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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진 빈자리, 계백과 백동수가 메울까?

[TV리뷰] 7월 새롭게 선보이는 사극 <무사 백동수><공주의 남자><계백>

등록|2011.07.23 18:13 수정|2012.01.12 13:27
다시, 사극이 찾아왔다.

2011년 상반기 주중 드라마의 코드는 단연 '로맨틱 코미디'였다. <최고의 사랑><로맨스타운><마이 프린세스> 등 제목에서부터 달콤함이 느껴지는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방송 3사 주중 드라마를 휩쓸었다. 반면 지난해 <추노><동이><성균관 스캔들>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사극은 씨가 말랐다. 2011년 1월부터 6월까지 방영된 주중 드라마 21편 중 사극은 MBC 월화드라마 <짝패>가 유일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4일 SBS 월화드라마 <무사 백동수>를 시작으로 다시 사극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KBS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첫 회를 방영했고, 오는 25일에는 MBC 월화드라마 <계백>이 베일을 벗는다. 주중 드라마에 다시 사극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세 편의 사극 중 내 취향에 맞는 건 어떤 작품일까? 방영 순서대로 정리해보았다.

원작과는 사뭇 달라진 <무사 백동수>

▲ SBS 월화드라마 <무사 백동수>의 네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지창욱(백동수 역), 신현빈(유지선 역), 윤소이(황진주 역), 유승호(여운 역). ⓒ SBS


<무사 백동수>는 평소 만화를 즐겼던 당신이라면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을 주는 제목일 것이다. 그렇다. <무사 백동수>는 만화잡지 <코믹 챔프>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야뇌 백동수>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조선시대 실존했던 무인 백동수를 주인공으로 한 <야뇌 백동수>는 탄탄한 스토리와 빼어난 그림체로 2010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인기 만화다.

작품이 시작하기 전에는 검증된 원작의 이야기를 과연 드라마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드라마와 원작 사이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원작의 캐릭터와 시대배경 등 일부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첫 회부터 원작과는 다른 전개를 보이며 독립적인 창작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추천] 이런 취향이라면 이 드라마 꼭 봐라

비쥬얼을 중시하는, 소위 '얼빠'라면 <무사 백동수> 볼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누나들의 희망이자 로망인 유승호가 나온다. <선덕여왕> 이후 2년 만에 사극으로 복귀한 우리 승호, 그 사이 남자가 다 됐다. 풀어헤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한 자루 칼을 휘두르는 그 호쾌한 몸놀림하며, 때때로 보여주는 우수에 찬 눈빛하며, 음…. 게다가 악역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사극에는 최수종이나 전광렬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무사 백동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수종은 안 나오지만 전광렬은 나온다. 거기에 최민수도 나온다. 조선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 검선 김광택으로 분한 전광렬과 그의 영원한 맞수 흑사초롱의 천주로 분한 최민수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은 극 초반 아역들을 대신해 <무사 백동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비추] 이런 취향이라면 이 드라마는 글쎄...

원작의 열렬한 팬이라면 다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원작과는 사뭇 동떨어져 있기 때문. 원작에선 백동수와 홍국영, 이 두 콤비가 각각 문무를 담당하여 사도세자의 유지를 받들 준비를 해나가지만 드라마에선 홍국영 대신 여운이라는 캐릭터가 백동수와 짝을 이룬다.

원작의 팬들이 주인공 백동수보다 더 좋아하는 매력적인 악역 김홍연은 아예 드라마에서 사라졌고, 검선 김광택의 제자이자 백동수의 스승으로 나왔던 임수웅 역시 드라마에 등장하긴 하나 그 비중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아직까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원작에서는 '낭선'이나 '당파' 등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다채로운 무기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활용됐는지에 자세하고 실감나게 그려냈다. 그러나 드라마에선 이야기 전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신무기의 등장 빈도수도 적고, 그에 대한 설명도 자막으로 대체하는 수준이다.

트렌디 사극과 정통 사극의 매력적인 조화 <공주의 남자>

▲ KBS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두 주연배우 문채원(이세령 역)과 박시후(김승유 역). ⓒ KBS


<공주의 남자>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린다. 원수지간인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아들, 딸이 벌이는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역사적 사건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공주의 남자>를 단순히 로맨스 사극이라는 틀에 가두기엔 부족함이 있다. 극중 김승유(박시후 분)와 이세령(문채원 분)의 러브스토리가 계유정난이라는 무거운 역사의 토대 위에서 굴러가기 때문이다.

[추천] 이런 취향이라면 이 드라마 꼭 봐라

애들이나 여자들이 좋아하는 로맨스 퓨전 사극일 거라 지레 단정하고 채널 돌리는 정통사극 마니아라면 잠시 리모컨을 손에서 떼라고 권하고 싶다. 이순재(김종서 역)와 김영철(수양대군 역)의 중후한 사극연기를 한 장면이라도 본다면 채널 돌리고픈 마음 쏙 들어갈 것이 분명하니까.

<공주의 남자>의 가장 큰 장점은 정통사극의 진지한 분위기와 트렌디한 사극의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을 걱정하는 김종서과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수양대군의 물밑 대결이 정치사극만큼 긴장감 있게 그려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오해와 우연을 통해 첫 만남을 갖고 인연을 쌓아가는 로맨틱 코미디물의 공식처럼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비추] 이런 취향이라면 이 드라마는 글쎄..

주연배우의 연기력을 채널 선정 이유 1순위로 올려놓는 당신이라면 조금 망설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문채원의 연기가 아직은 극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해 보이기 때문. 2008년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준 <바람의 화원>과 비교했을 때 딱히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정통사극 마니아라면 채널 고정 <계백>

▲ MBC 월화드라마 <계백>의 타이틀롤 이서진. ⓒ MBC


<계백>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백제의 유명한 장수 계백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다. 대중들에겐 신라와 당나라의 나당 연합군 5만 대군에 맞서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에 나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비운의 무장으로 각인된 장수 계백. 그동안 <선덕여왕>과 같이 동시대를 다룬 사극에서 주변인물로 다룬 적은 있으나 이처럼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사극은 첫 번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추천] 이런 취향이라면 이 드라마 꼭 봐라

대규모 전쟁신과 궁궐 안에서 펼쳐지는 온갖 음모와 암투를 즐기는 정통사극 마니아라면 <계백>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역사적인 장수인 만큼, 또 시대배경이 삼국시대 말엽인 만큼 전쟁신은 원 없이 볼 수 있을 것이고, <선덕여왕> 미실과 비견되는 사택비(오연수 분)의 등장은 의자왕과 계백,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싸움에 대한 기대감을 높게 만든다.

게다가 <주몽><선덕여왕> 등 MBC를 대표하는 사극의 연출 경험이 있는 김근홍 PD가 연출을 맡고, <다모>를 집필했던 정형수 작가가 극본을 맡았으니 적어도 완성도 측면에선 걱정할 게 없을 것이다. 또한 이서진, 조재현, 오연수, 차인표, 전노민, 안길강 등 내로라하는 연기자들이 총출동하니 손발이 오그라들 걱정은 일찌감치 접어두시라.

[비추] 이런 취향이라면 이 드라마는 글쎄...

'사극은 고증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계백>은 고민을 좀 해야 하는 드라마다. 황산벌 전투는 워낙 유명하니 잘 알고 있지만 사실 그것 이외에는 계백에 대해, 의자왕에 대해, 멸망 직전의 백제에 대해 그다지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계백>은 필연적으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실존 인물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과 재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사극은 대체로 이기는 쪽을 그려왔다. 그러나 계백이 황산벌 전투에서 몇 차례 승리를 거두다 결국 수에서 밀려 패하고 백제가 멸망한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계백>은 태생적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의 드라마를 싫어한다면 좀 망설여야 할 게다. 한 번 잘못 발 들여놨다가 결국 마지막에 가서 눈물 쏟는 수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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