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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예능국, SM이 그렇게 무섭나?

[주장] JYJ 출연 불발, 유럽에 알려질까 걱정된다

등록|2011.07.18 19:57 수정|2012.01.12 13:26

▲ JYJ의 멤버 중 김재중과 박유천이 드라마 일정을 바쁘게 소화 중이다. 왼쪽부터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인기그룹 JYJ가 또 한 번 '물' 먹었다. 오는 20일 예정돼 있던 '제주 7대 경관 기원 KBS 특집 5원 생중계' 공연에서다. JYJ는 '7대 경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이번 공연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공연 큐시트를 받고 비행기 표까지 끊어 놨다. 드라마 촬영으로 한창 바쁜 박유천, 김재중 두 멤버는 일정을 빼가면서까지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그런데 돌연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돌이켜 보면 JYJ의 행보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룹을 결성하고도 한참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고, 음악프로에서 만날 수 없었다. 출연이 예정돼 있던 예능프로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 5월 KBS <승승장구>에 배우 김갑수가 게스트로 섭외 됐을 때 박유천은 그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함께 한 인연으로 '몰래 온 손님'이란 코너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JYJ 또 출연 불발... 왜 유독 예능만 이럴까

그런데 녹화를 하루 앞두고 돌연 그의 출연이 취소됐다. KBS <성균관 스캔들>은 사극의 틀에 트렌디한 감각을 더해 화제가 된 드라마로 주인공 박유천은 연말 <연기대상>에서 3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그가 방송에서 화제가 되는 일은 없었다. 유아인, 송중기 등 다른 주연 배우들이 모두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을 때에도, 유독 박유천만은 소외됐었다.

그리고 얼마 후 박유천 주연의 MBC 월화드라마 <미스 리플리>와 관련해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지난 5월 한 매체에서는 <미스 리플리>의 주연 배우들의 MBC <놀러와> 출연 불발과 관련된 기사에서 "<미스 리플리> 출연진이 <놀러와> 제작진으로부터 박유천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만 출연하면 안 되겠느냐는 답을 받았고, 결국 출연진 전체가 <놀러와> 출연을 포기했다"며 그 배경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MBC <놀러와>나 SBS <강심장>, KBS <해피투게더> 같은 집단 토크쇼는 방송을 앞둔 자사 드라마 홍보를 꾸준히 담당하고 있다. 음반 발매를 앞둔 가수나 신작 개봉을 앞둔 영화배우들이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것처럼, 새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도 주연배우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이러이러한 드라마가 모 월 모 일부터 합니다"라고 홍보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놀러와>에서 물먹은 <미스 리플리>는 이어 MBC 대표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섹션TV 연예통신>에서도 외면당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그 어떤 방송보다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에 앞장서 왔지만 <섹션TV 연예통신>은 <미스 리플리>의 제작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유천 이외에도 김승우, 강혜정 등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했지만 <미스 리플리>는 MBC 예능국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외압설이 제기됐다. JYJ의 전 소속사이자 그들과 법적마찰까지 빚었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측에서 각 방송사 예능국에 JYJ가 출연하지 못하도록 힘을 쓴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JYJ의 출연이 불발됐던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스케쥴 조정에 실패했다" "이미 기획된 아이템이 많아 실행하지 않았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JYJ에 대한 외압설이 힘을 얻는 건 이들이 유독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에만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박유천은 <성균관 스캐들>에 이어 <미스 리플리>에서도 주연으로 발탁, 배우로서 입지를 다듬어가고 있는 중이고, 김재중 역시 SBS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돼 현재 촬영 중에 있다. 김준수 역시 뮤지컬 <모짜르트>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JYJ는 세계 7대 자연경관 홍보대사로 20일 '7대 경관 기원 KBS 특집 5원 생중계'에 출연 예정이었지만 16일 돌연 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당초 생방송 전후에 있을 것으로 알려졌던 JYJ의 홍보대사 위촉식도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JYJ의 기용에 대해 드라마국과 예능국의 온도차가 이렇게 심한 까닭은 예능국이 드라마국에 비해 대형 연예기획사, 그중에서도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는 몇몇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가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고, 요즘같이 방송사에서 앞다퉈 해외 한류콘서트를 열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방송국의 기획사 눈치보기... 걱정스럽다

이런 온도차는 드라마국만이 아닌 교양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JYJ는 첫 공식 앨범 발매 이후 각 방송사의 교양프로그램에는 출연했었다. KBS <생생정보통>과 SBS <좋은 아침>, MBC <시사매거진 2580> 등에 얼굴을 내비쳤다. 상대적으로 아이돌 가수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드라마국과 교양국에서 JYJ의 기용이 자유로웠던 것도 이들에 대한 SM 측의 외압설에 힘을 실었다.

지난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합의 제 50부 재판장 최성준)은 SM 측이 JYJ 세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 및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9년 10월 27일 법원이 SM 측에 JYJ 세 멤버들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방해하지 말 것을 명하는 가처분을 내린 이후 또 한 차례, 법원이 이들의 분쟁에서 JYJ의 손을 들어준 일이었다.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을 땐 진행 중이라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것도 5개월 전의 이야기다.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 이들이었지만 예능국에서의 이들에 대한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KBS는 지난 5월 JYJ가 <뮤직뱅크>에 출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홈페이지에 "SM과의 법적 분쟁이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답변을 올렸다가 채 하루 만에 급히 삭제한 적 있다.

자랑스러운 K-Pop이 드디어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점령했다며 언론에서는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본고장에서는 아이돌 가수에 대한 혹독한 다이어트와 선정적인 노출, 살인적인 스케쥴과 불공정한 계약이 판을 친다. 그리고 불공정 계약을 파기하고 법원으로부터 독자적 연예활동의 자유를 보장받은 한 그룹은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예능출연 한 번을 할 수가 없다.

지난 5월 홍보대사로 이름을 올린 후 로고송을 부르고, 팬들을 향해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영상을 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공연을 위해 촬영하던 드라마 스케쥴까지 정리해가며 뛰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급작스런 공연 취소 통보였다. 이 소식이 우리가 "K-pop이 점령했다"는 유럽까지 퍼질까, 그게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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