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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색된 벽, 그래도 아름답지 않나요?

[사진노트] 벽화(壁畵)가 아니라 벽화(壁花)

등록|2011.08.09 16:32 수정|2011.08.09 16:33


벽과 의자사람이 살던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마당, 그 누군가 앉아 쉬었을 의자도 뼈대만 남고, 그 의자가 가만히 벽에 기대어 쉬고 있다. ⓒ 김민수



거미줄거미줄에 잡힌 담벼락과 창문, 벽이 마냥 막혀있기만 하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벽은 그 너머가 있으니 벽은 밀면 문이 되는 것이다. ⓒ 김민수



벽과 초록 생명벽에 기대어 피어나는 초록 생명들, 불편함도 있을 터이고 때론 그 불편함으로 인해 덕을 보는 일도 있을 터이다. 모든 것이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없을 터이다. ⓒ 김민수



벽화몇가지 꽃들과 사초과의 꽃들, 모두가 그저 그런 것들이지만 그런 것들이 만나 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신비요, 상징이 아닐까? ⓒ 김민수



개망초이른 아침이기도 했지만 며칠째 내리는 비로 개망초조차도 활짝 피어나질 못했다. 그들인들 정갈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도 피어난다. 그것이 그들이다. ⓒ 김민수



숨은그림이 사진의 주인공은? 거미다. 그때도 보았느냐고? 물론. 그러나 그때는 그를 주인공으로 담으려하지는 않았다. 담고보니 의도와 다르게 그가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잘 보이지 않음으로. ⓒ 김민수



메꽃저 창고 아래 뿌리를 두고, 어두운 창고에 비치는 빛을 따라 처마밑까지 올라와 기어이 꽃을 피웠다. 조금 다른 꽃들보다 늦게 피어났지만, 그도 꽃이다. 꽃도 그렇게 살아가는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을 터이다. ⓒ 김민수



벽화그야말로 벽과 꽃이다. 그림이 아니라 꽃, 갈라진 틈들은 미쳐 지우지 못한 스케치의 굵은 선들이다. ⓒ 김민수



돌나물그 어딘가에 흙이 있을 터이다. 벽 아래만 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벽 위로 하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하늘만 향하는 것도 아니었다. ⓒ 김민수




태안, 그곳은 서서히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어두운 그림자는 남아있어,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반기면서도 태안의 흔적을 담는 모습에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얼마전 태풍이 왔을 때 언론사에서는 떠내려온 쓰레기만 보도했단다.
그래서 손님이 가득차야할 방이 텅 비어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제발, 우리도 먹고 살게 해주소."

조금은 을씨년 스러워보이기도 했지만, 도심의 깔끔한 벽보다 시골스러움 가득한 투박한 벽이 훨씬 정감있게 보였다. 더군다나 그 곁에 기대어 피어나는 초록생명들이 있으니 더 아름다웠다.

어찌어찌 피어난 메꽃사진을 아는 형님에게 메일로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많이 울었어."

감수성이 풍부한 형님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많이 힘들구나. 그래도 끝까지 꽃을 피우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구나.

"형, 꽃 필거야."

태안, 그곳도 완벽하게 피어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날은 좀 더 화사하게 담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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