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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강의 마친 진중권, 트위터에 누드 올린 까닭

[저자와의 대화] '순수·근원·광기·기술'의 아방가르드 예술... <서양미술사-모더니즘 편>

등록|2011.07.29 20:25 수정|2011.07.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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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정치적 발언, 모든 사람 권리이자 의무" ⓒ 최인성


지난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저자와의 대화에는 폭우에도 100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날 저자 진중권씨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강연을 통해 참석자들을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시대로 이끌었습니다.

진중권씨는 책에서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선언과 강령 같은 내적 논리를 중심으로 아방가르드 예술의 본질을 추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정치운동과 같이 가려고 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미학적 진보와 정치적 진보가 같이 나갈 수 있다고 믿은, 곧 자기들의 미학적인 실천이 정치적인 실천이라고 믿었던 시대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써놓은 예술과 진술, 말하자면 그들의 강령과 선언문을 통해서 '그들이 뭘 하려고 했는가, 그 다음에 그들이 설정한 과제가 조형·예술적으로는 어떻게 다가왔는가, 그들이 또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 이런 논리의 전개 관점에서 (책을) 썼습니다."

저자 진중권씨는 이날 강연 순서를 '순수성의 추구, 근원을 향한 열망, 광기에 대한 호기심, 기술적 구축의 의지' 네 개로 분류했습니다. 이런 분류아래에서 각 유파의 주요한 철학적 배경과 작품, 영향을 살폈습니다.

"요즘 변기에 사인하는 건 제도권에 들어가는 행위"

▲ 지난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최인성


순수를 추구하기 위해 재현을 포기한 순수추상의 한계. 이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몬드리안이 정신성을 강조하는 신지학에 매료된 배경이었습니다.

"회화라는 건 우리가 볼 때 기호잖아요. 기호는 쉽게 말하면 자기가 아닌 다른 것을 의미하는 게 기호예요. 그런데 만약에 여기서 모든 의미까지 배제하게 되면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되냐면 회화라는 것이 사실은 사물이 돼버립니다. 쉽게 말하면 벽지가 돼버려요. 아시잖아요. 우리가 이것(몬드리안 -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스케치북 표지이고 도시락 뚜껑으로 갖다놓기 참 좋잖아요."

저자 진중권씨는 서양미술사 3권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일탈이 규칙이 돼버린, 변기에 서명하는 것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오늘날 네오 모더니즘의 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3권에서는 그런 부분을 다룰 것 같아요. 네오모던을 왜 해야 되느냐. 예컨대 1940~1960년대 네오모던의 흐름을 어떻게 볼 것이냐.… 옛날에 뒤샹은 변기에 사인을 하면서 제도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요즘엔 변기에 사인하는 것은 제도권 내에 들어가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예요. 그러니까 사실은 무의미한 반복이다. 옛날과 같은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도 없다. 이미 반복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새로움이 아니잖아요. 근데 그 의미가 정반대가 돼버렸다는 거예요. 오늘날은 일탈이 규칙이 돼버렸다는 거예요. 예술이 규칙이에요. 아주 클리셰가 돼버렸죠."

"정치적 발언, 모든 사람 권리이자 의무"

▲ 지난 2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저자와의 대화가 열렸다. ⓒ 최인성


강연 후 한 참석자가 정치·사회적 참여를 하게 된 동기를 묻자 진중권씨는 참여 활동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시민사회 한 사람이면 자기 사생활이 있고 공적부분이 있잖아요. 우리가 참정권, 투표권, 공무담임권이 있는데 그 둘(참정권, 투표권) 중 하나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이 관심을 안 가질 경우에는 민주주의란 게 유지가 될 수 없잖아요. 그러면서 사회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늘 국가에서 진행되는 모든 일에 대해서 견해를 갖고 의견을 발표하고 싸우기도 하고 참여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해요."

진중권씨는 이날 저자와의 대화를 마치자마자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의 성기가 묘사된 미술작품을 연이어 올리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해달라고 조롱했습니다. 박경신 방통심의위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의 음부가 적나라하게 묘사된 그림을 올려 논란이 일자 반박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런 논란을 두고 진중권씨는 "촌스럽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21세기에 백 수십 년 묵은 작품을 두고 논란을 벌이다니, 탈레반 영토에 살고 있냐"며 비판했습니다. 한나라당을 두곤 '성나라당'이라고 비꼬며 "성추행 전문 한나라당이야말로 청소년 유해단체"라고 비꼬았습니다.

박 위원이 블로그에 올린 그림은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시돼 있는 150여 년 전 작품,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진행되는 모든 일에 견해를 밝히고 싸우기도 한다는 진중권씨가 미학자로서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곧바로 보여준 셈입니다.

▲ 28일 밤 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진중권 씨는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블로그에 올린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그림이 논란이 되자, 트위터를 통해 방통심의위를 비판하고 한나라당을 비꼬았다. 진중권 씨 트위터 캡쳐. ⓒ 최인성


20세기 초부터 2차 대전 직전까지의 미술사를 바탕으로 모더니즘의 형성과 그 의의에 대해 정리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 편>. 야수주의에서 시작해 입체주의, 순수추상, 절대주의, 표현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신즉물주의를 거쳐 바우하우스까지 12개의 유파를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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