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자치를 만만하게 봐도 유분수지..."
서울시 주민투표 발의에 '발끈'...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1일 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서울시장이 발의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어 "주민투표는 헌법이 보충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민주주의이기에 존중돼야 마땅하다"면서도 "이번 주민투표는 한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동원된 관제투표이자 교육자치를 만만하게 여기는 월권이고 횡포"라고 오 시장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는 그 과정과 내용에서 너무나 많은 불법과 불공정, 반칙으로 얼룩졌다"라며 "민의의 확인이 아닌 민의가 조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이종현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했다. 투표는 8월 24일 하루 동안 진행되며 공무원(시·구 의원 제외)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주민투표일 이전에 법적 판단 내려져야"
곽 교육감은 오 시장이 주장하는 '소득 하위 50% 학생 대상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에 관해 "지원 대상자 선정 등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소득하위 50% 기준선이 무엇에 근거해 도출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그렇다면 지원대상자를 60%, 70%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때마다 주민투표 형식으로 의견을 물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은 또 '소득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와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전면적 무상급식 실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주민투표안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서울시는 주민투표 문안을 확정하기 앞서 교육청의 계획과 의견을 단 한 차례도 묻지 않았고 '단계적'-'전면적'이란 대비된 문구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확정했다"고 꼬집었다.
또 "주민투표 발의 서명자 가운데 30만 건이 넘는 37.2%의 서명이 무효로 판명났다"며 "엄청난 규모의 불법과 무효서명은 주민의 자발적 청구라는 주민투표의 제도적 취지를 무색케 하고, 민주주의적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주민투표가 발의되기 전에는 공식화된 게 아니기 때문에 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설마설마 했지만 기어코 발의가 돼 그에 맞춰 권한쟁의 소송을 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라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그는 "교육자치에 대한 일반자치의 월권과 횡포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법적으로 바로 잡는데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사안의 성격상 반드시 주민투표일(24일) 이전에 결정돼야 한다,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 모든 혼선과 예산낭비(주민투표 예산 184억 원)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주민투표는 서울시가 교육청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제출 했다. 이와 함께 '주민투표안 문구의 불공정성, 서명 과정에서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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