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폭격에 날아간 '15세 소년의 얼굴 반쪽'
정치적 갈등과 폭력에 희생되는 수단 누바산맥 주변 아이들
▲ 수단 누바산맥 주변 지역의 아이들이 정부군의 폭격으로 희생되고 있는 상황을 보도한 <인디펜던트>. ⓒ <인디펜던트>
15세 소년 유세프 압둘라히 쿠와는 집 바깥에서 놀고 있었다. 그때 폭격이 시작됐다. 유세프 압둘라히 쿠와는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이 소년의 얼굴 반쪽은 사라졌다. 이 소년은 이제 말을 할 수도 없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13일(현지 시각) 전한 수단 남(南)코르도판 주 누바산맥 주변 상황이다.
그러나 평화는 수단 사람들에게 여전히 먼 말이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남코르도판 주의 누바산맥 주변 지역이다. 북수단과 남수단의 접경 지역인 이곳은 역사적·문화적으로 남수단과 가깝다. 아랍계 유목민이 다수인 북수단과 달리, 이곳에는 남수단과 마찬가지로 기독교를 믿는 농민이 많다.
남코르도판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누바산맥 인근의 농민과 아랍계 유목민이 물과 목초지 등을 놓고 무력 충돌해 수백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는 2003년에 시작돼 3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다르푸르(수단 서부 지역) 분쟁과 닮은꼴이다. 다르푸르에서도 유목 중심인 아랍계와 농경 중심인 비아랍계가 물과 목초지를 놓고 갈등하다 결국 학살 사태가 벌어졌다.
남북 간 내전이 한창일 때 누바산맥 주변 지역 사람들은 현재의 남수단 주축 세력과 손잡고 중앙정부(지금의 북수단)에 맞섰다. 이들은 지금 북수단에 예속된 상태에서 벗어나 자치권을 얻고자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북수단 정부는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태세다. 석유를 비롯한 자원이 풍부하고 토양도 비옥한 코르도판을 놔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남수단 독립을 앞둔 시점이던 6월 초, 북수단군과 남수단 측 군대가 남코르도판에서 교전했다. 같은 달, 유엔은 북수단군이 남코르도판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종족 살인과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수단은 남코르도판에서 반군을 내몰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했고, 최근 이 지역은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남코르도판이 제2의 다르푸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2 다르푸르' 우려 나오는 남코르도판, 폭격에 희생되는 아이들
유세프 압둘라히 쿠와가 다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이 15세 소년에게서 얼굴 반쪽을 뺏어간 폭탄은 북수단 정부군 항공기가 투하한 것이었다. 꼬박 사흘의 시간을 들여 아들을 병원에 데려간 유세프 압둘라히 쿠와의 아버지는 "내 아들은 정부에 아무 짓도 안 했다.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다"고 말했다.
북수단 정부는 반군을 겨냥한 폭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민간인도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군의 폭격에 희생된 아이는 유세프 압둘라히 쿠와만이 아니다. 누이가 씻는 것을 돕던 16세 소년 자쿠모도 폭격 피해자다. 자쿠모는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엎드려라'라는 말을 들었지만 폭격 때 그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나무 뒤에 숨으려 했다"는 자쿠모는 결국 폭격으로 왼팔을 잃었다.
폭격에 희생되는 소년·소녀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 톰 카테나는 "부상 상태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케냐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얼마 전 수단에 온 이 의사는 "(폭격으로) 발이 날아간" 소녀, 복부를 크게 다친 소녀 등을 여럿 치료해야 했다. 이곳에 왔을 때 '병원도 표적'이라는 말을 듣고 불안했었다는 톰 카테나는 이렇게 말했다. "왜 비밀로 해야 하나? 우리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수단에서 활동해온 평화유지군을 다음달 말까지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인디펜던트>는 "(북)수단 대통령 오마르 알 바시르는 남코르도판에서 국제 구호 단체들도 추방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 지역의 상황을 우려했다.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은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한 전쟁 범죄 및 인종 학살 혐의(다르푸르 학살을 주도하고 희생자 중 3만5000명의 죽음에 직접 관여한 혐의)로 2009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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