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뚜기가 하늘을 나는 어물전, "예술이네"
[사진] 시장과 예술이 어우러져 한층 밝아진 경복궁 옆 통인시장
정취 있는 성곽길과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청와대 뒷산 북악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경복궁 옆 동네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통인시장이 그곳. 옛날엔 '서촌'이라고 불렀다는 동네다. 통인시장은 동네 골목을 이은 작은 시장통이지만, 정성껏 만든 김밥처럼 알찬 가게들과 맛깔진 냄새가 나는 동네 시장으로 음식, 과일가게 외에도 장인 구두 수선집, 반찬가게, 미용실, 의류·가방 수선집등 동네 사람들의 살림, 생활과 함께 하는 곳이다.
지난 주말에 북악산에 자전거 하이킹을 갔다가 통인시장에 들렀는데 시장 속 가게들이 갤러리가 되어 재미있는 그림과 조각작품들이 어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인근의 예술고, 미술대 학생들과 상인들이 모여 만든 미술 작품들이라는데, 얼마전엔 '시장조각설치대회'도 했단다. 시장통이 한결 환해져서 그런지 손님들을 대하는 상인들의 표정이 한층 밝다. 난 단골손님도 아닌데 사진을 찍을 수 있냐는 부탁에 상인들마다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다.
통인시장 가는 길은 '걷고 싶은 길'보다 더 좋은 걷고 싶은 거리다. 그렇다고 서울시의 '디자인 수도' 사업으로 만든 거리는 아니다. 2009년 영국의 여행 전문지 <론리 플래닛>은 서울을 최악의 도시 3위로 꼽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건 아마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이렇게 걷고 싶은 거리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골길에 고요가 있어서 좋다면 도시에는 구경거리가 있는 곳이 좋은 동네다.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통인시장까지 이십여 분 걷는 사이 구경거리와 함께 정겨움까지 묻어나는 그런 거리가 반겨준다.
'빛나리전기', '옥이네밥집', 예쁜 공방들, 우리 사회의 소금 같은 존재 '참여연대' 사무실도 지나간다. 개중 잠시 들어가 주인 할머니와 얘기도 나눈 곳이 있는데 바로 '대오서점'. 이 책방 안에 들어가면 제비집이 있을 것 같은 아담한 'ㅁ'자 마당의 한옥집이 연결되어 있어 언제가도 이채롭고 편안한 서점이다.
'현미컴퓨터크리닝'을 지나 '효자베이커리'에 닿으면 '통인시장'이라고 써 있는 간판과 함께 시장 입구가 보인다. 마을버스 정류장이기도 한지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시장 입구에 웬 정자가 들어서 있는 것도 재미있다. 정자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다양한 자세로 쉬고 있고 그 위로 귀여운 손주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며 넘어 다니고 있다.
시장에는 도시인의 결핍을 위로하는 정이 있다. 몇 번 가다보면 단골이 되고 소소한 정담을 나누며 친해지게 된다. 아이와 함께 '영임이네반찬집'에 들른 동네 아주머니는 반찬가게 아주머니와 마치 이웃처럼 생활 속 얘기를 나눈다.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에 몇 년을 다녔지만 이런 정다움은 나누지 못했다. 도시에 이런 시장이 많이 있다면 현대인의 고질병 '우울증'도 현격히 줄어들거다.
시장통 바닥에 앉아 판매하는 물건이 담긴 낮은 수레를 끌고 다니는 장애인 아저씨는 내게 물건들을 한번 보라며 스스럼 없이 '호객행위'를 한다. 장애인을 밖에 다니기 힘들게 하는 서울 거리에서 그것도 굿굿하게 장사를 하는 아저씨가 왠지 멋있어 보인다.
가게 문 앞에 세워진 커다란 미용 가위가 재밌어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한창 머리를 볶는 할머니와 열심히 작업에 임하시는 '도궁미용실'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보인다. 통인시장에서 미용실을 운영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하니 오는 손님들이 식구처럼 느껴지겠다.
어물전 가게 벽엔 푸른바다가 넘실대고 족발집 앞엔 통통하고 귀여운 돼지모형이 장식되어 있다. 환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깜찍함이 여학생의 작품인 게 분명해 보인다. 고소한 향이 나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좋아하는 미숫가루다. 무더운 여름날 냉면이나 콩국수도 좋지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맛깔난 여름 별미. 아침에 밥하는 일을 덜어주기도 하고 배고픔도 해결해주어 내겐 고마운 구세주 같은 식량(?)이기도 하다.
통인시장의 대표선수는 '효자할머니떡볶이' 집이다. 이곳에서 파는 '기름떡볶이'는 여성들에게 유명해서 멀리 일산에서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팬들이 있을 정도다. 원래 떡볶이는 지금처럼 국물이 없이 말 그대로 볶아먹는 떡이었단다. 할머니는 자기 집 주차장을 빌려주시는지 단골 손님인듯 보이는 사람들에게 차를 가지고 시장에 오려면 미리 전화를 달라고 하신다.
집에 싸가려고 한 줄에 이천 원인 '손맛김밥'을 한 줄 먹어보는 순간, 전에 먹던 김밥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에 김밥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메뉴도 한 가지인 참깨야채김밥인데 일본에도 소개된 36년 전통의 김밥집이란다, 어쩐지.
가끔씩 통인 시장에 들를때 마다 이런 시장길과 같은 '우리 동네'에서 아는 사람, 이웃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삶을 꿈꾸어 본다. 진정으로 걷고 싶은 거리, 진정으로 살고 싶은 도시를 말이다.
추신) 통인시장 가까이에는 멋진 미술관들이 많아 시장에서 배불리 먹고 눈호강을 하러 들려볼만 하다. 좋은 예술 작품들을 연중 상설 무료 전시회를 하는 진화랑(www.jeanart.net), 통의동 한옥골목 사이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www.ryugaheon.com)도 시민들에게 언제나 무료로 멋진 작품들을 전시 공개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북악산에 자전거 하이킹을 갔다가 통인시장에 들렀는데 시장 속 가게들이 갤러리가 되어 재미있는 그림과 조각작품들이 어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인근의 예술고, 미술대 학생들과 상인들이 모여 만든 미술 작품들이라는데, 얼마전엔 '시장조각설치대회'도 했단다. 시장통이 한결 환해져서 그런지 손님들을 대하는 상인들의 표정이 한층 밝다. 난 단골손님도 아닌데 사진을 찍을 수 있냐는 부탁에 상인들마다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다.
▲ 한 줄로 된 작은 시장이지만 정성껏 만든 김밥처럼 속이 알찬 통인시장통 ⓒ 김종성
▲ 통인시장 찾아 가는 길은 손꼽히는 '걷고 싶은 거리'중 하나다. ⓒ 김종성
통인시장 가는 길은 '걷고 싶은 길'보다 더 좋은 걷고 싶은 거리다. 그렇다고 서울시의 '디자인 수도' 사업으로 만든 거리는 아니다. 2009년 영국의 여행 전문지 <론리 플래닛>은 서울을 최악의 도시 3위로 꼽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건 아마도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이렇게 걷고 싶은 거리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골길에 고요가 있어서 좋다면 도시에는 구경거리가 있는 곳이 좋은 동네다.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통인시장까지 이십여 분 걷는 사이 구경거리와 함께 정겨움까지 묻어나는 그런 거리가 반겨준다.
'빛나리전기', '옥이네밥집', 예쁜 공방들, 우리 사회의 소금 같은 존재 '참여연대' 사무실도 지나간다. 개중 잠시 들어가 주인 할머니와 얘기도 나눈 곳이 있는데 바로 '대오서점'. 이 책방 안에 들어가면 제비집이 있을 것 같은 아담한 'ㅁ'자 마당의 한옥집이 연결되어 있어 언제가도 이채롭고 편안한 서점이다.
'현미컴퓨터크리닝'을 지나 '효자베이커리'에 닿으면 '통인시장'이라고 써 있는 간판과 함께 시장 입구가 보인다. 마을버스 정류장이기도 한지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시장 입구에 웬 정자가 들어서 있는 것도 재미있다. 정자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다양한 자세로 쉬고 있고 그 위로 귀여운 손주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며 넘어 다니고 있다.
▲ 이름도 특이한 '도궁 미용실' 주인 아주머니는 저 가위와 함께 한지 30년이 넘었다고. 손님들이 식구 같겠다. ⓒ 김종성
▲ 이런 작품들이 가게에 전시되는게 재미있는지 시장 상인들도 표정이 밝고 외지인에게도 호의적이다. ⓒ 김종성
시장에는 도시인의 결핍을 위로하는 정이 있다. 몇 번 가다보면 단골이 되고 소소한 정담을 나누며 친해지게 된다. 아이와 함께 '영임이네반찬집'에 들른 동네 아주머니는 반찬가게 아주머니와 마치 이웃처럼 생활 속 얘기를 나눈다.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에 몇 년을 다녔지만 이런 정다움은 나누지 못했다. 도시에 이런 시장이 많이 있다면 현대인의 고질병 '우울증'도 현격히 줄어들거다.
시장통 바닥에 앉아 판매하는 물건이 담긴 낮은 수레를 끌고 다니는 장애인 아저씨는 내게 물건들을 한번 보라며 스스럼 없이 '호객행위'를 한다. 장애인을 밖에 다니기 힘들게 하는 서울 거리에서 그것도 굿굿하게 장사를 하는 아저씨가 왠지 멋있어 보인다.
가게 문 앞에 세워진 커다란 미용 가위가 재밌어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살짝 열린 문 사이로 한창 머리를 볶는 할머니와 열심히 작업에 임하시는 '도궁미용실'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보인다. 통인시장에서 미용실을 운영한 지 30년이 넘었다고 하니 오는 손님들이 식구처럼 느껴지겠다.
▲ 웃음짓게 하는 속옷가게 앞 작품들. 가게안 주인은 작품속의 복장과 자세로 TV 삼매경에 빠져있다. ⓒ 김종성
▲ 많은 여성 팬들이 찾아오는 그 유명한 '효자동 기름 떡볶이' 국물없이 떡볶이를 기름에 볶는 원조 떡볶이 요리법이다. ⓒ 김종성
어물전 가게 벽엔 푸른바다가 넘실대고 족발집 앞엔 통통하고 귀여운 돼지모형이 장식되어 있다. 환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깜찍함이 여학생의 작품인 게 분명해 보인다. 고소한 향이 나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좋아하는 미숫가루다. 무더운 여름날 냉면이나 콩국수도 좋지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맛깔난 여름 별미. 아침에 밥하는 일을 덜어주기도 하고 배고픔도 해결해주어 내겐 고마운 구세주 같은 식량(?)이기도 하다.
통인시장의 대표선수는 '효자할머니떡볶이' 집이다. 이곳에서 파는 '기름떡볶이'는 여성들에게 유명해서 멀리 일산에서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팬들이 있을 정도다. 원래 떡볶이는 지금처럼 국물이 없이 말 그대로 볶아먹는 떡이었단다. 할머니는 자기 집 주차장을 빌려주시는지 단골 손님인듯 보이는 사람들에게 차를 가지고 시장에 오려면 미리 전화를 달라고 하신다.
집에 싸가려고 한 줄에 이천 원인 '손맛김밥'을 한 줄 먹어보는 순간, 전에 먹던 김밥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에 김밥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메뉴도 한 가지인 참깨야채김밥인데 일본에도 소개된 36년 전통의 김밥집이란다, 어쩐지.
가끔씩 통인 시장에 들를때 마다 이런 시장길과 같은 '우리 동네'에서 아는 사람, 이웃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삶을 꿈꾸어 본다. 진정으로 걷고 싶은 거리, 진정으로 살고 싶은 도시를 말이다.
추신) 통인시장 가까이에는 멋진 미술관들이 많아 시장에서 배불리 먹고 눈호강을 하러 들려볼만 하다. 좋은 예술 작품들을 연중 상설 무료 전시회를 하는 진화랑(www.jeanart.net), 통의동 한옥골목 사이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www.ryugaheon.com)도 시민들에게 언제나 무료로 멋진 작품들을 전시 공개하고 있다.
▲ 통인시장 근처에는 좋은 미술관들이 많다. 연중 상설 무료 전시회를 하는 '진화랑'의 입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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