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괴 지시 문건 공개
노조 집행부 징계 계획 등 담긴 5쪽 문서...사측 "그런 문건 작성한 적 없어"
▲ 민주노총울산본부와 금속노조가 25일 공개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대한 문건. 오른쪽 상단에 현대차 로고가 새겨져 있는 문건은 '금속노조 교섭전략과 단계별 대응방안'의 목차로 쓰여진 모두 5쪽의 문서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5일간의 공장 점거 농성을 벌인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탈퇴 공작과 노조 임원 해고 등을 지시하는 현대자동차 원청의 로고가 찍힌 문건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는 25일 이 문건을 공개하고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불법 부당개입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직접 행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직화 소송 탈퇴 관여도
민주노총울산본부와 금속노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오른쪽 상단에 현대차 로고가 새겨져 있는 문건은 '금속노조 교섭전략과 단계별 대응방안'의 목차로 쓰여진 모두 5쪽의 문서다.
이 문서에는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노조) 조합원들의 집단행동(2010년 파업)에 대한 징계상황과 추가 징계 논리 ▲ 비정규직노동자 정규직화를 위한 근로자지위 확인 집단소송과 노동조합 탈퇴 종용 ▲ 현대자비정규직지회 이웅화 비대위원장 및 사업부대표 추가 징계(해고)통보 등으로 되어 있다.
이는 지난해 파업 이후 진행된 징계를 현대차가 주도했고, 정규직화를 위한 비정규직의 집단 소송에도 관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노동자(비정규직)들과 직접 고용관계가 아니며, 사내하청노조 탄압 등은 현대차 원청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문서에는 현대자동차 원청이 직접 사내하청 업체에 징계 해고 등을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정규직노조 탄압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던 현대차가 노동조합 탈퇴를 겁박하고, 노조 집행부 임원의 징계 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또 "현대차는 오히려 노동자 탄압을 노골화하고 비정규직노조를 붕괴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번에 발견한 회사의 문서에서는 현재 조합원들이 진행중인 정규직 지위확인 집단소송에 대해 '소송은 멀고 해고는 가깝다'면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했음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건에는 '주요 핵심인자 추가 조치 필요'라는 제목으로 이웅화 비대위원장 등 사업부 대표들에 대해 '즉시 징계위 개최 통보 및 추가징계 해고통보'를 적시하고 있다"며 "이는 앞서 진행된 기존의 징계 역시 원청이 개입한 것임을 반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 문건은 이웅화 비대위원장이 2개월 정직 후 현장에 복귀하는 날인 4월 26일 해고된 정황과도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해 파업 당시 지도부가 사퇴하고 지난 3월부터 비상대책위 체계를 유지해 왔고, 현재 새 임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거쳐 노동조합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이번 문서를 통해 드러났듯이 비정규직 지회의 선거과정에도 현대차 원청이 직접개입해 후보자에 대한 징계와 해고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번 문서를 통해 현대차 원청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임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5월 현대차가 작성한 유성기업 파업유도 시나리오가 나온 것과 연계해 볼 때 현대차가 하청업체의 노무관리 등 직접적인 개입을 일상적으로 해온 부도덕한 노동탄압 악덕기업임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대법원 판결에서 드러났고 문건처럼 직접 사용자로 비정규직노동자를 노무관리해온 것처럼 현대차는 진짜 사장임을 시인하고 즉각 정규직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앞으로 진행될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새로운 임원선거를 비롯해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당개입과 부당징계, 폭력적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차 "이번 로고 2006년 이후 사용한 적 없다"
이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문건을 작성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25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그런 문건을 작성한 적이 없으며, 문건에 찍힌 로고는 지난 2006년 이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문건에 나온 현대차 로고는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공식 후원사로 사용한 것으로, FIFA 규정상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2006년 이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문건을 보면 내용 간의 연속성이 떨어지는데, 우리는 이런 식으로 보고하지 않는다"며 문건 작성을 부인했다.
한편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2년 이상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에서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 고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이행되지 않자 비정규직노조가 25일간 공장 점거 농성을 벌였고 이후 100여 명이 해고되고 1000여명이 징계를 받았지만 정규직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