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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조각을 다 누가 하였을까?

많은 조각이 화려한 봉암사 지증대사탑

등록|2011.07.20 16:11 수정|2011.07.20 16:11

전각지증대사 적조탑과 탑비를 보호하기 위헤 세운 전각. 봉암사 경내에 있다 ⓒ 하주성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485에 소재한 봉암사 경내, 대웅보전 곁에는 전각이 하나 서 있다. 최근에 새로 지은 듯한 이 전각 안에는 국보 재315호 지증대사탑비와 보물 제137호인 지증대사탑이 자리를 하고 있다. 지증대사(824∼882)는 이 절을 창건한 승려로, 17세에 승려가 되어 헌강왕 7년인 881년에 왕사로 임명되었으나, 이를 사양하고 봉암사로 돌아와 이듬해인 882년에 입적하였다.

왕은 '지증'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 이름을 '적조'라 하도록 하였다. 탑의 명칭을 '지증대사 적조탑'이라 부르는 이 탑은 사리를 넣어두는 탑신을 중심으로 하여, 아래에는 이를 받쳐주는 기단부를 두고, 위로는 머리장식을 얹었다.

지증대사 탑보물 제137호인 지증대사 적조탑.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문경 봉암사 경내에 자리한다 ⓒ 하주성




온전한 지붕돌의 섬세한 꾸밈

8각으로 꾸며진 지붕돌은 아래에 서까래를 두 겹으로 표현한, 겹처마 지붕으로 아름답다. 서까래까지 세세하게 표현을 한 지붕돌의 처마는 살짝 들려 있다. 낙수면의 각 모서리 선은 굵직하고, 끝에는 귀꽃이 알맞게 돌출되어 있다. 지붕돌 꼭대기에는 연꽃받침 위로 머리장식이 차례로 얹혀 있다. 지붕돌의 일부분이 부서져 있으나, 각 부분의 꾸밈이 아름답고 정교하며 품격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탑신은 8각의 몸돌 모서리마다 기둥 모양을 새겨두었다. 앞뒤의 양면에는 자물쇠와 문고리가 달린 문짝 모양을 조각하였다. 아마도 이 탑이 지증대사의 사리를 보관한 탑이기 때문에 이런 장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 옆으로는 불교의 법을 지킨다는 사천왕을, 나머지 두 면에는 보살의 모습을 돋을새김 하였다.

머리장식연꽃으로 조각한 머리장식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 하주성



처마머릿돌은 겹처마 지붕을 본떠 만들어졌다. 서까래도 표현이 되어있다 ⓒ 하주성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조각들이 지증대사 탑의 전체에 고르게 표현이 되어있다. 전국에 수많은 사리탑을 둘러보았지만, 이처럼 화려하게 장식을 한 탑은 그리 흔치가 않다. 위에서부터 아래 기단까지 고르게 조각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많은 조각이 어우러진 탑

기단은 2단으로 이루어졌으며, 평면 모양은 8각으로 꾸며졌다. 밑단에는 각 면마다 사자를 도드라지게 조각하였고, 위단을 괴는 테두리 부분을 구름무늬로 가득 채워, 금방이라도 탑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윗단에는 각 모서리마다 구름이 새겨진 기둥조각을 세우고, 사이사이에 천상의 새라는 가릉빈가를 새겨 넣었는데 그 모습이 우아하다.

자물쇠로 잠긴 문과 사천왕상 ⓒ 하주성



난간위로는 몸돌을 받치고 있는 굄돌의 조각. 기둥을 세운 난간을 둘러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 하주성




가릉빈가는 불교에서의 상상의 새로, 상반신은 사람 모습이며 하반신은 새의 모습이다. 가운데받침돌의 각 면에는 여러 형태의 조각을 새겨 넣었는데, 무릎을 굽힌 천인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공양을 드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 조각은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꾸며져 탑의 조형이 남다름을 알 수가 있다.

정녕 사람이 만든 탑일까?

윗받침돌은 윗면에 탑신을 고이기 위한 고임대를 두었으며, 모서리마다 작고 둥근 기둥 조각을 세워 입체감 있는 난간을 표현한 것도 이 탑의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비례가 잘 어울리는 지증대사 적조탑. 안정감이 있게 조형이 된 탑의 옆에 세워진 비문의 기록으로 보아, 통일신라 헌강왕 9년인 883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천인상악기와 공양을 드리는 천인상 ⓒ 하주성



가릉빙가아랫기단에는 구름과 천상의 새라는 가릉빙가상이 돋을새김 되어있다 ⓒ 하주성



기단부화려한 조각이 돋보이는 지증대사탑 ⓒ 하주성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다는 문경 봉암사. 선방에서 수행 중인 스님들께 자장을 해 드리기 위해 7월 6일에 찾아간 봉 옛 고찰. 그곳에서 만난 지증대사탑의 모습은 한참이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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