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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가수' 가수들만 진정한 가수라 했나

[인터뷰] 소년소녀가장 돕는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록|2011.08.08 14:01 수정|2011.08.08 14:02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23년간 음악과 함께 살아온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음악을 통한 나눔의 실천이다. ⓒ 신광태


지난 6일 쪽배축제가 열리고 있는 붕어섬 한 모퉁이의 숲에서 7080세대 음악을 비롯해 추억의 팝송이 나무숲을 헤집고 조용히 흘러나왔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세 사람이 조그만 천막아래서 '소년소녀가장 돕기 자선공연' 이란 현수막을 걸고 기타와 탬버린, 봉고를 치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가다 가끔 이들을 흘낏 바라보는 사람들 외에 관중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축제를 진행하는 담당자 입장에서 이럴 땐 직업의식이 나온다. "선생님들! 허가 받지 않고 여기서 공연을 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하자 축제 조직위원회를 통해 이곳에서 공연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단다.

"저희는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그룹인데 시간 날 때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 공연을 하고 관객들의 자발적인 모금은 불우 소년소녀 가장 청소년들을 돕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춘천에서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는 김진형(42)씨, 하근호(42)씨와 인쇄업을 하는 김아무개씨(이름 비공개 요청)는 25년 전 청소년시절에 음악을 통해 만난 절친 이며, 직업은 각자 다르지만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호흡 잘 맞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또 철저하게 관중들 성향에 맞는 맞춤형 음악을 들려준다. 어느 곳에서든지 공연에 앞서 관중들의 성향을 파악해 7080세대가 많은 곳에서는 그들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고, 다수의 청소년들이 참석한 자리에선 최신 대중가요를, 어린이들이 많다 싶으면 거기에 맞는 장르로 바꾼다.

10년 정기적금, 소년소녀가장 50세대를 위한 1천만원 계좌 만들기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관객이 없어도 이들의 음악은 언제나 흥겹다 ⓒ 신광태


지난해 7월 이들 세 사람은 아름다운 모의를 시작했다. 음악을 통해 소년소녀 불우청소년을 돕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하고 타이틀도 거창하게 붙였다.

'10년 정기적금, 소년소녀 가장 50세대를 위한 1천만원 계좌 만들기', 이것이 이들 세 사람이 시도하는 프로젝트이다. 풀이하면 한달에 8만 원(후원금 3만 원 포함)씩 10년 동안 소년소녀 가장 50세대를 대상으로 개별 1천만 원의 통장을 만들어 이들의 자립기반을 조성해 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의 작은 생각이 자라 8월 현재 10가구를 위한 80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팀장을 맡고 있는 김진형씨는 "얼마나 더 열심히 공연을 하느냐에 따라서 계획된 기간이 앞당겨 질수도, 수혜대상자를 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우리나라의 자선 기부문화가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고 답한 김씨는 "연주 중 이와같은 취지를 설명하면 일부 관객들은 슬며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시는데, 강제성을 띤 것이 아니니까 전혀 부담을 느끼시지 말고 이런 취지 정도만 이해해 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다른 우리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10년 계획은 무의탁 노인 분들을 위한 한식 뷔페식당 만들기와 장애인이지만 제도적으로 국가 보조가 어려운 가정에 대해 매월 정기적으로 쌀을 지원해 주는 계획도 있지만, 여력이 부족해 지금까지 6개월째 한분의 어르신께 매월 쌀(20kg)을 지급해 드리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과 소년소녀 가장 아이들을 연결해 줄 뿐

지정기탁신청서이들의 수익금을 지정기탁하기 위한 신청서이다. ⓒ 신광태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드리겠는데, 세분의 생활형편도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일 할 시간에 개별적으로 하시는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가게 확장이나 불우가정을 돕는데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나눔의 문화라는 것은 어느 부자가 한꺼번에 많은 돈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고 적은 금액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정성을 담아 참여 했을 때 그 의미가 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것이 우리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지난해부터 소년소녀가장 돕기 10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 전까지 어떤 활동을 해 오셨는지 주요 활동 상황을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 주실수 있을까요?

우리가 18살 되던 해, 88년도에 월미도에서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결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인천제철, 인천백화점, 문화의 거리, 서울 동숭동 대학로 거리 등지에서의 공연활동을 시작으로 무의탁 노인돕기 공연을 94년 7월부터 9월까지 두달 동안 진행을 했고, 소년소녀 가장돕기 공연으로는 94년 10월부터 95년 3월까지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95년 4월부터 8월까지 부산 광안리에서, 95년9월부터 96년 1월까지의 전국 순회, 96년 2월부터 10월까지 부산역 광장앞 공연등 99년까지 20여회 공연으로 2억원 이상의 헌금을 사회복지 단체에 기부를 한 적이 있고, 다시 99년부터 2000년도까지의 춘천 공연을 통해 2500만원 헌금을 기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동안 결혼 등 각자의 생활에 쫓겨 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까 오면서 들으니까 노래를 참 감미롭게 하시던데, 요즘 나가수(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가 뜨는 추세 아닙니까! 그런 것 보면 부럽다는 생각 안드세요?

감히 거기에 명함을 내밀 입장은 아니고, 부럽다기보다는 추구해 가는 방향의 차이는 있다고는 말할 수 있겠네요. 저희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모아진 정성을 소년소녀 가장 세대 아이들이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중계인의 역할을 음악이라는 매체를 통해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답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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