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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3구역, 위험천만 재개발 철거 계속

새벽 기습철거에 세입자 등 부상 당해... "중구청·서울시 나서야"

등록|2011.07.19 15:24 수정|2011.07.20 11:38
[기사보강: 20일 오전 11시 40분]

18일부터 서울 중구 명동 3구역 재개발 철거작업이 재개되면서, 세입자들과 철거업체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어제(월) 새벽 5시경 시행사측은 포클레인과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농성장 인근 건물 철거 작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과 농성 중인 시민들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 양쪽 인대 손상 진단을 받은 김아무개씨의 발목. 인대 파열까지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 ⓒ 노동세상


응급실에 실려가 양 발목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은 김아무개(가명, 31)씨는 "아침에 비명소리가 나서 가봤더니 여학생들이 몸싸움에 끼어 있더라. 어르신들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달려갔더니 그때 팍 밀려서, 밀리면서 몸이 들렸다 떨어졌는데 순간 찌릿하면서 다리가 꺾이고... 쓰러진 채로 방치됐는데 용역들이 엄살 떨지 말라고 비웃고 물 뿌리고.. 그런 와중에 다른 분들이 나를 발견해서 응급실에 데려갔다"고 말했다.

성폭력 논란도 벌어졌다. 용역들이 여성 농성자의 신체 일부를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공유하자"고 했다는 것. 사건은 해당 여성의 고발로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19일 오전에는 다시 한번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건물 앞에 세입자들이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위에서 철거작업을 진행한 것. "자재나 돌이 떨어져서 사람 머리에 맞으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시민들이 항의했지만, 작업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 세입자들이 바로 아래 있음에도 철거작업이 진행되었다. ⓒ 노동세상


이틀째 현장은 위태로웠으나, 공사 현장에 나와 있어야 하는 공사 관리감독관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공사 감독관'이라고 밝힌 신원미상의 남성은 "지금 하는 건 지붕 함석을 벗겨내는 석면제거 사전 작업이다. 그런데 석면제거작업 관리자가 왜 나와 있어야 하느냐? 나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고발을 하라. 우린 노동청에 다 허가받아서 일하는 거니까. 아래 앉아 있다가 다치면 날 고소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끝내 이름과 직위를 말할 수 없다는 그는 자신을 "그냥 철거용역업체"라고 했다.

반면 세입자 측은 석면 위험과 공사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다.

"1차 석면제거작업 중 업체가 바뀌면서 작업이 중단된 채였다. 그럼 석면 잔해가 있지 않느냐. 그런데도 오늘 보호장비 없이 그냥 작업 막 하고 있는 거다. 그런 걸 노동부에 건의도 했는데, 공사 업체는 배짱을 부린다. '그냥 벌금 좀 물면 된다'는 식이다. 인도니까 공사현장에 행인 안전을 위한 안전요원도 있어야 하는데 그거도 없다. 우리뿐 아니라 행인들 인명사고도 날 수 있는 거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불신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세입자는 "법원에서도 8월 15일까지 세입자-시행사 간 조정기간을 가지라고 판결했고, 시행사에서도 일주일에 세 번씩 대화하자고 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옆 건물 철거공사를 진행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지난 달에도 용역업체를 동원해 농성장인 카페 마리의 문과 집기를 부쉈다. 옆 건물이라 해도 펜스를 쳐버리면 안쪽에서 무슨 작업을 얼마나 하는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언제 농성장을 부술지 몰라 무섭다. 법도 경찰도 우리 편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그럼 이 현장은 누가 책임지고 있는 것일까. 중구청 도시관리과 담당자는 "건물주랑 세입자가 다투는 건 구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그거랑 철거는 다른 문제다. 철거공사 인허가는 우리가 냈다. 하지만 공사 현장 관리자는 고용노동청에서 보내는 것이니 그쪽에 문의하라"고 했다.

고용노동청은 명동 3구역에서 불과 도보 2,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고용노동청 산업안전과 담당자는 부재중이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 있다"고 했다가 "지금 나가는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기자가 현장에 나온 9시~11시까지 '안전모를 썼다는'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별도로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연락처는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편 용역업체 관계자라고 밝힌 강아무개씨는 "부상을 당한 김아무개씨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하지 않았으며, 구급차도 우리 쪽이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는 "관할구청과 노동청에서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것"임을 강조했다. 성폭력 논란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남대문경찰서 측은 여기에 바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 18일 새벽부터 하루 종일 5~60명의 경비용역들이 명동 3구역에 몰려와 시민, 학생들과 대치했다. ⓒ 노동세상


재개발행정개혁포럼은 사태가 더욱 커지기 전에 관할행정관청인 중구청과 서울시가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산참사가 있은 지 2년 반이 흘렀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은 원주민들의 주거환경개선 및 도시기능회복이라는 원래의 목적과는 상반되게, 일부 개발세력들의 이익극대화에 방점이 찍힌 채 원주민 및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재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와 세입자간의 분쟁을 예방·해결하는 등 관할당국의 책임행정을 확립하고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소형·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해야 하며, 세입자들을 퇴거시켜야 하는 경우 다른 곳에서 유사한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지난달 1년 넘게 농성을 이어오던 홍대 앞 식당 두리반에 대해 시행사측이 인근에 대체 상점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합의를 도출하였다. 명동 재개발 지역의 시공사와 중구청도 두리반 사례를 참고하여, 상가세입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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