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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어플, 그거 제가 만든거예요"

[인터뷰] 무대에서 만난 사람, 시타르 연주자 박재록

등록|2011.08.14 14:32 수정|2011.08.14 14:32

▲ 여우락콘서트 마지막날 장면 ⓒ 국립극장


지난 5년 사이 우리나라 국악계에서 이른바 한국형 '월드뮤직'이 새로워졌다. 이전의 월드뮤직이나 퓨전국악의 설익은 음향에서 벗어나 우리 전통음악의 탄탄한 기반위에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7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진행된 <여우락(樂) 페스티벌-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에서 인도악기 시타르 연주자인 박재록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박재록씨가 공연한 팀과 맡은 파트를 설명해 주세요.
"바람곶"의 멤버로 7월 14일과 오늘(7월 30일) 공연하였고 인도악기인 시타르를 연주하였습니다.

-전자음향 파트를 하셨는지요?
"팀 안에서 기악파트인 시타르 연주와 전자음향 파트를 함께 맡고 있어요. 오늘 공연에서는 전자음향 파트없이 시타르 연주만 하였고요."

-아 그렇군요. 대단하십니다. 혹시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다음 작품 계획이라...요새는 오히려 아이폰 어플 개발 중인데요."

-아이폰 어플이요?
예를 들면 인기있는 아이폰용 음악 어플리케이션 중에는 브라이언 이노의 생성음악을 인터랙션으로 각 개인이 연주하게 하는 "블룸(Bloom)"이라는 어플도 있어요. 제가 개발한 것 중에 가야금 어플이 있는데요. 올해 초 국내 무료어플 1위를 달렸네요. 이렇게 농현도 됩니다. 다른 어플로는 사진을 넣으면 사진을 분석해서 음향으로 재창출하여 재생하는 어플도 개발하였어요. 이것은 색깔별로 서로 다른 음향이 재생되요. 따라서 사진마다 서로 다른 음향이 창출될 수 있죠."

-연주자로서 작곡가로서 어플 개발자로서. 그 모든 작업을 자신의 한 뿌리안에 녹여내는 것이 가능하신지요. 힘들거나 헷갈리지는 않으세요?
"헷갈리죠(웃음). 국악 공연을 하다가 또 아이폰 어플 작업으로 돌아오면 일시적으로 헷갈리기도 해요. 하지만 양쪽 작업이 다 매력이 있습니다. 재미있구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네요. 글쎄...뭐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런가... 시간이 많네요(웃음)."

-그럼 원래 악기를 잘 하셨나요?
"초등학교 때까지 피아노를 치는 정도였죠. 아버지께서 음악교사이셔서 그 영향으로 음악에 자연스럽게 접했고요. 대학은 원래 홍대 전자공학과를 다니다가  다시 서울대 음악이론과를 졸업하고 한예종에서 뮤직 테크놀로지과를 졸업하며 음악의 길을 걷고 있지요."

-어떻게 "바람곶"과 인연을 맺으셨는지요?
"발탁되었다고 할까요(웃음). 제가 졸업한 한예종에 교수로 계신 원일 감독님께서 어쿠스틱 음악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의 음악을 전자음향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셔서 적당한 사람을 찾고 계셨고 마침 제가 시타르 연주도 가능하니 팀의 멤버로 영입하셨답니다."

'바람곶'의 박재록 님여우락 페스티벌 오후 공연 후 인터뷰 중인 박재록씨 ⓒ 이화미디어 문성식 기자


-오늘날 월드뮤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시도는 좋지만 준비가 안 된 공연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옛 고전 음악을 그대로 연주하는 것은 박물관에 가서 유물을 보는 것에 비교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오늘날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는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여우락(樂) 콘서트>는 그래도 탄탄한 실력을 갖춘 현대적인 월드뮤직 팀들의 공연이예요. 월드뮤직의 길이 쉽진 않지만 계속 노력해볼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공연에 대해서 각 팀의 특징별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들소리'는 관객들이 편하고 신명나게 들을 수 있는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단체이고요. "공명"은 완성도가 있고, 이미 국악계를 넘어서서 공명만의 새로운 세계를 가진 팀이죠. "토리 앙상블"은 각 개인이 훌륭한 연주자들인데, 그 분들이 만나서 오묘한 사운드를 구성합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어렵겠지만,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탄탄한 실력위에서 만들어내는 팀이라 볼 수 있죠. "바람곶"은 물론 우리팀이니까(웃음). 훌륭한 팀이고, 스펙트럼이 넓은 팀이예요. 오늘 일부만 보여드려서 무척 아쉽네요."

-오늘 공연의 여는 곡과 닫는 곡에서 모든 네 개 팀이 함께 공연하였는데요. 곡이 미리 작곡된 곡인가요. 아니면 즉흥적인 곡인지요.
"미리 작곡된 것은 아니에요.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것인데, 큰 틀만 먼저 만들어 두고 그 안에서 각 팀의 솔로는 각 팀이 알아서 짜는 형식으로 자유롭게 구성합니다. 오늘 첫 곡은 "토리 앙상블" 이 주도하였고요. 마지막 곡은 "바람곶"의 원래 있는 곡인데 오늘은 각 파트를 각 팀에게 맡겨서 구성했어요. 앵콜곡인 뱃노래는 전통민요인 뱃노래를 새롭게 재구성했고요."

-즉흥으로 구성하는데도 각 악기의 음조가 서로 잘 어우러지는 것이 신기하네요.
"전통 음악을 보면 코드진행이 없고 불협화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 국악의 시나위에서 보듯이 여러명의 연주자가 동시에 연주를 해도 시끄럽기보다는  큰 틀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특징을 가지죠. 오늘 공연한 첫 곡과 마지막 곡도  어우러짐 안에서 개개별로 즉흥의 요소가 살아있는 것이죠."

즉흥과 어우러짐. 그것은 박재록과 닮아 있었다. 그의 자유로움과 여유가 자신을 모든 곳에 어울리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바람곶 공연 전체에서 박재록만큼 튀면서도 어울리는 존재는 없었던 듯 하다. 들릴 듯 말 듯 미묘하게 감기는 시타르의 음향은 전체 공연에 협화와 불협화를 넘어 미묘한 선적 진행으로 개별악기 사이를 감싸 안아버렸다. 자유로운 발걸음으로 살아온 그와 시타르는 월드뮤직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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