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가수 싸이, 비주얼 대세 김범수를 견제하다
[리뷰] 썸머스탠딩 '흠뻑쑈' 2만5천 관객 열광
▲ 싸이의 썸머스탠드 '흠뻑쇼'가 6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싸이의 공연에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 민원기
▲ 싸이의 섬머스탠드 흠뻑쇼가 펼쳐진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의 무대양옆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관객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 ⓒ 민원기
23명이 20분간 태보를 하자 테크노마트가 흔들렸다. 그보다 1천배 많은 2만 5천 명이 한 자리에서 뛰면 과연 어떤 결과가 찾아올까?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였지만 싸이의 썸머스탠딩 '흠뻑쑈'를 찾은 관객들은 3시간가량 뛰고 또 뛰었다.
'흠뻑쑈'라는 타이틀답게 십자로 만들어진 돌출형 무대 양 옆에는 물을 뿜어내는 장치가 설치됐다. 싸이가 "반포대교 부탁한다"고 외치면 반포대교 달빛무지개 분수를 닮은 물줄기가 쏟아졌다. 가져온 짐을 비닐 가방에 넣고 우비까지 입은 관객들은 물에, 음악에, 분위기에 흠뻑 젖었다.
▲ 6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썸머스탠드 흠뻑쇼에서 싸이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민원기
8월 6일 저녁노을이 질 오후 7시 20분 무렵,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공연은 시작됐다. 관객들은 초반부터 싸이의 '겨땀'을 기대하며(MBC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출연한 그는 겨드랑이에서 샘솟는 땀으로 '겨땀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양 팔을 머리 위로 꼿꼿이 들었다. 2만 5천 명의 관중들이 "뛰어"라는 싸이의 한 마디에 발 구르기를 하는 순간, 장관이 연출됐다.
싸이는 덜 알려져 함께 즐길 수 없는 자신의 노래보다 관객이 잘 아는 남들의 히트곡을 부르기로 유명하다. 댄스 가수로 정평이 나 있지만 <서른즈음에> <사노라면> 등을 통해 그의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DJ DOC와 김장훈에게 각각 선사한 <나 이런 사람이야> <소나기>도 매력적이었다.
▲ 싸이의 썸머스탠드 '흠뻑쇼'가 6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야광복과 야광마스크를 착용한 싸이가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 민원기
싸이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대세로 거듭난 '비주얼 가수' 김범수를 은근히 견제하기도 했다. "김범수가 야광쇼까지 하면 어떡하냐"며 그가 준비한 야광 퍼포먼스에는 광선검을 들고 와이어를 탄 댄서까지 등장했다. 영화 <스타워즈> 속 광선검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인순이의 에너지냐, 지디앤탑의 파워냐
▲ 싸이의 썸머스탠딩 흠뻑쇼의 게스트인 가수 인순이가 열정적인 무대를 펼치고 있다. ⓒ 민원기
▲ 싸이의 썸머스탠드 '흠뻑쇼'가 6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지디앤탑(GD&TOP)게스트로 나와 열광적인 무대를 꾸몄다. ⓒ 민원기
'흠뻑쑈'에서는 인순이와 지디앤탑(GD&TOP)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인순이가 싸이와 부른 <친구여>는 물론, 여름밤을 수놓은 <거위의 꿈>은 관객들의 감성을 어루만졌다. 관객들과 마주한 '자유로운 영혼' 지디앤탑은 한솥밥 식구(지디앤탑과 싸이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싸이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뒤이어 등장한 싸이는 흥에 겨운 듯 오렌지캬라멜의 '아잉♡'과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를 패러디해 더욱 흥을 돋웠다.
▲ 6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썸머스탠드 '흠뻑쇼'에서 싸이의 여장퍼포먼스가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 민원기
싸이는 공연에 앞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처음 시도한 썸머스탠딩을 여름 대표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무대 옆에서 뛰다가도 힘이 빠지면 잠시 뒤로 나와 쉴 수 있었다. 화장실, 간이 매점 등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올해는 싸이 혼자였지만 내년 여름에는 그와 함께하는 페스티벌을 꾸미는 가수 또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오늘 하루 곱씹으며 행복하게 살어"(싸이의 <낙원> 중)라는 구절은 곧 콘서트의 메시지였다. 물벼락 속에서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뛴 2만 5천 명의 관객들은 공연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과거가 되어버린 그 때를 떠올리며 "참 재밌었지"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싸이 또한 관객과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던 2011년 8월 6일(음력 칠월 칠석)을 곱씹으며 다음 앨범, 다음 공연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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