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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고택, 꽁꽁 잠가둘 만하구나

선암서원, 운강고택과 만화정

등록|2011.07.25 09:15 수정|2011.07.25 09:15
무더위에 지쳐 있는 날 좋은 답사가 생겼다. 평상시 개방이 되지 않는 고택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경주를 나서 운문댐을 지나 청도군으로 간다.

운문댐을 지나가는 길에 전망대운문댐을 지나가는 길에 전망대 ⓒ 김환대


경북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일대에 고택들 중 가장 보고 싶은 고택이 운강고택이다. 예전에는 미처 몰라 사진을 담지 못했으나 이후 여러 차례 답사하여도 문이 늘 잠겨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으나 지역 내에 문화재 해설사의 안내로 이번에는 제대로 운강고택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선암서원 들어가는 문선암서원 들어가는 문 ⓒ 김환대


운강고택을 둘러보기 전에 선암서원을 먼저 둘러보았다. 동창천 물이 굽이쳐 흐르는 선암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건물은 삼족당 김대유, 소요당 박하담 두 분을 향사하던 곳이다. 원래는 매전면 동산리에 운수정을 세우고 두 분의 위패를 모시고 향사하였으나 위패를 지금의 위치로 옮기고 선암서원이라고 불렀다.

1868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하여 훼철되었고 지금의 건물들은 고종 때 소요당 선생의 후손들이 다시 중건한 것으로 당시 이름을 선암서당으로 고쳤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행랑채가 있고 그 너머로 소요당이 있으며 토담이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고 있다.

선암서원선암서원 ⓒ 김환대


건물배치가 일반적인 서원과 달리 특이하게 상류층의 주택에다 서당을 덧붙인 형식을 있다. 강당인 소요당과 뒷편에는 장판각, 안채인, 사랑채격인 득월정(得月亭)이 있다. 득월정에는 현재 전통고가 숙박체험이 가능하다.

선암서원 현판선암서원 현판 ⓒ 김환대


선암서원 장판각선암서원 장판각 ⓒ 김환대


강당인 소요당은 작은 전통찻집으로 소요당(逍遙堂)이란 현판은 미수 허목의 글씨라 해설사는 설명하나 진품인지는 의문스럽다. 소요당은 박하담의 호이며 이 건물은 박하담을 기려 세워졌다. 정면에 보이는 작은 문을 통과하면 앞에는 동창천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주변은 소요대라 하여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운강고택 들어가는 문운강고택 들어가는 문 ⓒ 김환대


이제 운강고택을 둘러보기로 하여 출발하였다. 운강고택이 있는 신지리 섶말 마을에는 섬암고택, 도일고택, 명중고택 등이 몰려있다. 도로변에 다 있어 쉽게 고택들임을 알 수 있다. 고택들은 대부분 비어 있거나 관리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아 보인다. 운강고택도 도로변에 문화재 안내문이 있으나 잘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운강고택 입구운강고택 입구 ⓒ 김환대


중요민속자료 제106호인 운강고택은 소요당 박하담이 벼슬을 사양하고 이곳에 서당을 지어 후학을 양성했던 옛터에 박정주가 분가하면서 살림집으로 건립한 가옥으로 운강 박시묵이 1824년에 중건하고 1905년 박순병이 다시 중수하였다. 설명문에 따라 년도는 일부 달라진다. 인물에 대한 설명 보다는 이 가옥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드디어 굳게 잠겨져 있던 문을 열고 내부를 둘러본다.

운강고택 안채 전경운강고택 안채 전경 ⓒ 김환대


높은 솟을대문을 통과하면 넓은 마당이 펼쳐진다. 역시 큰 규모의 집임을 실감케 한다. 안채와 사랑 안채, 사랑채, 중사랑채, 행랑채, 대문채, 곳간채와 가묘를 갖추고 있는 상류 주택이다.

내외문내외문은 사랑채 앞을 피하여 여인들이 안채로 드나드는 작은 문이다. ⓒ 김환대


내외문은 여인들이 드나드는 문으로 사랑채에서 안채를 드나드는 작은 문인데 작은 문이기도 하지만 고리가 윗부분 까지 있어 이색적이다. 가옥마다 특징이 있지만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방문칸에는 문짝은 작은 유리를 설치하여 방문을 열지 않고도 안에서 바깥쪽을 다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 눈에 띈다.

꽃담사랑채와 중문간채 사이에 있는 꽃담은 운강고택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 김환대


사랑채와 중문간채 사이에 있는 꽃담은 운강고택의 아름다움을 더하며 이 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한국 가옥의 아름다운 담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담의 문양은 吉자와 꽃무늬가 잘 조화되어 있어 운강고택하면 다들 이 꽃담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안채에 들어서면 역시나 넓은 마당에 대 저택임을 알 수 있다. 여성들에 대한 배려도 일부 엿 볼 수 있는데 가옥의 디딤마루도 디딤돌로 대신 골판자 나무를 깎아서 신발을 벗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이색적이다.

디딤마루디딤마루는 운강고택에서 보기 드문 곳으로 여인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 김환대


작은방도 있는데 주로 딸이나 며느리가 함께 거주한 방이다. 디딜방아도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 가옥 구조나 볼거리가 많이 있다.

디딜방아디딜방아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 김환대


화장실에도 투각한 문양들이 조각되어 있으며 문짝마다 붙은 장식 문양들도 다양하여 다 둘러보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이 넓은 집을 아직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늘 문을 잠겨둔 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많았다.

만화정

인근에 운강고택 부속 건물로 만화정이 있는데 1856년경 건립한 정자로 동창천을 끼고 울창한 숲과 잘 어우러진 곳에 있다.

만화정 만화정 ⓒ 김환대


특히 6·25 전쟁때 이승만 대통령이 숙식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평상시에는 늘 문이 잠겨져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간다.

만화정으로 들어가는 문만화정으로 들어가는 문 ⓒ 김환대


들어서면 관리사 기단부에는 막돌을 쌓고 속에 눈에 들어오는 장식돌이 보이는데 연화문 문양이 예사롭지 않다. 주변에서 옮겨다 놓은 것으로 보인다.

연화문 장식 석축에 돌연화문 장식 석축에 돌 ⓒ 김환대


안마당에는 雲翁이라 쓰인 석물과 江亭이라 쓰인 석물 2개가 축대 계단 좌우에 있다. 올라가는 계단 기둥에는 인안(仁安)과 의심(義心)이라고 새겨져 있다.

만화정 만화정은 문이 늘 잠겨져 있다. ⓒ 김환대


만화정의 누마루는 방이 정면으로 돌출해 있다. 누마루는 좌·우 측면과 정면에 계자난간을 달았다. 대청 좌·우에는 한 칸 규모의 방과 두 칸으로 된 방이 있으며, 대청과 이들 방 사이에는 두짝 불발기 여닫이문이 있다. 잠시 앉아 쉬고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무더위를 날려 주기에 충분하다.

용머리 조각용머리 조각 ⓒ 김환대


내부에는 도리에 화반대공을 조각하였고 특히 용머리가 받치고 있게 조각한 것이 있어 잘 살펴 보아야 한다.

강남반점 스님짜장면강남반점 스님짜장면 ⓒ 김환대


점심시간이 되어 동곡으로 나가서 원조 사찰짜장으로 유명한 강남반점에 들러 스님 짜장면을 먹고 운문사를 둘러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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