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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시티헌터식 응징? 나라면 시원하게 복수!"

[인터뷰] 드라마 <시티헌터>로 액션 가능성 보여준 배우 이민호

등록|2011.08.08 08:28 수정|2011.08.08 08:56

▲ 배우 이민호가 SBS 드라마 <시티헌터> 종영 후, 5일 논현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첫 공식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를 보며,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타났나' 싶었다. 신성처럼 등장한 이민호는 구준표 그 자체였다. 그의 외모가 아니었다면 그냥 성깔 있는 이모의 파마머리 혹은 소라빵과 다를 바 없는, 남배우 사상 가장 난감했던 헤어스타일이 유행할 정도로 이민호는 구준표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만큼 벗어버리기도 어려운 캐릭터였다. 철없던 구준표에서 똑똑한 전진호 소장(<개인의 취향>)을 지나 무거운 숙명을 짊어진 이윤성(<시티헌터>)에 이르기까지. 돌이켜보면 이민호는 꽤 열심히 변신을 꾀해 왔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시티헌터>에서 이민호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을 몰래 처단하는 '시티헌터' 이윤성을 연기했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만 비제도권에서 사회적 응징을 가하는 다크히어로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처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이윤성은 무겁게 내려앉는 캐릭터였다. 그런 윤성이를 떠나보낸 배우 이민호는 어떤 심정일까?

지난 5일 오후 논현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민호를 만났다. 얼마 전 교통사고와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을 버텨낸 사람답지 않게 밝고 여유 있어 보였다.

"사회적 문제에 집착하면 윤성이 무너질 것 같았다"

▲ 이민호는 <시티헌터>에서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을 몰래 처단하는 '시티헌터' 이윤성을 연기했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한 드라마지만 이민호는 "사회적 이슈 자체보다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처단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이민호는 생각보다 이윤성을 덤덤하게 떠나보냈다. "밤이면 나가야할 것 같고, 마스크도 써야할 것 같다"지만 큰 후유증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가상인물 윤성에 대해서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깊이 파악하고 있었다. 이민호는 어느 때보다 자신을 많이 혹사시킨 작품인 만큼 마지막까지 윤성이가 가지고 가야할 중심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굉장히 불행한 삶을 살았던 윤성이가 행복해지길 원했어요. 하지만 그와 얽힌 사건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이 다쳤기 때문에 마지막에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면 윤성이가 추구했던 것들이 망가질 것 같았죠. 어쩔 수 없이 고독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도시 속으로 떠나는 것이 가장 윤성이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원작 만화가 있으니까, 이후엔 사건을 의뢰 받고 잘 살아가지 않을까요."

사실 대한민국의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던 <시티헌터>가 25살 젊은 배우의 어깨를 짓누를까 우려스럽기도 했다. 이민호는 "윤성이를 연기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중점을 두기보다 비리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처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응징을 하고 영웅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윤성이 캐릭터가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원한에 대한 복수가 아닌 사회적인 처단이라는 윤성의 방식도 한 발짝 물러서 중심을 잡은 덕에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윤성이가 (국가에 의해 북파공작원들이 희생됐던) 사건을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식의 처단이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직접 겪었다면 이진표(김상중 분)처럼 (죽임으로써) 처리했겠죠. 윤성이 대사 중에 '피가 피를 부른다'는 대목이 있는데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근데, 나는 윤성이처럼 못할 거예요. 진표처럼 하겠죠. 시원하게~ (웃음)"

액션 배우의 가능성 보여준 '시티헌터', 몸은 만신창이     

▲ 이민호는 <시티헌터>를 통해 전작 <꽃보다 남자>나 <개인의 취향>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액션 배우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표출했다. 하지만 차량 액션신 촬영 중 당한 교통사고를 비롯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인터뷰 내내, '밤샘 촬영에도 늘 시간에 쫓겼던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배우로서의 욕심은 훌쩍 커져 있었다. 하지만 본인도 "<시티헌터>는 '반짝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드라마"라고 평하는 만큼 새로운 이민호를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특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개인의 취향>의 전진호와는 거리가 멀었던 액션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돋보였다. 숟가락과 계단 등을 이용한 액션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민호도 이번 작품으로 "액션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아쉬웠을 때는 매 순간순간이에요. 항상 시간에 쫓기듯이 촬영하다보니 현장에서 느낌 가는대로 연기해야 했죠. 시간이 없어서 액션 연기의 합(액션배우랑 움직임을 맞춰보는 것)을 10분 만에 짰어요. 만족스러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점수로 치면 50점?"

작품 내내 치고받았던 시티헌터 역할 때문에 현재 이민호의 몸은 그의 표현대로 "만신창이"다. 극중 방탄유리를 깨기 위해 설치한 폭약이 터지면서 튄 파편 때문에 다리에 흉터가 남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많이 입었다. 그중에서도 차량 액션신을 촬영하며 차가 반파됐던 교통사고가 가장 끔찍했다. 천운으로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아 다음날부터 촬영에 들어갔지만 후유증은 남은 모양이다. 원래도 허리가 안 좋지만 날씨가 좀 축축하면 허리가 아프다고. 스케줄 때문에 아직 병원에 가지 못한 이민호는 "척추교정이라도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잘 생겼다'보다 '연기 잘 한다'가 좋아"

▲ 중국에서 <시티헌터>의 성공으로 이민호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민호는 "먼저 한국에서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아시아의 최고가 돼 할리우드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마지막회에서 자신을 키워준 이진표와 대적하는 장면을 찍으며 많이 울었다는 이민호는 "나는 그냥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는 대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이윤성의 마음은 배우 이민호로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아닐까?

"예전에 '스크림' 가면을 쓰고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멤버가 나와 정일우, 김범, 형 한 명까지 4명이었죠. 놀이기구 타려고 가면 쓴 상태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앉자마자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거예요. 연예인이 왔다는 게 알려져서 결국 하나 타고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가서 돌아온 기억이 있어요. '아, 놀이공원은 못 가는 거구나'하고 생각했죠."

아닌 게 아니라 앞으로도 평범한 일상은 힘들 것 같다. 중화권에서 <꽃보다 남자>에 이은 <시티헌터>의 성공으로 이민호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얼마 전에는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테렌스창이 이민호를 만나기 위해 입국해 <시티헌터> 촬영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내 예상보다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찾아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9월 중순부터 여유가 생기면 이것저것 준비하려고 해요. 일단 한국에서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다 보면 아시아로 나갈 수 있고, 아시아에서 최고가 된다면 할리우드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로서의 정점은 할리우드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중국어, 영어도 해야 하는데 너무 어려워요. 일본어도 좀 배우다 말았는데, 아무래도 학습 쪽이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요. 몸으로 하는 건 잘 맞는데.(웃음)"


▲ 이민호는 차기작으로 영화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차기작을 고르는데 있어서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작품 사이의 공백이 1년 정도 되는 이민호가 차기작을 고르며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은 변신의 가능성이다. <시티헌터> 시즌2가 만들어지더라도 "전과 다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면 출연하겠지만 연장선이라면 할 수 없다"는 확고한 태도다. 무엇보다 차기작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민호는 "드라마는 너무 쫓기듯이 해서 여유를 가지고 영화를 찍으면 지금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장르는 가리지 않고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잘 생겼다"는 말보다 "연기 잘 한다"는 말이 제일 좋다는 이민호. 왕년에 동대문 한번 나가면 "연예인 하라"고 기획사 명함 7개씩 받았다던 고등학생이 이제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욕심내봄직한 스타가 됐다.

"10~20년 뒤, 먼 미래를 상상해보지는 않았어요. 현실적으로 1~2년 뒤를 생각하며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달려갈 거예요. '나는 잘 될 거야, 빛날 거야'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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