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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문이 자꾸 말도 안되는 사설 쓰는 이유는?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④] 논설 읽는 법

등록|2011.07.22 15:22 수정|2011.07.22 15:22

▲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논리적으로 글을 쓴다고 하면 주장하는 바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거기에는 전제를 대는 것과 근거를 드는 것, 두 가지 방법이 있지요. 논설을 읽을 때는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면서 글의 논리적 결함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들 중에서 글쓴이의 가장 주장이 많이 들어가는 글은 논설 혹은 칼럼류의 글이다. 주장과 사실이 섞이니 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진실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글쓴이에게 속지 않고 논설을 읽으려면 첫 번째는 글 속의 논리로, 두 번째는 글 바깥의 정치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강의에서 '논설 읽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같은 주제에 대해 상반된 관점에서 쓰여진 논설들을 교재삼아 설명하며 "모순된 글에는 흔적이 남아 있고 그 흔적을 합리적 의심을 통해서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제·근거 찾으면 부실한 논설 보여

김씨는 논설을 읽는 방법 첫 번째로 글 속의 논리를 읽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선 글쓴이가 임의적으로 설정한 불완전한 전제와 부실한 근거를 찾아야 한다"며 "그러면 논점이 잡히고 능동적인 자료 검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같은 소재에 대해 상반된 방향을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논설이 존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논설들이 어느 논점에서 충돌하고 있는지, 논리적 결함은 무엇인지 비교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양도세 중과 폐지를 찬성하는 글에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면 전세, 월세의 물량이 늘어나서 가격이 내려가거나 안정될 것이다'라고 주장하면 그에 대한 적절한 전제나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김씨는 "의심스러운 전제나 근거를 찾은 후에는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서 자료가 사실인지 확인하면 된다"며 "이것이 논설을 읽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무슨 정보를 찾아서 대조해 봐야 하는지만 알면 누구나 글쓴이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고 논설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모순된 글에는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라며 "합리적 의심을 거쳐 논설의 사고구조를 읽었는데 그 글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대부분 정치적 의도로 쓰여진 글" 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논설이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사안에 대한 진단이 180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무식하거나 어느 한 쪽이 사안의 진실과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안 자체를 보고 그 안에서 논리를 찾아서 아니라 다른 무엇 때문에 논리를 왜곡시키고 비틀어 버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 의도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언론사가 억지논리 편다면 정치적 이유 때문"

언론사들은 때때로 사설의 형식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한다. 김씨는 서민정책과 포퓰리즘을 소재로 다룬 두 보수언론의 사설을 소개하며 "비슷한 성향의 보수 신문이라고 할지라도 회사의 성격에 따라 다른 내용의 주장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는 서민정책과 포퓰리즘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이 글에서 헌법 119조에 대한 분석을 했습니다. 119조 1항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것이고 2항이 시장에 대한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것인데 헌법 체계상 1항이 원칙이고 2항이 보완항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정부는 시장에서 빠지라는 겁니다. 왜 이 언론사는 사설에서 이렇게 억지 논리를 펼까요? 이 신문사는 재벌 그룹에 속한 신문사이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글 속에 담긴 사안에 대한 성격 규정과 정치 환경을 읽으면 논설의 저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며 "논설을 정치로 읽게 되면 글쓴이가 글을 통해 긋고자 하는 전선의 성격과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에서 농성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보기 위해 희망버스가 내려간 것에 대해 보수 언론에서 누가 봐도 논리적 결함이 있는 논설을 씁니다. 주로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불법행위나 참여한 정치인들의 정략적 판단이 개입된 싸움으로 규정하는 방법을 쓰지요. 여기에는 1차적으로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중들이 더 이상 결합하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한진 중공업 사태가 희망버스로 타결된다면 그것은 그대로 하나의 선례가 되고 노동판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한진중공업처럼 누가 봐도 노동문제인데 정치 다툼으로 성격을 바꿔 버리면 사안의 결과가 달라져 버릴 수 있다"며 "이 방법은 언론들이 '장난'을 치는 아주 효과적이고 유용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귀찮다고 아무 비판 없이 논설을 읽으면 뉴스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논리적으로 따져가며 읽으면 신문 읽는 것이 훨씬 재밌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수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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