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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르는 장마...우리 집 식탁을 점령한 '제왕'

[나만의 보양식] '처치 곤란' 김치 찌꺼기로 만드는 '김치빈대떡'

등록|2011.07.29 10:11 수정|2011.07.29 10:11
오늘(28일) 새벽에는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더니 아침부터 불볕더위가 내리쬐었습니다. 점심때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군요. 날씨가 심상치 않은데요. 물폭탄 소식에 낮게 비행하는 전투기 소음까지 짜증나게 합니다.

무더운 날씨가 지속하면서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심할 때는 건강에 유의해야겠습니다. 전문가 의견에 의하면 여름에는 차가운 음식보다 땀을 흘리면서 먹는 뜨거운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합니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에는 따끈따끈한 부침개가 제격이지요.

제가 어렸을 때는 장마철에 호박부침개를 자주 해먹었습니다. 민물새우를 넣으면 고소하기가 그만이었지요. 비 내리는 날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밥반찬으로도 즐겨 먹었는데요. 어찌나 맛있는지 양철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피아노 연주보다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 밥상위에 오른 김치 빈대떡.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맛이 환상적입니다. 소화도 잘 되고요. ⓒ 조종안


우리 집 식탁에서 '왕' 대우받는 김치빈대떡

연이은 태풍 북상과 장마가 길어지면서 폭우도 2~3일 걸러 쏟아지는데요. 비가 내리는 날은 물론 무더운 날에도 땀을 흘리면서 해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이름 하여 '김치빈대떡'. 지난 4월부터 우리 집 식탁에서 왕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혼자 있을 때나 아내와 함께 있을 때나 김치빈대떡을 만들어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요. 뜨겁고 매운맛을 감해주는 백김치 외에 다른 반찬이 필요 없습니다. 김치빈대떡에 모든 양념과 맛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김치찌꺼기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갈아넣어 만들었으니 '돼지고기 김치찌꺼기 부침개'라고 해야 맞겠지요. 그러나 듣기도, 말하기도 거북해서 '김치빈대떡'이라 부릅니다. 도톰한 모양이 빈대떡과 비슷하고 맛도 그 이상으로 좋으니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김치. 각종 성인병 예방과 항균·항암효과가 뛰어난 마늘, 생강 등이 들어간 김칫국물은 누가 뭐래도 진국이지요. 그러나 김치를 먹다보면 진국도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때가 있는데요. 잘만 이용하면 밥반찬, 아이들 간식, 술안주로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래도 김치빈대떡은 뜨거울 때 호호 불면서 먹어야 제맛이 납니다. 만들 때 흘리는 땀과 정성이 깃들어 맛을 배가시켜주는데요.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익히면 둘레는 튀김처럼 바삭바삭하고, 가운데는 녹두빈대떡보다 더 고소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어서 밥 한 공기는 뚝딱입니다.  

▲ 먹다 남은 무김치 찌꺼기. 굵고 긴 줄기는 잘게 썰어 보관합니다. ⓒ 조종안


삼계탕 부럽지 않은 '일석이조' 가족 보양식

우리가 평소 담가 먹는 김치는 배추김치, 파김치, 무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부추김치, 갓김치, 동치미 등 종류가 많으며 어느 게 맛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유의 뛰어난 맛을 지닌 건강식품입니다. 그 건강식품 찌꺼기로 여름 보양식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재료는 김치 찌꺼기와 돼지고기, 두부, 부침가루가 전부입니다. 고춧가루와 깨소금 등 양념도,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김치 찌꺼기가 양념 역할을 해주고, 돼지고기와 두부가 김칫국물과 어우러지면서 짠맛을 감해주거든요.

최근에 담근 김치보다 양념이 깊이 스며든 묵은 김치 찌꺼기가 더 좋습니다. 냄새를 염려할 독자가 계실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갈아서 넣은 돼지고기와 두부가 모두 제거해주니까요. 그래서 돼지고기는 되도록 기름 부위를 사는 게 좋습니다. 삼겹살이나 목살보다 값도 싸고 맛도 좋으니까요.

▲ 김치 찌꺼기를 모아놓은 큰 그릇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갈아 넣은 모습. ⓒ 조종안


▲ 김치빈대떡 반죽으로 거듭 탄생한 김치 찌꺼기. ⓒ 조종안


먼저 김치 찌꺼기를 모아놓은 그릇에 돼지고기 한 근과 두부 한두 모를 갈아넣고 손목이 아프도록 휘저어줍니다. 그래야 양념이 골고루 스며드니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연분홍색 반죽은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만들어먹습니다. 처음에는 계란을 풀어보기도 했는데요. 맛이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쉽게 타버려 넣지 않습니다.  

빨리 먹고 싶어 강한 불에 익히면 100% 실패합니다. 타버리거든요. 그러니 처음엔 보통 불로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어주고 버무린 재료를 한 수저나 한 수저 반쯤 떠서 보기 좋게 올려놓고 약한 불에 서서히 익혀야 합니다. 조금 덥기는 해도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니까요.

▲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3~5분 지났을 때 모습. 둘레부터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 조종안


3분~5분쯤 지나면 둘레가 노릇노릇하게 익기 시작합니다. 뒤집개로 살짝 건드렸을 때 혼자 움직일 정도가 되면 다 익었다는 표시인데요. 그때 뒤집어 줍니다. 뒤집을 때 부서지는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경험해야 '김치빈대떡' 기술자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도록. 

삼복더위에 즐겨 먹는 음식으로는 삼계탕, 보신탕을 비롯해서 냉면, 콩국수, 오이냉채, 비빔국수 등 다양한데요. 실속 있고, 맛도 좋으면서 영양가 높은 음식은 '김치빈대떡'이 으뜸일 거라 확신합니다.

▲ 완성된 김치빈대떡. 색깔이 예뻐 더욱 맛있게 보입니다. ⓒ 조종안


뒤집기를 2~3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음식도 따라올 수 없는 여름 보양식 김치 빈대떡이 완성됩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데요.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한 음식이지요. 

3년 전 맛없어서 먹다 버린 김치전의 '굴욕'을 딛고

혼자 먹기 아까워 소개하는 '김치빈대떡'. 맛과 영양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나 더 먹겠다고 가족이 싸우다 다치는 것까지는 책임지지 못합니다. 어렸을 때 장터 약장수에게 많이 듣던 소리죠. 그러나 사실입니다.

식사 시간을 즐겁게 해주고 냉장고 청소까지 해주는 '김치빈대떡'을 맛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오래되어 버려야 할 김칫국물에 밥을 비벼 먹기 좋아하는 아내와 다투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요.

먹다 남은 파김치, 배추김치, 무김치 등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라면 끌일 때 수프를 절반만 넣고 김칫국물을 2~3 수저 정도 넣고 끓이면 국물이 개운해서 좋았는데요. 라면을 한 달에 한두 번 끓여 먹으니까 늘어만 갔습니다. 저는 "냉장고만 차지하고 있으니 조금만 남기고 버리자!", 아내는 "밥을 비벼 먹으면 되니까 버리지 말자!"며 다투기도 했지요.
 

▲ 3년 전 아내가 만들어 주었던 김치전. 맛이 없어서 버렸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미안하더군요. ⓒ 조종안


고향으로 이사하던 3년 전에는 아내가 김치 찌꺼기로 김치전을 만들어주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그러나 맛은 실망. 한두 번 떼어먹다 치워놓았는데요. 아내가 정성 들여 만들어준 음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아내의 소탈한 식성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쌓여만 가는 김치찌꺼기를 어떻게 처치할지 고민하는데 보란 듯 밥을 비벼 먹으면 얄밉지요.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가 지난 4월 어느 날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부침개를 해먹자는 아내 의견을 따라 만들었는데 익는 냄새부터 환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집 냉장고에나 조금은 남아 있을 법한 김치 찌꺼기. 그러나 우리 집에는 없습니다. 모두 부침개를 만들어 먹었기 때문인데요. 팔월이 코앞이라고 하지만 무더위가 두 달은 더 갈 것 같으니 여름 보양식으로 으뜸인 김치빈대떡 만들기에 도전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기사공모 '이 여름을 건강하게- 나만의 보양식' 응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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