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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2등' 막둥아, 왜 이렇게 당당한 거니?

동무들 돕는 것은 1등이라는, 웃음 많은 우리 막둥이 '파이팅'

등록|2011.07.15 16:28 수정|2011.07.16 12:09
"아빠, 기말시험 성적표."
"…."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나 31등이래."
"… 너희 반 몇 명인데?"
"응, 32명."

초등학교 4학년 우리 집 막둥이가 기말고사 성적표라며 내밀면서 나눈 짧은 대화입니다. 평소 일제고사가 줄 세우기라며 비판하고, 건강하게 자라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뒤에서 2등인 성적표를 받아든 순간 뒷머리가 띵하면서 그냥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이것을 성적표라며 보여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또래 동무들보다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뒤에서 2등이라니. 우리 집안에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저도 앞에서 1등은 못해봤지만 10% 이내에는 들었기에 정말 이 아이가 내가 낳은 아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내가 낳은 아들입니다. 요즘도 손을 맞잡고 잠을 잘 정도로 아빠를 잘 따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뒤에서 2등인데도 '당당'합니다.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막둥이, 뒤에서 2등 해놓고 당당하다?"
"아빠, 나는 우리 반에서 봉사활동은 대장, 1등이예요."
"봉사활동은 1등? 선생님께서 네가 1등이라고 말씀하셨어?"
"아니, 동무들 잘 도와주니까. 1등이죠."
"그래, 거짓말 하지 않는 막둥이가 대장이라고 하면 대장이지."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자기가 다른 동무들 도와주는 것 1등이라는 말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아이 성격 자체가 밝고 웃음이 넘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잘 몰랐습니다. 물론 '뻥튀기'도 좀 있겠지만 동무들 괴롭히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그러면서 체육은 100점이라고 자랑을 합니다.

▲ 뒤에서 2등 막둥이 체육은 100점받았다며 자랑, 봉사활동을 대장이라며 당당했다. ⓒ 김동수


"아빠!"
"또 왜?"
"성적표 자세히 보세요. 체육은 100점이예요."
"와, 정말 체육은 100점이네. 체육을 어떻게 100점이나 받았어."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100점이지. 그런데 영어 봐라 44점, 수학 42점, 음악 40점, 이게 뭐니?"
"영어와 수학, 음악은 정말 어려워요. 공부를 해도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해요."
"아빠는 네가 영어 공부하는 것 보지를 못했다."
"…."
"우리 막둥이 잘했다. 아빠는 체육 100점은 맞은 적이 없는데 100점을 받았으니 아빠보다 잘한다. 봉사활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아빠, 그건 무리예요. 나는 공부보다 동무들 도와주는 일 잘할게요."
"허허, 119대원이 꿈인 막둥이 지금부터 다른 사람들 도와주는 일 잘해야지."
"아빠! 체육 100점 받았으니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

▲ 웃음 많은 막둥이 앞으로도 사람들 도우미가 되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김동수


119대원이 꿈인 막둥이가 지금부터 사람들을 도와주고 섬기는 것을 배워가면 좋겠습니다. 성적에 주눅들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도하고 바랄 뿐입니다. 웃음 많은 우리 막둥이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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