 다 사용하는 전뇌교육이다. 문제는 일반인들은 양 두뇌를 동시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문자세대에게 양 두뇌를 함께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명상과 수행을 오랫동안 해온 명상가들은 이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래학자들 중에는 21세기가 영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대라고 한다.

통합교육과 영상을 연결시켜 보면, 영상으로 교육하고 영상을 제작하게 하는 것은 좌우뇌를 다 사용할 때 가능하다. 영상자체는 우뇌적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결정하려면 좌뇌의 분석이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영화나 잘 만들어진 광고가 설득력을 가지면서 정서적인 감동을 주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영상언어와 영상문법을 활용했는지 분석해 보면 놀랍다.

학생들은 영화를 분석하면서 한 장면도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찍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2시간짜리 영화를 경우에 따라서 몇 년 동안 만드는 이유가 그래서일 것이다. 또 1시간 정도 발표하기 위해 피피티 작업을 하면서 문자, 영상, 도표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면서 일깨워지는 전뇌적인 작업이 주는 통합성이 놀랍다.

-  영상과 영성 간에도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떤 상호연관이 있는가?
영상은 눈으로 보이는 외적대상으로, 내면적인 깊이를 느끼게 하는 영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하게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진을 찍어보고 사진을 수정해 보면 금방 드러난다. 우선 무엇을 볼 것인지 부터 문제가 된다. 사진이나 영화를 찍으려면 전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대상으로 찍을지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이런 기초적인 질문이 놀랍게도 비어 있는 게 우리 교육현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명료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기성세대의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자식들에게 전해진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려면 평소에 삶에 대한 관찰을 세심히 하게 된다. 그때 비로소 '본다'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 선택적이었는지 알게 된다. 한국어로 '본다'는 것이 영어로는 'seeing',  'looking at, 'watch'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그냥 본다는 것과, 주의해서 본다는 것, 집중해서 본다는 것은 대상과 내 마음 태도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눈초리 자체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마음에서 깊이 느껴질수록 대상의 내면으로 들어가 소통하게 되고, 바로 그것이 영성적 접근이다. 눈만 뜨면 보이는 사물이 마음에서 어떤 영상으로 비추어지느냐 하는 훈련을 통해 영성을 계발하기 쉽다. 이런 훈련은 거꾸로 영상에서 감독이 느낀 마음의 태도와 깊이를 읽어내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영성훈련이 된다. 삶을 통찰하는 힘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정근원 교수는
서강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제1대학, 환경과 커뮤니케이션학 영상학 박사
논문제목: 흑백사진의 변형적 매트릭스 문법과 시각인식 구조에 관한 연구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사목상담연수 과정 졸업
서강대학교, 조선대학교, 한세대학교 등 겸임교수 및 강사
미래영상연구소 소장
설치미술 전시회, 전시디자인 감독
청소년명상문화캠프, 표현예술치유, 음악명상치유, 미술치유, 싸이코테라피, 요가명상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 운영

영상으로 인간을 찍을 때 전달하려는 내용은 인물이 느끼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 있다. 특히 얼굴, 그 중에서도 눈은 중요하다. 이것은 인간의 몸이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그의 감정과 사고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감정은 생각한 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결정하느라 1/4초 후에야 표정이나 몸의 자세 등으로 나타난다. 즉 몸-감정-사고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인간을 물질적인 육체로 보는 측면이 강했다. 서양의학의 관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통합학문에서는 인간의 몸을 물리적 육체와 육체를 생명 있는 존재로 만드는 생기체(subtle body), 그리로 이렇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원인체(causal body)로 본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그 자체가 영성을 가진 존재로 확장된다. 영상이 인간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이 세 가지 몸의 연관성을 드러내므로 영상은 영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사물은 친근해질수록 주관적인 감정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다 낡은 곰 인형이 나에게는 수많은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특별한 사물이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각인된 영상이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영상자체가 아닌 그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적인 의미의 층 때문이다. 깊은 층에서 나온 의미일수록 개인적인 영상이 점차 보편적인 의미, 즉 인간의 본원적 모습과 연관되어 있다. 영상을 컴퓨터에 입력해서 수정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근원적인 형상을 찾아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런 근원과의 만남이 바로 영성을 느끼는 것 아닐까? 눈에 보이는 사물에서 비형상적인 의미를 읽어낸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영화일수록 어느 장면도 이야기의 핵심과 관련되어 통합되어 있다. 훌륭한 감독은 영상을 통해 영성적인 깊이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의미의 층을 풀이해 낼 수 있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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