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정치...언제 연꽃처럼 피우려나?
[길을 걷다 만난 풍경 10] 한 여름,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픈 연꽃 한 송이
▲ 덕진 연못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연꽃'에 관한 이야기. ⓒ 박주현
온통 '연꽃바다'다. 해마다 이맘때면 꽃망울을 터트리는 연꽃이지만, 올해는 긴 장마를 뚫고 피어난 연꽃이어서인지 어느 때보다 청아하고 아름답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변함없는 모습이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 가녀린 잎 사이로 숨은 연꽃. ⓒ 박주현
덕진연못 연꽃은 오랜 역사로도 유명하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를 이루고 있는 전주가 북쪽만 열려있는 탓에 땅의 기운이 낮아 가련산과 건지산 사이를 제방으로 막아 지맥이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못을 축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고려시대 농사용이 아닌, 풍수지리적 용도로 연못을 조성했다"는 공원입구 게시글이 시선을 끈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청아한 꽃향기 취해 한여름 인파 '북적'
▲ 비록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화려한 꽃과 은은한 향기는 늘 새롭다. ⓒ 박주현
그래서인지 지금도 덕진연못의 지리적, 풍수학적 가치를 연구하는데 관심을 갖는 학자들도 있다. 생태계 보고로서의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홍연은 물론 창포와 수양버들이 흐드러지고 거북 등 각종 수중생물의 서식지로도 한 몫 하기 때문이다. 도심 심장부에 자리해 열섬 완화 등 환경적인 문제들을 해소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심 연못은 휴식처이자 기온과 기를 다스려주는 완충지대인 셈이다.
장마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연홍빛의 연꽃이 길게 만개해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비록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화려한 꽃과 은은한 향기는 늘 새롭다. 인근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지 일원에서도 '서동연꽃축제'가 함께 열려 연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양 지역을 오간다.
▲ 덕진연못은 도심 휴식처이자 기온과 기를 다스려주는 완충지대이다. ⓒ 박주현
▲ 진흙투성이 연못에서 자라지만 정작 자신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모양이 부처를 닮았다. ⓒ 박주현
덕진연못의 연꽃은 대부분 홍련으로 전국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연꽃의 크기가 크고, 면적도 넓다. 연못 입구에 들어서면 푯말에 새겨진 '연꽃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연못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생식물서 일명 만다라화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는 효녀 심청이가 용궁에서 물 밖으로 타고 나왔다는 이야기로 하여 친근감을 지니게 된 꽃이다. 땅 속 줄기는 흙속을 기어 다니며 가을이 되면 살이 쪄 식용으로 쓰인다. 7~8월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달결꼴의 분홍빛 꽃이 매우 아름답게 핀다. 특히 덕진연못의 연꽃은 덕진채련이라 하여 저녁노을과 달밤을 끼고 뜸부기 우는 호반에서 피리소리에 젖음 짐짓 꺽어든 연꽃의 풍경이 전주 8경의 하나로 꼽히던 명소이다."
오랜 시공 뛰어넘는 강한 생명력, 변치 않는 청순함...깨우침 전달
▲ 오랜 시공을 뛰어넘는 강한 연꽃의 생명력과 변치 않는 청순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박주현
사전적 의미로 연꽃은 이처럼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로,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온 식물이다. 연못에서 자라고 논밭에서 재배하기도 하지만 뿌리줄기는 굵고 옆으로 뻗어가며 마디가 많고 가을에는 특히 끝부분이 굵어진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나와서 높이 1∼2m로 자란 잎자루 끝에 달리고 둥글다. 또한 지름 40cm 내외로서 물에 젖지 않으며 잎맥이 방사상으로 퍼지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자루는 겉에 가시가 있고 안에 있는 구멍은 땅속줄기의 구멍과 통한다.
대부분 연꽃은 7∼8월에 피기 때문에 여름꽃이라고도 부른다. 꽃은 홍색 또는 백색 꽃줄기 끝에 1개씩 달리고 지름 15∼20cm이며 꽃줄기에 가시가 있다.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수술은 여러 개이다. 꽃 턱은 크고 편평하며 지름 10cm 정도이고 열매는 견과이다. 종자가 꽃턱의 구멍에 들어 있다. 종자의 수명은 길고 2천 년 묵은 종자가 발아한 예가 있다. 품종은 일반적으로 대륜·중륜·소륜으로 나눈다.
▲ 깨끗하고 청순함을 잃지 않는 연꽃과는 달리 우리 정치는 썩은 진흙탕 속에서 좀처럼 헤어날 줄 모른다. ⓒ 박주현
잎은 수렴제·지혈제로 사용하거나 민간에서 오줌싸개 치료에 이용한다는 속설도 있다. 땅속줄기는 연근이라고 하며, 비타민과 미네랄의 함량이 비교적 높아 생채나 그 밖의 요리에 많이 이용한다. 뿌리줄기와 열매는 약용으로 하고 부인병에 쓴다.
그래서 연꽃은 불교에서 가장 대접받는 꽃이기도 하다. 진흙투성이 연못에서 자라지만 정작 자신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모양이 부처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불교에서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려 꽃이 피었다고 전하며,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신자가 연꽃 위에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오랜 시공을 뛰어넘는 강한 연꽃의 생명력과 변치 않는 청순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깨끗한 정치를 하도록 한 송이 연꽃을 가슴에 꼭 품기를 권한다. ⓒ 박주현
이른 아침 느린 걸음으로 덕진연못을 걷노라면 막 피어오른 봉오리와 이슬자국이 남아 있는 푸른 연잎들을 만날 수 있다. 더위에 지칠 무렵 누구나 이곳에 오면 선비가 되고 규수가 되어 넉넉해진다는 옛말도 있다. 특히 주변에 있는 전주한옥마을, 조경단, 경기전, 견훤왕궁, 호남제일문, 풍남문, 전주향교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게다가 풍부한 재료의 음식을 즐기면서 옛 선비들의 멋과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소통하는 정치, 깨끗한 정치 위해 한 송이 연꽃 권하고 싶어
▲ 진흙탕에 갇혀있는 정치인 모두에게 이 연꽃을... ⓒ 박주현
그런데 늘 깨끗하고 청순함을 잃지 않는 연꽃과는 달리 우리 정치는 썩은 진흙탕 속에서 좀처럼 헤어날 줄 모른다. 민심과 동떨어진 '불통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권재진 법무장관-한상대 검찰총장 강행 인사는 대표적 케이스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이번처럼 인사안에 거세게 반대한 적이 없지만 충고와 조언은 쇠귀에 경 읽기다.
오죽하면 "오기와 배짱도 이 정도면 국보급 수준"이라는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측근 챙기기, 고소영-강부자 내각, 회전문 인사 등 그동안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쏟아져 나온 비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번 인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결정판이라는 지적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의 마음속에 한 송이 연꽃을 품으라고 간절히 권하고 싶다.
▲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의 마음속에 한 송이 연꽃을 품으라고 간절히 권하고 싶다. ⓒ 박주현
고집불통의 인사방식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이제 국회의 청문회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회도 이전투구 진흙탕이 따로 없다.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은 언제 끝날 줄 모른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휩쓸리는 '불통국회'가 된지 오래다.
'반값 등록금' 꼼수와 4대강 강행에 따른 부작용과 피해 방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전국 시민·노동자들의 희망버스 무력화 묵인, 무차별적 언론장악이 빚은 해고와 도청파문 확산 등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깨끗한 정치를 하도록 한 송이 연꽃을 가슴에 꼭 품기를 권한다. 포퓰리즘이란 주술을 걷어내고 치열한 고민과 실천을 통해 한 송이 연꽃과 같은 결실을 피워주길 간곡히 주문하며 연꽃을 사진에 담아 전한다. 진흙탕에 갇혀있는 그들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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