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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스토리 16] 상그리아, 여름날의 이야기

등록|2011.07.29 15:52 수정|2011.07.31 13:41

▲ 상그리아 ⓒ 조을영

와우! 날이 갈수록 작열하는 태양! 하늘 가득 여름날의 뭉게구름! 여름의 한가운데로 점점 쑥쑥 들어서는 요즘이군요. 힘들게 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목은 칼칼하고, 더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분들 많으시죠? 몽롱한 기분을 깨워줄 뭔가 특별한 것이 없나 싶어서 냉장고를 열어봐도 죄다 탄산음료에 맹물만 가득하니 이거야 원! 이럴 때 몸과 마음의 갈증을 확 씻어낼 산뜻한 음료, 상그리아는 어떠신가요?

상그리아는 '피흘리다'라는 뜻인데요, 스페인 와인 농가에서 남아도는 값싼 와인을 맛있게 즐기기 위해 제철 과일을 넣어 만든 과실주를 말합니다. 와인 농가에서 만들다가 실패한 와인을 얼른 처분하기 위해서 가족끼리 만들어 먹던 것이죠. 와인에다 과일을 넣어서 한층 청량감 있게 마실 수 있는 방식 덕분에 스페인 술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트렌드세터들의 파티에서도 빠지지 않는 상그리아. 돈은 없고 와인은 많이 마시고 싶을 때 상그리아 한 단지씩 만들어 놓고 이틀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으면 진짜 진짜 맛있어요. 값싼 레드 와인에 레몬, 사과, 오렌지 같은 제철 과일이랑 쥬스, 탄산수, 설탕, 민트 잎 같은 걸 넣어서 먹으면 그야말로 여름의 정취가 입안에서 감돕니다. 뭐,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없이 마트에서 5천원 짜리 할인 와인 몇 병 사가지고 와서 과일 썰어 넣고 적당히 설탕도 넣으면 된다구요.

상그리아 만드는 법; 1. 제철 과일 준비제철 과일을 준비해서 적당한 크기로 썬다. ⓒ 조을영


상그리아 만든는 법; 2. 과일에 설탕을 적당히 섞고 레드와인을 붓는다신맛이 도는 자몽이나 레몬을 사용할 경우 약간의 단맛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과일과 설탕을 적당량 섞어서 켜켜이 통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레드와인을 붓는다. ⓒ 조을영


한 번 만들면 며칠 보관할 수 있어 경제적인 상그리아! 어린애들도 먹이고 싶다면 과일이랑 와인을 큰 냄비에 넣고 한 번 푹 끓여서 알콜 기운을 날리면 돼요. 상큼달큼하고 시각적으로도 화려해서 파티 음료로도 손색 없어요. 숙성시킨 후 이틀 안에 마셔야 그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고요. 어릴 적에 어머니가 과실주 담그실 땐 소주를 부으시는 것만 봐왔고 그 맛이 궁금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과실주겠거니 했으니까요. 하지만 상그리아는 화려한 모양새와 은은한 향, 숙성만 하면 바로 마실 수 있는 술이라서 더더욱 관심 집중이죠.

여기 상그리아 한잔 하실래요? 저런, 성급하시긴 덕담을 섞어서 건배를 해야죠. 스페인식으로 살루드(Salud 건강),디네로(dinero 돈),아모르(Amor ·사랑),티엠포(Tiempo ·시간)! 아! 건배를 할 땐 위에서 한 번, 아래서 한 번, 그리고 가운데서 한 번, 총 세 번을 부딪치는 게 예의죠. '우리 모두 위 아래 없이 평등하다'는 뜻으로요. 더운 여름! 상그리아로 활기차게 이겨내자구요!

상그리아 만드는 법; 3. 이틀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이틀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과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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