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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에서 환불을? 이런 '진상'을 봤나

[불면의 밤 ②] 24시간 교대근무 숙박업소 종업원... 여성들 생리불순은 다반사

등록|2011.08.05 11:02 수정|2011.08.05 11:02

▲ 러브호텔 ⓒ 김지현


달콤해야 할 밤 시간마저도 쓰디쓰게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숙박업소(모텔, 여관 등) 종업원. 경력 7년의 전직 모텔 종업원 정민(가명, 36)씨에게 잠들지 못하는 그들의 일상을 들어봤다. 아래는 정민씨와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내 직장은 러브호텔... 경력 7년차예요

아침 9시.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이다. 출근이라 하면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을 생각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계단만 내려오면, 아니 내가 사는 곳이 곧 일터다. 숙박업소, 일명 러브호텔. 다른 이들이 사랑을 속삭이거나 업무상의 이유로 잠시 머무르는 곳. 여기가 내 집이고 내 일터다.

7년 전, 사회에 나왔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던 나는 일단 먹고 자면서 일할 곳이 필요했다. 알음알음으로 닿은 곳은 다름 아닌 러브호텔. 이후 난 수많은 곳을 거쳐 여기 수도권의 한 호텔까지 왔다.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좀 일찍 나왔네? 오랜만이다, 민아."
"에이~ 형 어제 봐 놓고선 뭘 그래요. 어서 들어가서 쉬세요. 인수인계해 주실 거 어서 하시고요."

정확히 24시간 만에 다시 본 김 선배의 얼굴은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1년 전 옮긴 이 러브호텔은 24시간 맞교대제로 운영된다. 꼬박 24시간을 일하고 다음날은 쉰다. 하지만 24시간을 자지 않고 맞는 휴일은 엄밀히 말해 휴일이 아니다. 나도 2~3년차 때는 이 생활 패턴이 적응이 안 돼 고생했다. 하지만 먹고 살려면 이것도 익숙해져야 한다. 김 선배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있을 때, 나랑 같은 조인 지혜가 카운터에 왔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이 아이랑 24시간을 보내야 한다.

인수인계 후엔 오전 일과인 복도 청소를 시작한다. 복도 끝에 청소팀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청소기를 잡는다. 점심시간에 맞추려면 부지런히 청소해야 한다. 그동안 지혜는 카운터 주변을 정리하고 대실 위주의 낮 손님맞이를 준비한다.

"오빠, 점심 드시러 내려 오래요."

▲ 일반적인 러브호텔의 고용 구조. 당번(남성)과 캐셔(여성)은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한다고 한다 ⓒ 김지현

러브호텔 자체에 고용돼 있는 이모님이 점심상을 차려 주면 전 직원이 함께 밥을 먹는다. 이곳도 여느 직장처럼 각자의 역할이 있다. 사장 아래 지배인, 지배인 아래 각기 청소팀, 당번(남성, 청소·주차·카운터 업무), 캐셔(여성, 카운터 업무), 보조(청소 위주의 잡 업무)가 있다.

"민씨, 밥은 맛이 없어요?"

한국말에 서툰 이 아가씨는 중국에서 왔다. 모텔업계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상당히 많은 편. 대부분이 불법으로 일하며, 단속이 뜨면 손님으로 가장해 방에 숨기도 한다. 그래도 청소팀은 밤 11시면 퇴근해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어서 부럽다.

나와 지혜 같은 '당번', 일명 캐셔들은 24시간 일하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우리 아래 보조들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든 나날을 보낸다. 보조들은 대개 12시간 맞교대로 움직이는데 하루 종일 침대 시트를 간다. 나도 당연히 보조 시절이 있었다. 당시 근무하던 모텔은 유흥업소랑 연결돼 있어 침대 시트를 치우다가 '2차 손님' 맞으러 부랴부랴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당번이 보조보단 낫다. 남이 자고 간 역한 냄새를 맡는 일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러브호텔에서 환불을? 당당한 그들... 하지만 당했다

대부분 낮에는 '뭔가'에 쫓기는 듯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는다. 낮에도 은근히 이어지던 발길은 해가 어스름해지면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인간의 습성 때문이랄까.

한 남녀가 카운터로 다가온다. 우리 사장은 '센스'있게도 남자 손님이 방값을 지불하는 동안 여성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놨다. 여자 손님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나. 말끔한 차림의 남자 손님. 요새 러브호텔을 찾는 손님들은 대개 깔끔한 인상을 풍긴다. 더욱이나 해가 지면 '낮손님'과는 달리 뭔가 당당한 포스마저 느껴진다.

"일반실은 5만 원, 특실은 6만 원입니다."
"일반실 하나 줘."

나이도 고만고만한 것 같은데 어디서 날 봤다고 반말을… 그래도 참는다.

"5만 원입니다. 손님."

툭. 내 앞에 돈을 던지는 남자 손님. 깔끔한 인상은 봐줄만 하나 거만한 태도는 용납이 안 된다. 그래도 별 수 없다.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입실한 지 한 20~30분 지났을까. 그 거만한 남녀 손님이 카운터로 도로 왔다. 여자 손님은 이미 나갔고, 남자 손님이 불쾌하다는 말투로 말한다.

"여자친구가 여기 방이 마음에 안 든다네. 아직 한 시간 안 지났으니까 환불되지?"

손님들이 20~30분 사이에 환불을 요구하면 대개 해주는 게 좋다. '야놀자' 같은 사이트에 소문이라도 잘못 퍼지면 손해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니까. 이 경우엔 다른 종업원이 그 방에 올라가서 객실 점검을 한다. 하지만 같은 조인 지혜가 화장실에 가고 없는 상황. 내가 카운터를 비울 수도 없고…. 그냥 환불해 줄 수밖에.

"방 조명이 너무 밝아. 나중에 사장한테 꼭 말해라. 응?"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무래도 께름칙하다. 지혜가 돌아오면 그 방에 올라가 봐야 겠다.

▲ 방 값도 지불 안 한 것도 모자라 흔적까지 남기는 손님은 최악이라고 한다 ⓒ 김지현


"아…. 이런…"

방금 왔다 갔던 남녀는 이미 정사를 마쳤다. 침대는 어지럽혀져 있었고, 바닥엔 단백질 가득 찬 콘돔이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혀끝에 쌍시옷을 붙여가며 나에게 돈을 던졌던 남자가 사용했던 콘돔을 주워 휴지통에 넣는다. 손이 타액으로 미끈하다.

"지혜야. 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할 건 다하고 돈도 들고 가버렸어. 아 진짜. 저렇게 살면 안 되지…"
"에이, 오빠. 그래도 저게 어디에요. 지난번에 커플 PC 있는데 달라고 해서 줬더니 컴퓨터 부품 다 빼간 애들보단 낫잖아요. 결국 걔네 경찰에 잡혔다죠? 그냥 그려러니 하세요."

그래, 저것들보다 더 황당한 손님들도 많다. 저번엔 원조교제 커플이 와서 난리를 치지 않았던가. 남자는 사전에 합의한 조건에 맞지 않다고 여자를 때리고, 여자는 같이 경찰서 가자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내가 중간에서 합의를 봐줬으니 할 말 다했다.

띵똥 소리만 나도 "일반 5만 원, 특실 6만 원"... 나는 자동응답기

자정까지는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다. 손님 차량 주차하랴, 카운터 보랴. 게다가 청소팀이 퇴근하면 대실 손님 방까지 청소해야 한다. 대실 손님들이 빠지고 숙박 손님들이 얼추 방을 채우면 시계바늘은 이미 자정을 넘어서 있다.

일터의 특성상 여성 캐셔 혼자 카운터를 지키는 건 무리다. 때문에 자정부터는 당번인 나도 카운터 업무를 본다. 난 7년 경력이라 어느 정도 적응됐지만 지혜는 좀 힘든가 보다. 지혜는 야간 노동하는 여성들이 겪는 '달거리(월경) 불순' 때문에 고생이다. 한 달 내내 월경을 할 때도 있어 생리대를 항상 갖고 다닌다.

새벽 2시. 눈이 뻑뻑하고 자주 감긴다. 지혜와 나는 교대로 선잠을 잔다. 전에 근무했던 러브호텔은 종업원들이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여기는 그마저도 없다. 카운터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이나마도 다행이다. 어떤 러브호텔은 아예 잠도 못 자게 한다더라.

▲ 작은소리에도 잠이 깨는 숙박업소 종업원들. 일을 그만둬도 잘 고쳐지지 않는단다 ⓒ 김지현


'띵동! 드르륵'
"일반실 5만 원, 특실 6만 원입니다."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기계처럼 소리가 나온다. 이쪽에서 일하면서부터 잠을 깊게 못 잔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깨기 일쑤. 경력 10년차인 김 선배는 항상 자기 몸이 서서히 죽어간다고 넋두리를 해댔다.

"일반실이요. 카드 결제되나요?"
"손님. 현금 없으세요?"
"그냥 카드로 해주세요."

숙박업소들이 카드 결제보다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건 세금 때문이다. 카드 결제를 하면 사장이 신고해야 할 소득은 더 커진다. 당연히 세금도 많아질 수밖에…. 주로 현금으로 받고 소득신고를 할 때는 카드 결제 금액에 현금 수입을 조금 더 얹어서 신고한다. 지배인은 사장한테 당할 수만은 없다며 장부를 몰래 복사해 놓았다. 나중에 결정적 카드로 쓴다나 뭐라나….

러브호텔이 싫으면 종업원이 떠나야지... 빨리 뜨자

사람들은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난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셔본 적이 없다. 그저 피곤한 눈을 비벼대는 캐셔와 함께 졸음을 이겨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오늘은 좀 기운이 난다. 바로 월급날. 우리 같은 숙박업소 종업원들은 최저임금이라든지 이런 개념 자체가 없다. 기본급 얼마에 수당이 붙을 따름이다.

"오빠, 오빠는 월급 받으면 뭐하실 거예요?"
"흠…. 아직 뭐 특별한 계획 없는데?"
"저는요, 봐둔 가방이 하나 있거든요. 그거 사려고요."

숙식을 제공받는 숙박업소 종업원들은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다. 그렇기에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돈을 모으기도 그만큼 쉽다. 잠자리와 식사 모두 제공되기 때문이다. 지출해 봐야 전화비랑 새벽에 간간이 사먹는 야식 값이 전부다. 초반엔 나도 돈을 좀 만지게 되니까 신나서 막 써댔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어서 돈을 모아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이쪽은 오랫동안 일하면 안 될 분야다. 날이 갈수록 일하는 사람들의 연령은 젊어지고, 나이를 먹을수록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퇴직금도 따로 없고 4대 보험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일단은 나갈 돈이 필요하다. 개같이 모아야 한다.

이곳을 뜨면 장사를 할 생각이다.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일하는 그런 생활. 쉴 때도 쉬는 게 아니고 일할 때는 잠도 못 자는 지금 생활은 비전이 없다.

"오빠…. 오빠는 월급 얼마 정도 받아요?"
"나? 한 230만 원 정도 받아…."
"어휴…. 그래요? 전 오빠랑 같은 시간 일하는데 150만 원 정도잖아요. 물론 오빠가 하는 일은 더 많지만요…."

▲ 말도 안 되는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는 숙박업계. 그들의 주 수입원은 불법의 영역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오해마시길, 단위는 원이다. ⓒ 김지현

뉴스를 보면 임금협상이라는 단어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다. 우리는 시급도 아니고 기본급 얼마에 대실·숙박 1건당 각각 1000원, 이런 식으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당번의 경우 음료권 판매를 통해 수입을 챙긴다.

숙박업소에서의 주류 판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왜냐? 손님이 달라니까. 기본 안주에 맥주 3~4병 정도 묶어서 팔면 그 수익은 당번이 챙긴다. 불법이라 단속이 뜨면 부랴부랴 술을 숨겨야 한다. 그래도 이 음료권 수입마저 없으면 나 같은 당번들 수입은 확 줄어들고 만다. 사장들은 법을 지키면서 기본급을 올려줄 위인들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숙박업소 종업원들에게도 노동조합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노동 여건이나 임금 수준이 좀 나아지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이 업계는 이직률이 상당히 높은데 대개 업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박차고 나온다. 다른 업계로 취업하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러브호텔 문을 두드리기 일쑤다.

다시는 러브호텔에 가지 않을 테다

"야! 민아!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냐. 얼른 퇴근해서 좀 쉬어라. 얼굴이 말이 아니네…."

아침 9시. 길고 긴 24시간이 흘렀다. 김 선배가 내 뒷목을 주물러 준다. 지혜도 졸린 기색이 역력하다. 재빠르게 인수인계를 해주고 러브호텔 앞에서 담배에 불을 당긴다.

"담배나 같이 피자. 민아. 어휴 어제 좀 잤더니 한결 낫네. 그나저나 우린 언제 한 잔 하냐? 한 잔 하자고 한 지 꽤 됐는데 뭐 시간이 안 맞으니…"

24시간 맞교대니 시간이 맞을 턱이 없다. 일을 마치고 들어가 쉬기도 바쁜데 술 한 잔은 사치다. 그저 단 하루만이라도 휴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걸러 하루 24시간, 한 달 내내 일하니 휴일이 없다. 단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다면 3일을 쉬는 셈이 된다. 그런 날은 매년 명절 때 하는 것처럼 당일치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럼 우리도 좀 제대로 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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