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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반 뻘 반... 가까운 영흥도로 오세요

갯벌 체험 하고 싶은 분들은 영흥도로 '고고'

등록|2011.08.01 18:51 수정|2011.08.01 18:51
즐거운 휴가들 보내고 계십니까? 간헐적으로 퍼붓는 집중호우로 상심한 분들도 많은터라 올 여름은 휴가 기분이 썩 나질 않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토요일(7월 30일) 인천 웅진군에 위치한 영흥도 내 장경리 해수욕장에 다녀왔습니다. 계속되는 집중호우 중 잠깐 날이 좋았던 지난 토요일입니다. 주간 날씨를 보아하니 그날 아니면 올 여름엔 바닷가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 인천 웅진군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 풍경입니다. 뒤에 풍력발전 설비 보이나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윤태


장경리에 가기 전날 회사에서 물놀이용 보트를 택배로 선물 받았습니다. 예고 없던 반짝 선물에 예정에도 없던 그날 저녁에서야 휴가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경기 성남에서 가장 가까운 곳, 가능하면 많이 알려지지 않고 한적한 곳을 찾아 지도책을 펼치던 중 영흥도를 택하게 됐습니다. 섬으로 가는 도중 시화방조제나 영흥대교 등 좌우로 바다를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 9시 남짓해 도착해서 그늘막을 치는데 사람들이 피서는 안하고 갯벌에 앉아 열심히 뭔가를 캐고 있었습니다. 갯벌이 있다는 정보만 알고 모종삽(꽃삽) 하나만 들고 갔습니다. 속으로 '조개가 있나 보다' 이정도만 생각하고 모종삽으로 갯벌을 살살 파헤치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꽤 많은 조개가 술술 튀어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

▲ 갯벌에는 조개만 있는게 아니라 게, 지렁이 등 몇몇 생물들도 있어 아이들의 체험학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윤태


순식간에 두 손에 가득 캔 조개, 더 이상 담을데가 없어 우선 철수하고 조개잡이용 호미 두 개를 6000원에 구입했습니다. 초등생 조카 아이와 조개를 캐기 시작했는데 꽤 재밌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합니다. 자리를 잘 잡으면 반경 50센티 미터 안에서도 수십개의 조개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은 곳은 몇미터를 파헤쳐도 거의 조개가 없는 것입니다.

굳이 깊게 파내려 갈것도 없습니다. 5센티 정도만 파내면 조개가 보입니다. 조개들은 거의 집단으로 모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놈을 캐내면 바로 옆에 모여 있는 형태입니다. 누군가 '와 여기 많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어 캐내곤 하죠.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오고 거의 주워 담는 형식으로 조개를 캐낼 수 있었습니다. 갯지렁이도 상당히 많고 새끼게나 고동 등 건강한 갯벌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허리가 뻐근하고 햇살에 등이며 허벅지가 타 들어가 쓰려도 조개가 풍성하게 쏟아져 나오니 그 고통은 곧 즐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 진흙을 가지고 노는것에 빠져있는 아이들. ⓒ 윤태


갯벌체험하는 곳 앞쪽으론 방파제가 있습니다. 방파제 너머는 어민들의 양식장으로 그곳을 넘어가선 안됩니다. 방송으로 계속 통제를 하지만 아주 가끔씩 그 선을 넘는 피서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허용된 갯벌안에서만 조개를 채취하는 모습입니다.

오후 3시 넘어 물이 들어왔습니다. 두어 시간 동안 캐낸 조개는 약 10kg 정도. 호미 사러 슈퍼에 갔을 때 주인 아저씨가 검은 비닐에 호미를 담아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 봉지에 가득 못 캐면 바보"라고 합니다. 조개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오후 들어선 물놀이도 즐기고 그 전까진 갯벌체험하고, 참 괜찮은 곳입니다. 주차료는 1만원이며 별도로 3~4인용 텐트(한가족) 1만원, 5~7인용(두가족) 2만원, 대형 텐트는 3만원의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 우리집 아이들과 조카 아이가 조개를 캐고 있습니다. 자리만 잘 잡으면 '뻘반 조개반'으로 많은 조개를 캐낼 수 있습니다. ⓒ 윤태


그런데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화장실이 너무 작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손발을 씻거나 설거지 등 수도 이용도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잘 알려진 대형 해수욕장이 아닌만큼 그런 시설들은 사용하기에 상당한 불편이 따랐습니다. 펜션을 이용하지 않고 당일로 다녀올 계획이라면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할 듯싶습니다. 젖은 옷은 남자 화장실 안에서 갈아 입었는데 일명 '푸세식'이라 좀 불편했습니다. 샤워장은 별도로 2000원의 사용요금을 내야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갯벌인만큼 바닷물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폭우 탓인지는 몰라도 부유물도 좀 떠 있구요. 하지만 피서객들은 역시 그런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피부가 민감한 분들은 참조하시면 될 듯합니다.

▲ 물이 들어오면 조개잡이는 잠시 쉬고 물놀이를 즐기면 됩니다. 갯벌이 상당히 넓습니다. ⓒ 윤태


일주일 전에는 조개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날도 조개가 결코 적은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집으로 캐온 조개는 소금물에 담가 한 이틀 정도 놓아두면 녀석들이 뻘을 말끔히 토해냅니다. 수돗물에 굵은 소금을 진하게 타면 되겠지요. 다만 상온에서는 조개가 쉽게 죽는다고 하니 꼭 냉장고 안에 넣어두시면 됩니다.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하루에 한번 소금물도 갈아주시면 더욱더 깨끗하게 뻘을 뺄 수 있겠지요. 그날 보니 잡은 조개를 즉석에서 구워 드시는 분들이 있던데 뻘과 모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에서 갯벌체험과 조개를 캐고 싶으신 분들은 지금부터 계획 한번 세워보시죠. 단, 일기예보에 주의하시면서 말이죠.

▲ 잡아온 조개를 소금물에 넣고 뻘을 빼는 중입니다. 이 상태로 냉장고에 이틀정도 놓아두면 뻘이 깨끗하게 빠집니다. 물은 한번 갈아주면 더 좋겠지요?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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