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물폭탄'에 오세훈 주민투표 떠내려 가나
최악 수해로 주민투표 회의론... 매서운 야당 공세에 여당도 우려
▲ 27일 출근길 강남대로입니다. (엄지뉴스 전송: 9998님) ⓒ 엄지뉴스
서울시가 '물폭탄'에 휩쓸리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싼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시가 사상 최악의 집중호우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과연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수해가 서울시의 부실한 예방 시스템 탓에 일어난 '인재'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는데다 "주민투표 비용 180억을 피해 복구에 쓰라"는 야당의 공세도 어느 때보다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오세이돈'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은 오세훈 시장이 강남을 덮친 '물폭탄'으로 쉽지 않은 정치적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최대 위기 맞은 '오세이돈' 오세훈, 주민투표 발의 연기
▲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가 서울시에 청구된 가운데, 지난 6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청사 대회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투표 기자설명회를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뒤편으로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서울 시민들로부터 80만1263명의 서명을 받은 서명지가 쌓여있다. ⓒ 유성호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28일 "지난해 추석 연휴에 발생한 수해 직후 여러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하수관의 구조적 문제와 관리 시설 부족 등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며 "그럼에도 1년 만에 똑같은 피해가 반복된 것은 '엉뚱한 데'예산을 쓰고 '엉뚱한 짓'을 하느라 직무를 태만히 한 서울 시장 탓"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엉뚱한 예산'의 예로 한강르네상스 5400억 원,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180억 원 등을 언급하면서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감사원도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고 예산낭비와 특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재난이 내실이 아닌 겉치레에만 치중해온 서울시장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난에서 오 시장은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서울시는 한발 후퇴했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를 연기했다. 오 시장의 핵심 지지층이 모여있는 강남 지역이 사상 최악의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주민투표를 발의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낀 탓으로 보인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복구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주민투표 발의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세 수위 높이는 야권... "주민투표 동력 사라졌다"
발의 시점은 늦췄지만 서울시의 주민투표 강행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 대변인은 "주민투표 공표일로부터 7일 이내에 발의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다음달 1일까지는 발의할 계획"이라며 "주민투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다 33.3%라는 투표율을 달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투표일은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 다음달 23~25일 사이에 주민투표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번 물폭탄은 작년 한 해 인공하천 조성에 1158억 원을 배정하고 한강르네상스 5400억 원과 무상급식 주민투표 비용 180억 원을 물 쓰듯이 쓴 오 시장에 내리는 민심의 경종"이라며 "대권행보용 무상급식 반대 관제투표부터 과감히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서 "오세훈 시장이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든다더니 진짜 그렇게 되었네요. 혈세 투표 고집말고 수해복구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면 어떨까요"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이번 수해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할 동력이 약해졌고 오 시장이 져야할 정치적 부담이 더 커졌다"며 "주민투표 실시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심 깊어지는 한나라당, 주민투표 후폭풍 걱정
오 시장이 정치적 배수진을 치고 추진해온 주민투표를 당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한나라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내년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서울의 민심이 이번 수해와 주민투표 문제가 맞물릴 경우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서울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사상 최악의 피해로 복구 예산이 얼마나 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8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주민투표를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계획이 과연 서울시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만약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투표율 부족으로 무산되면 당 전체가 책임을 져야할 상황에 빠진다"며 "주민투표 포기에 따른 부담도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오 시장이 피해 복구에만 전념할 때"라고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