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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다 가기 전, 혀끝에 스미는 추억!

[푸드스토리 17] 길거리토스트와 생과일 쥬스-서민 음식의 대명사

등록|2011.08.06 20:49 수정|2011.08.06 20:49
저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복잡한 일상으로 머리가 아플 때 잠시 잠깐 밖을 걸으며, 평소에 지나쳤던 소소한 것들을 확대해 보는 그 시간은 참으로 평온합니다. 게다가 요즘같이 날씨가 왔다갔다 하는 철엔 비가 살짝 그치고 햇빛이 나온 순간의 풍경도 제법 볼 만 합니다. 빗물에 젖은 꽃잎이나 낮게 드리워진 하늘, 여름 공기를 담뿍 머금은 담쟁이 덩쿨의 싱싱함을 하나하나 관찰하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거든요.

오늘은 재래시장 까지 걸어 가보았어요. 할머니들이 길에서 나물이며 콩이며를 파는 모습이 꽤 정답게 보이기도 하고, 조그만 리어카를 내다놓고 생과일쥬스며 토스트를 파는 아줌마들의 모습도 활기차 보였습니다. 생과일 쥬스...토스트? 그래요,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이 거기 있었군요.

길거리 토스트. ⓒ 조을영


여름에는 길거리 음식이 눈에 쏙쏙 들어오죠. 저는 길에서 음식 사먹는 걸 좀 꺼립니다만, 그 예외란 것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생과일 쥬스입니다. 그래서 산책길에 생과일쥬스 리어카를 만나면 별 망설임 없이 한 잔 사서 마셔야만 했었죠.

생과일쥬스. ⓒ 조을영


밖에서 마시는 생과일쥬스는 왜 그리 맛있을까요? 향도 맛도 두 배로 진하기 때문에 이걸 맛있게 먹으려면 꼭 길거리에서 사먹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것도 뜨거운 볕이 아스팔트 위를 마구 달구는 날, 헉헉거리며 쭈욱 쭈욱 빨아먹는 생과일쥬스가 목구멍으로 타고 내려가는 그 맛은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일부 상술이 지나친 주인은 과일은 조금만 넣고 물을 잔뜩 넣은 쥬스를 내놓아서 완전 맹물 쥬스를 마시는 불상사를 겪게도 하죠. 오늘은 노점에서 과일도 두둑하니 샀으니 '집에 가서 갈아마시는게 경제적이겠군' 하곤 급히 돌아왔답니다. 길거리 토스트도 만드는 건 당연하죠.

길거리 토스트. 이 토스트는 기름 촉촉히 배어 부드러은 빵에 소스가 잘 어우러지는 게 관건이죠. 어린 시절에 어머니께가 해 주시던 토스트는 식빵 하나를 반으로 접어서 소스가 흘리지 않게 해주시던 것이었는데, 특히 식빵의 제일 처음과 끝부분인 일명 '뚜껑'은 다른 부분보다 훨씬 오목하고 깊어서 소스 흘릴 염려도 적었고, 훨씬 쫄깃하고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형제들이랑 서로 '뚜껑'을 먹으려고 아웅다웅하던 기억이 나네요. 흔히 김밥 꼬투리 부분이 더 맛있는거랑 비슷하죠.

간식은 항상 집에서 만들어 먹이시던 어머니는 다진 야채를 섞은 달걀을 열심히 풀어 휘젓고,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 내어 구우셨습니다. 그리고 버터를 두른 팬에다 식빵을 노릇하게 굽고, 그 위에 달걀 지단을 얹고, 케첩을 듬뿍 뿌리고, 마지막으로 설탕을 솔솔 뿌려주셨습니다.  믹서에 간 생과일 쥬스를 곁들이는 건 당연하고요.

길거리 토스트 만드는 법; 1. 달걀 지단 부치기당근, 양파 등을 넣어서 달걀지단을 부친다. 후에 소스를 뿌릴 것이므로 달걀에 별도의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조을영


길거리 토스트 만드는 법: 2. 팬에 구운 식빵에 달걀 지단을 올리고 과일로 마무리팬에 구운 식빵에 달걀 지단을 올리고 소스를 뿌려준다. 케첩과 설탕이 들어가야 진정한 길거리토스트가 된다. 산뜻한 맛을 더하기 위해 오이나 토마토를 채썰어 올린후 식빵을 덮어, 재료들이 잘 접착되게 눌러준 후 썰어낸다. ⓒ 조을영


길거리 토스트 . ⓒ 조을영


그 당시 도시락으로 매일 토스트를 싸 오던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노란 양은 도시락에 계란물을 입혀 구운 토스트를 그득히요. 그건 눈처럼 보얗게 설탕을 뒤집어쓴, 그 당시 어느 가정에서나 해먹던 간편한 토스트였죠. 일년 내내 그것만 싸오는 걸 보며, '매일 똑같은 걸 먹다니 지겹지도 않나'하면서 아이들은 소근거리기도 했었고요. 노란 양은 도시락을 잘 사용하지 않던 그때는 그 도시락의 모양새며 토스트란 메뉴가 참 촌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디내놓으면 '추억의 토스트' 쯤으로 불릴 만 하겠죠?

여름이면 더 맛있어지는 길거리 음식들. 그 중 토스트와 생과일쥬스는 작열하는 여름을 보내고 이제 서늘해지는 기온 속에서 새로운 맛을 선사합니다. 그건 서서히 가을의 문턱으로 가는 계절의 감각을 혀끝도 감지한단 말이죠. 8일이 입추인 걸 알고 나니 저녁마다 귀뚜라미 소리가 그저 나는 게 아니다 싶고, '고 녀석들, 계절바뀌는것 하나는 참 잘 아는구나' 싶어지네요. 하여간 남은 여름, 길거리 토스트와 생과일쥬스는 저의 절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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