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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해프닝 회화, 사운드 아트를 아시나요

'NJP 썸머 페스티벌-스물 하나의 방' 展, 백남준아트센터에서 9월 13일까지

등록|2011.08.07 17:20 수정|2011.08.07 17:20

▲ 백남준아트센터(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관장 박만우) 카페테리아에 걸린 '스물 하나의 밤' 포스터. '스코어' 따라 전시맵을 찾아가면 유용하다 ⓒ 김형순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백남준 선생의 79번째 생일에 맞춰 'NJP 썸머 페스티벌-스물 한 개의 방' 展이 9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은 백남준이 1961년 작성한 스코어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실제 방이 스무 개인데 스물 한 개의 방이란 관객이 만드는 가상의 방 혹은 임의의 방을 뜻한다.

백남준은 세계적 작가일 뿐 아니라 전시기획자, 인류학자, 철학자, 퍼포먼스 작곡가로 우리에게 너무나 큰 자산이다. 거기서 나오는 문화적 이윤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모든 행사는 도발적이고 창의적이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 생일 79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박만우 관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는 흔히 생일을 귀빠진 날이라고 하는데 백남준도 이 세상에 나오면서 만물의 소리의 들었을 것이다"며 "그는 이런 청각적 요소를 시각적 언어로 연결한 최초의 인물이며 자기 예술에 소통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대중문화마저 끌어들인 선각자였다"고 말한다.

백남준에게 영향을 준 나라와 사람들

▲ 백남준 I '소호 공목놀이(SoHo Quadrat)' 서베를린미술대학에서 피아노 퍼포먼스. 1976년 9월 5일. 사진 Peter Moore ⓒ Peter Moore


백남준에게 결정적 영향을 준 나라는 일본, 독일, 미국 그리고 한국이다. 백남준에게 일본의 SONY와 전자기술자 아베 선생, 그리고 독일의 무조음악 창시자 쇤베르크와 서구문명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 요셉 보이스와 플럭서스(Fluxus)운동 또한 미국의 존 케이지와 샬럿 무어만이 없었다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와 위성 예술은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백남준은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다. "난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공부했고 뉴욕에서 살았고 베니스비엔날레에는 독일대표로 나갔었지"라고. 이 말은 그가 네 나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이 되는 건 역시 한국의 샤머니즘이다.

공간이라는 화폭에 보이지 않는 그림 남기기

▲ '음악의 전시-전자텔레비전(추방)' 흑백사진 24×30cm 1963. 사진 만프레드 레베. 국립현대미술관소장. 백남준은 그의 지나친 과격성으로 서양전위작가들조차 놀라게 해 '동양에서 온 문화 테러리스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 국립현대미술관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연 백남준의 첫 전시제목은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일명 추방 EXPEL)'이다. 음악을 미술 속 동등한 위상에 올려놓아 서양미술의 고정관념을 깬다. 그건 비디오 때문에 가능했다. 왜냐하면 TV라는 시간을 색채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건 뒤샹처럼 500년 넘게 캔버스와 물감에 의존한 유럽미술을 바꾼 혁명이었다.

백남준은 무모하리만치 과격한 액션을 취한다. 예컨대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아예 부순다. 그건 당시 네오다다의 몸 철학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대전과 나치즘의 원인이 지나친 정신주의 내지 합리주의에서 왔다고 봤다. 이렇게 해프닝 회화는 공간이라는 화폭에 보이지 않는 그림을 남기는 것이다.

이미지와 사운드의 권력화와 조직화에 대한 경고

▲ 장윤성 I '카메라 테스트 5'. 채널비디오 12분 2011. 백남준 I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2002), 13채널 비디오 설치(아래) ⓒ 김형순


1층 상설전시실에서 보는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언제 봐도 새롭다. 1965년 백남준이 뉴욕 갤러리 보니노에서 발표한 것으로 초승달에서 보름달에 이르는 과정을 12개 모니터로 잡아낸 백남준의 대표작이다. 최초의 시계인 달의 시간성을 시각화하여 순간과 영원이 동일하고 시공간이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동양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그 외형은 유사하나 그 내용에서는 좀 다른 장윤성 작가의 '카메라 테스트 5'를 우선 감상해보자. 이 작가는 위 작품에서 이미지와 사운드를 무관하게 설정했다고 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두 요소가 깊이 연관된 것처럼 보인다. 작가 말로는 이미지와 사운드도 권력화되고 조직화되면 사람들 기억 속에서 착시현상을 이르킬 수 있음을 경고한 거란다.

소통만큼 작가를 만나고 참여만큼 작품을 감상

▲ 리치 오와키(Richi Owaki) I '스킨슬라이드(Skinslides)' 영상설치. 퍼포먼스: 알리소 실베스틴(A. Silvestrin), 사운드 아티스트: 오토모 요시히데(O. Yoshihide), 프로그램:사토시 하마(S. Hama)와 공동작 2009 ⓒ 김형순


이번엔 일본 작가 리치 오와키의 작품 '스킨슬라이드(skinslides)'를 보자. 바닥에는 3개의 영상이 있고 비좁은 공간 안에서 몸을 힘겹게 움직이며 스텝을 밟는 누드 댄서의 모습이 보인다. 작가가 성치 않는 몸 이미지를 모티브로 해선가 춤이 아니라 몸부림치는 것 같다.

관객이 이 가상의 댄서를 만질 순 없으나 그 위를 걸다 보면 그의 체온을 느끼고 또한 만지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여기서 이 작가가 노린 건 관객이 소통한 만큼 작가를 만날 수 있고 참여한 만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아닌가싶다.

잡동사니로 만든 사운드 조각 혹은 오브제 아트

▲ 우지노 무네테루(Ujino Muneteru) I '회전기(Rotators)' 사운드 조각 2009 ⓒ 김형순


또 다른 일본 작가 우지노의 작품 '회전기(Rotators)'를 보자. 이 작품은 폐품이 된 턴테이블, 전기기타, 헤어드라이어, 전동공구, 자동차 등을 섞어 만든 것으로 일부 회전판을 누르면 로큰롤음악이 나온다. 이런 잡동사니는 일본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집했다는데 그 이유는 미국문화로만 전 세계가 획일화돼가는 걸 꼬집기 위해서란다.

이 작업은 작가가 70-80년대 일본이 경제호황을 누릴 때 몸에 체득된 천박한 소비주의와 지나친 낙천주의에 대한 수치심을 고백하려는 동기에서 발단됐단다. 연주처럼 보이나 다시 생각하면 이 작품도 사운드 조각이거나 오브제 아트다.

산업세대인 우지노는 산업화의 모태가 모터의 발명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또한 로큰롤음악도 미국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서 자동차를 만들 때 생기는 잡음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러니 이 작가는 이런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연주가 끝나면 우유에 바나나를 갈아 같이 마시는 믹서 퍼포먼스가 있는데 이 역시 산업세대와 관련이 있다.

호흡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사운드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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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경 작가'이터널 터닝(Eternal Turning)' 첼로 즉흥연주 댄스 2011. 악기가 다 부서질 것 같다 ⓒ 김형순


이번엔 탄탄한 클래식을 기초로 뉴욕에서 10년간 작곡, 첼로 퍼포먼스, 즉흥연주, 한국 전통음악, 팝, 노이즈 등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온 이옥경 작가를 연주를 보자. 작가는 '이터널 터닝'에 대해 "호흡의 변주인 노이즈, 허밍, 신음소리 등은 사람의 감정을 담은 좋은 언어인데 난 여기서 그런 소리에 대한 사유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연주는 온몸으로 하는 백남준과 샬럿의 첼로연주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백남준은 듣기만하는 음악의 수동성에 불만이 많아 거기에 격한 몸짓을 접목시켜 보다 넓은 의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을 생각해냈고 사운드 아트를 만들어냈다. 

역설의 사운드 아트, 폴스 앤 라오의 '피그미들'

▲ 폴스 앤 라오(Pors & Rao) I '피그미들(Pygmies)' 혼합 매체 사운드 설치 2009 ⓒ 김형순


피그미(Pygmies)'는 인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폴스 앤 라오(Pors & Rao)'의 작품이다. 큰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미세한 작은 소리에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관객이 조용해지면 피그니가 한두 개 씩 패널 위로 뛰어올라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트린다. 소통을 위해선 때로 아주 작은 소리라도 귀 기울여야 함을 깨닫게 해준다.

텍스트가 이미지와 사운드로 전환되다

▲ 피아노를 전공한 김혜영 사운드 아티스트는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음악을 조정하다가 도취해 자신도 모르게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 김형순


▲ 김혜영(Bubbly fish) I '무리(Moori)' 2011. 원격으로 아이팟(ipod)에 텍스트를 쓰면 정면 대형화면에 뜨면서 이미지와 사운드가 나온다 ⓒ 김형순


이 밖에도 작품이 많으나 지면상 생략하고 끝으로 사운드 아트를 하는 김혜영 작가의 '무리'를 소개한다. 그는 버클리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파슨스대학원에서 디자인과 하이테크를 공부했고 주로 뉴욕에서 첨단매체로 실험적 작업을 해왔다.

위 작품에선 스마트 폰이나 SNS방식으로 문자를 입력하면 원격으로 큰 화면에 뜨고 그러면서 동시에 오디오와 비주얼도 임의 작동한다. 텍스트와 사운드와 이미지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인데 관객의 참여가 더해지면 감상에서 소통이 훨씬 더 원활해진다.

이제 이번 전을 간단히 마무리해보자. 백남준은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를 테크놀로지로 통합한 미술 즉 비디오 아트와 위성 예술을 창안했다. 이 근간에는 '소리, 색채, 향기'를 '조응'하는 방식으로 서구현대시를 연 보들레르 미학의 영향도 없지 않다. 이 '조응'은 또한 이우환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백남준과 이우환은 또한 이렇게도 만난다.
덧붙이는 글 참여작가: [전시] 아지 첸, 함양아, 버블리피쉬, 폴스 앤 라오, 장윤성, Vj비주얼룹, 이화진, 박미옥, 고창선, 김승영, 리치 오와키, 우지노 무네테루 [퍼포먼스] 이옥경, 조희경(8월 5-6-12-13일), 아츠히로 이토, 아쿠마노시루시, 서현석(8월13일) 등등 자세한 일정 www.njpartcenter.kr 참고 입장료: 성인 4000원, 학생은 2000원, 경기도민 50%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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