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종교를 만든 적이 없다
[서평] <종교 근본주의>에 나타난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의 폐해
▲ <종교 근본주의> ⓒ 모시는 사람들
종교는 인간생활에 있어서 뚜렷한 현상의 하나로 인간영혼의 깊은 근원과 접촉하고 사상을 지배하며 감정을 자극하고 행동을 지도하는 것이다. 종교의 탁월한 의의와 놀라운 감화를 부정하지 못한다. 이토록 삶에서 죽음까지 일생 동안 인간에게 아우르고 있는 종교에 대한 새로운 화두가 21세기 한국 사회 속에서 세간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종교 근본주의다.
한국 기독교는 지금 심각한 자폐증 분열 증상
1920년대 문학가 이광수는 "고작 100쪽짜리 설교학이나 익히고 나서 목사 행세 하는 것이 현실 아니냐"는 발언을 하며 기독교를 비판했고, 이와 더불어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대부분 개신교를 미신 취급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보수적이고 사대주의적인 친미 성향의 권력자들이 자리하게 된 배경도 차지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친일, 친미 사대주의 인사들이 권력에 중심으로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부 개신교신자들은 앙갚음이라도 하듯 기독교 찬양을 노골적으로 표현했으며, 반공과 용공을 책략삼아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개신교 발전의 급격한 팽창을 이루며 진화해나갔다. 그 대표적인 교회가 바로 여의도 00교회다.
이후 한강의 기적 시대인 80년대 후반, 한국 개신교연합기구였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위상을 빠르게 잠식하며 또 하나의 대표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1989년 창립한다. 이들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행사는 바로 효순-미선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한창 주가를 올릴 때인 2003년, 시청광장 친미 기도회를 조직하면서 언론에 반짝 등장하게 된다.
한기총은 이때부터 기독교 근본주의에 집착하면서 '사학법 개정 저지 운동'과 ''국가조찬기도회'등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황용연 신학박사는 책을 통해 근본적 근본주의자들이 안고 있는 폐쇄성과 보수성의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일종의 자폐성이 그들의 종교관을 이렇게 변질시켰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자폐성이란, 흔히 근본주의와 관련지어서 생각되는, 시종일관 세상에 대해 닫혀 있는 자폐성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고수해야 한다고 믿는 원칙을 계속 관철하고 그것이 성공을 거두는 것에 더더욱 확신을 얻다가, 어느 순간 바로 그 원칙을 관천하는 행동 때문에 실패를 하게 된다는 의미에서의 자폐성이다."
미국의 신정주의,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다
이 책 <종교 근본주의>는 총 10명의 종교 전문가들이 쓴 종교 근본주의의 대한 담론을 엮어 놓았다. 책 초반에는 근본주의에 대한 일반적 정의와 종교 근본주의가 일어난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해놓았으며, 후반부에는 미국-이슬람국가 간의 종교마찰로 빚어진 전쟁 갈등, 그리고 마지막에는 종교 간 갈등해소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이 책에서 주요 논제로 다루었던 미국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이은선 세종대 교수의 해제는 과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전쟁과 기독교 근본주의'의 역학관계를 심층 분석하면서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되었던 미국의 신정주의와 네오콘(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의 부상, 그리고 부시 정권의 친기독교적인 종교편향이 결국 전쟁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화로 이어졌다고 성토했다.
"이미 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부시와 그 참모들은 '악의 축'이라는 신화적인 개념을 써서 세계 정치를 규명했고, 이번 전쟁에서 '제2의 십자군 전쟁'이라는 개념도 언급되었다고 하니, 세계는 과거 이란이나 후세인 정권이 드러내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이어서 '기독교 근본주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교수는 그러며 이러한 전쟁의 근본적인 동기부여로 ▲ 세계를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이원주의 판단 ▲ 자기는 항상 선이고 상대는 항상 악이라는 규정 ▲ 그 악의 축인 상대방을 어떻게든 결단내야 한다는 믿음 ▲ 단순한 선악의 편가름과 도식화 등을 열거하며 기독교적인 '근본'을 어떤 고립된 '실체'로 파악하는 근본주의 기독교 권력자들의 문자적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국 교회는 이미 깊숙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
최대광 정동제일교회 목사는 "신뢰를 통해 자신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근본주의 극복의 열쇠"라면서 미국 기독교 집단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근래의 한국 기독교 근본주의 논란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한국 교회는 이미 깊숙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으며, 근본주의화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뉴라이트'라는 우익 정치세력이 형성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의 대형교회는 이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문화에 대한 '반'의 권력인 근본주의는 이제 6·25기도회나 8·15기도회 등의 정치적 기도회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책은 말한다. 종교적 배타성, 유일신 사상, 하나의 믿음 등의 종교적 근본주의는 개별적 정체성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확장시키고 그것을 절대화 하는 순간 또 하나의 정치폭력이 도사리고 있다고.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슬람 근본주의 또한 그들의 경전인 코란을 통해 "종교에는 강요가 없나니(라 이크라하 핏딘, 2;256)"라며 무슬림 사회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 또한 다양성이요, 문화적 수용성인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교적 갈등 없이 다양한 종교가 배려를 통해 존중해왔던 한국의 종교가 더 이상 종교 근본주의로 말미암아 종교전쟁에 이르는 참화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끝으로 미국에서 건너온 현각 스님의 글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예수님은 결코 종교나 교단을 만든 적이 없다. 그분은 "네가 옳다. 너만 진정한 제자다"라고 특정인을 감싼 적도 없다. 그분은 "내침"이 아니라 "포용"의 삶과 정신을 증거했다. 예수님은 이토록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기 위해서 오셨지만, 아주 소견이 좁은 일부 근본주의자들은 이를 증오의 독트린(교리)으로 변질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개신교 종주국이라 할 미국엔 이런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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