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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절벽은 높다

[홀로 떠난 6개월의 아프리카 탐험 32]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

등록|2011.07.20 19:34 수정|2011.07.21 09:53

빅토리아 폭포와 무지개장엄한 빅토리아 폭포의 미소같은 무지개. ⓒ 박설화



모시 오아 툰야(Mosi-oa-Tunya)는 스코틀랜드 탐험가 데이비드 리빙스턴이 영국의 빅토리아 왕비의 이름을 따서 지은 '빅토리아 폭포'의 원래 이름이다. '천둥연기'란 뜻의 이 폭포는 현재 두 이름 모두 공식적으로 이용 중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잠비아와 짐바브웨에 걸쳐있다.

잠비아에 수원이 있는 아프리카로부터 인도양으로 흐르는 2574km의 큰 강인 잠베지강과 어우러지는 모시 오아 툰야 폭포는 가히 천둥연기란 이름에 걸맞은 위용을 갖고 있다. 우기가 아님에도 폭포에 카메라를 그냥 들이대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폭포의 영향이 거세다.

폭포와 무지개.맑은 날씨와 폭포의 물로 인해 무지개가 생겼다. ⓒ 박설화


폭포를 마주하기 위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비를 맞는 형국이다. 현지인들의 얘기를 들으니 우기에는 우비를 입고 폭포관람을 해도 젖을 정도라고 한다. 잠비아와 짐바브웨에 걸쳐 있는 산맥과 같은 느낌인 거대한 폭포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은 이런 자연과 마주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간이 작아지는 기회를 갖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광객을 위한 경고 문구.인생은 짧고, 절벽은 깁니다. 넘어가지 마시오. ⓒ 박설화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은 잠베지 철도 다리 위에도 있다. 바로 다리 위에 그어진 노란 줄이다. 그 노란 줄 근처에는 전세계에서 빅토리아 폭포와 함께 잠베지 강을 향해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모인 전세계 사람들로 붐빈다.

111m의 높이로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였던 적도 있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혹은 다리 난간에 기대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필자처럼 말이다.

번지점프멋지게 떨어지는 번지점프중인 여성 ⓒ 박설화


"안녕? 다음이 당신 차례예요? "
"안녕? 네. 다음이에요. "
"무섭지 않아요? 난 상상도 못하겠는데. "
"아, 떨려요. 너무 흥분되고 긴장되네요. "

독일에서 왔다는 자기차례를 기다리던 그녀는 결국, 한 번 떨어지고 나서 남자친구와 함께 또 한 번 떨어졌다. 

번지점프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여성. ⓒ 박설화


폭포의 위에서 즐긴다! 일명 '스위밍 풀'

원래 내가 로니를 따라갈 때는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순간엔 '당한거야?'라는 생각에 욱~하기 직전이었다.

"그럼.... 그에게 돈을 지불해야하는 거예요?" 

난, 내 손을 잡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금발머리 소녀에게 물었다.

철도 다리짐바브웨 쪽에서 본 잠비아. 다리 위의 노란 경계선으로 잠비아와 짐바브웨를 구분한다. ⓒ 박설화


빅토리아 폭포에 온 지 두 시간이 지났을까? 이젠 그만 갈까 하는 찰나에 말을 걸어오는 그를 만났다. 이름은 로니. 현지인이었고, 자기가 일하는 곳은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 이하 빅폴)라고 했다. "폭포 위를 가보겠냐"는 말에 좀 머뭇거리다 그러마 했다. 단순히 난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장소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은 그의 호의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로니의 게스트 여덟 명 정도는 미끄러질세라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로니와 로니 친구가 그 대열 각각의 끝을 담당했고 적절하게 중간에 남자들로 하여금 무게중심을 잡게 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손을 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물살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번지점프함께 떨어지면, 두려움도 반이 될까? ⓒ 박설화


폭포 위를 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현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얻지 않고는 알기 힘든 장소였다. 물 속, 어느 구석에 어느 돌이 있는지 안다는 그들은 그렇게 빅토리아 폭포 위의 가이드를 자청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사람들마다 20~25달러씩 내는 것으로 이미 알고 온 상태였다. 난 듣지 못했지만.

로니는 사람들에게 젖는 것이 상관없다면 운동화를 신고 건너라 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맨발로 물속의 돌을 디딜 때는 상당히 미끄러웠다. 그러나 맨발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물을 지나, 한 낮의 태양에 노출되어 있는 절정으로 구워진 폭포 위의 돌들을 맨발로 밟는 일이었다. 긴 폭의 물살을 가로지르고 나니 많은 돌과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건너야 했기 때문이다.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보는 순간 장엄함에 한 번 놀라고 곧바로 허탈감이 밀려왔다.

일명 "swimming pool"빅토리아 폭포 위의 천연 수영장. ⓒ 박설화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소위 '폭포 위의 수영장! ' 그들은 그 곳을 swimming pool(수영장)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30분 정도를 힘들게 온 뒤 땀을 닦아내다 이내 허탈해졌다. 난 수영복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바분(원숭이과의 한 종류)쓰레기통을 뒤지면, 인간이 먹다버린 것이 있는 줄 이미 알고 있는 바분. ⓒ 박설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총 6개월의 여정을 바탕으로 기고합니다. 외래어의 경우, 소리나는 대로 발음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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