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니폼이 좋은 점이 뭔지 알아요? 우리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거예요."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에 나오는 대사의 한 구절이다.
우리에게 '청소 아줌마'들은 투명인간이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분들이지만 언제나 '없는 듯 있는' 분들이다. 남자화장실에 젊은 아가씨가 들어왔다면 난리가 났겠지만 유니폼을 입은 '청소 아줌마'들이 매일같이 남자화장실을 돌아다녀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유니폼을 입는 순간, 그 분들은 투명인간이 된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 밖에서 묵묵히 일한다.
연초부터 이 '투명인간'에 관한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새해 첫 날 미화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에 나섰고 수많은 시민들이 이를 지지했다. 이들은 함께 더불어 싸웠다. 그리고 이겼다. 해고는 철회됐고 임금이 인상됐으며 노조가 인정됐다. 주 5일근무로 여가생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학 청소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도 마침내 미화원 어머님들의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3년 전부터 뜻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미화원 어머님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학교와 용역회사가 모르게 비밀리에 준비한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학교와 사측에 발각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노천극장에서 열린 노조 출범식에서 어머님들은 눈물을 흘리셨다. 한 어머님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난 정말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라고 대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출범식이 끝난 후 뒤풀이에서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은 어머님들과 막걸리 잔을 주고받으며 안치환과 자유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러드렸다. 빵과 장미를 향한 어머님들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투쟁은 얼마 못가 큰 시련에 부딪혔다. 함께 싸워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모든 책임을 용역회사에 전가했고, 용역회사는 필사적으로 노조를 탄압했다. 욕설 등 인격모독적인 말은 기본이고, "허튼 짓 하면 자른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많은 분들이 노조에서 탈퇴했다.
지금 노조엔 스무 명이 조금 넘는 분들만 남아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어머님들의 편에서 함께 싸워줄 수 있는 건 학생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내 노동자분들의 투쟁에 마음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쉽사리 연대의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어머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도왔던 학생이 강제휴학을 당했던 까닭이기도 하고 학점과 토익,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공부 이외의 활동에 쉽사리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故김대중 대통령이 6. 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 강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벽 5시에 출근해 화장실 구석에 쭈그려 앉아 식사를 해결해가며 일해도 75만 원 밖에 벌지 못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양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작 불의를 정의로 고치려고 행동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부당한 현실을 목도하고도 침묵하는 것 또한 악의 편이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뜨거운 가슴으로 함께 연대하고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책으로 나온 <빵과 장미>의 내용 중에서 노인이 가슴을 치며 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런 유의 싸움은 총으로는 못 이기지. 가슴으로 이기는 거야. 이안에 있는 강한 가슴으로."
*빵과 장미 : 빵은 생존에 필요한 합리적 임금을, 장미는 노동자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상징한다. '빵과 장미'는 제임스 오펜하임이 시카고 여성 노동운동가들을 위하여 쓴 시의 제목이다.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렌스 직물공장 파업에서 일부 여성 노동자들이 그 시의 한 구절인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러나 장미도 원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온 것이 효시가 되어 노동운동의 슬로건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에 나오는 대사의 한 구절이다.
연초부터 이 '투명인간'에 관한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새해 첫 날 미화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다.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에 나섰고 수많은 시민들이 이를 지지했다. 이들은 함께 더불어 싸웠다. 그리고 이겼다. 해고는 철회됐고 임금이 인상됐으며 노조가 인정됐다. 주 5일근무로 여가생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학 청소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도 마침내 미화원 어머님들의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3년 전부터 뜻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미화원 어머님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학교와 용역회사가 모르게 비밀리에 준비한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학교와 사측에 발각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
노천극장에서 열린 노조 출범식에서 어머님들은 눈물을 흘리셨다. 한 어머님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난 정말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라고 대답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출범식이 끝난 후 뒤풀이에서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은 어머님들과 막걸리 잔을 주고받으며 안치환과 자유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불러드렸다. 빵과 장미를 향한 어머님들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투쟁은 얼마 못가 큰 시련에 부딪혔다. 함께 싸워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모든 책임을 용역회사에 전가했고, 용역회사는 필사적으로 노조를 탄압했다. 욕설 등 인격모독적인 말은 기본이고, "허튼 짓 하면 자른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많은 분들이 노조에서 탈퇴했다.
지금 노조엔 스무 명이 조금 넘는 분들만 남아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어머님들의 편에서 함께 싸워줄 수 있는 건 학생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내 노동자분들의 투쟁에 마음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쉽사리 연대의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어머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도왔던 학생이 강제휴학을 당했던 까닭이기도 하고 학점과 토익,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공부 이외의 활동에 쉽사리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故김대중 대통령이 6. 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 강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벽 5시에 출근해 화장실 구석에 쭈그려 앉아 식사를 해결해가며 일해도 75만 원 밖에 벌지 못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양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작 불의를 정의로 고치려고 행동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부당한 현실을 목도하고도 침묵하는 것 또한 악의 편이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뜨거운 가슴으로 함께 연대하고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책으로 나온 <빵과 장미>의 내용 중에서 노인이 가슴을 치며 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런 유의 싸움은 총으로는 못 이기지. 가슴으로 이기는 거야. 이안에 있는 강한 가슴으로."
*빵과 장미 : 빵은 생존에 필요한 합리적 임금을, 장미는 노동자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상징한다. '빵과 장미'는 제임스 오펜하임이 시카고 여성 노동운동가들을 위하여 쓴 시의 제목이다.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렌스 직물공장 파업에서 일부 여성 노동자들이 그 시의 한 구절인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러나 장미도 원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온 것이 효시가 되어 노동운동의 슬로건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종천 씨는 현재 아주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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