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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도 당사 팔았는데 금감원 빌딩 팔아라"

여당 의원 주장... 국회 특위, 박재완 '국민성금' 발언에 뭇매

등록|2011.08.10 16:28 수정|2011.08.10 16:28
"한나라당도 당사를 팔았던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빌딩을 팔아서 저축은행 피해자들 보상하는 것은 어떤가."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국민성금으로 하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황당' 아이디어에 여당인 한나라당이 '금융감독원 빌딩 매각'이라는 이색 주장으로 맞불을 놨다.

10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말로는 책임을 통감하겠다고 하면서 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빌딩을 매각해서 저축은행 피해자를 보상하자"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감원 자산은 공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한 보상을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메우는 것은 일반적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재완 장관은 이날도 '국민 성금'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국민 성금이라든지 이런 방법으로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국민성금 주장 굽히지 않은 박재완... "국민이 봉이냐"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8월 9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책에 관한 질의를 듣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박 장관은 "정부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국민성금 운운하느냐, 피해자들 요구는 구걸이 아니다"라는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의 지적에 "(국민 성금은)온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차원"이라며 "꼭 구걸이라고 하면서 배제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다"고 맞섰다.

박 장관의 꼿꼿한 태도에 여야 의원들의 뭇매가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의 발언에서는 전날 국정조사 특위 산하 피해대책소위가 마련한 '6000만 원 전액 보상안'에 대해 정부가 수용불가를 외친데 따른 못마땅함도 드러났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이 금융당국과 박 장관에게 있는데 정부가 만들지도 않는 대책을 왜 국회가 만들고 있는 거냐"며 "정부가 계속 (책임을) 회피하면서 국민성금이나 걷자고 하는 태도를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가 가난한 서민의 피해 구제안을 내놓았는데 정부는 나쁜 선례가 된다느니, 금융질서를 교란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국민성금을 운운한 것은 (저축은행 사태가)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그저 불쌍하다는 인식 아니냐"고 했고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보상은 안하고 성금으로 (피해자 구제)한다는데 국민이 봉이냐"고 따졌다.

정두언 특위 위원장은 "남대문이 불탔을 때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는 대통령 발언에 비난이 쏟아졌는데도 왜 박 장관이 (성금 이야기를)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발언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여당에도 굉장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금을 걷으려거든 정부 관료들의 월급부터 내놓으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혁 의원은 "정부 관료들이 1년치 봉급은 내놓겠다는 그런 정도의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같은 당의 조문환 의원은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 기재부 장관이 먼저 석달치 월급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성금을 모아달라고 하라"고 쏘아붙였다.

박재완 "대안은 없지만 6000만 원 보상은 안 돼"

하지만 박 장관은 국정조사 특위가 마련한 피해구제 대책에 대해서는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에서 여러 금융기관이 파산했지만 약속된 한도를 초과해서 보상한 적은 없었다"며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지만 금융시장 질서를 흔드는 것은 대외 신임도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 헌법과 관련법을 뛰어넘는 소급입법 등의 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위원장을 비롯해 특위 위원들로부터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창의적인 대안이 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박 장관은 "실현 가능한 대안을 바로 말씀드릴 정도로 준비돼 있지는 않다"고 곤혹스러움을 내비쳤다. 그는 "현행대로 5000만 원 한도내에서 보장하는 것과 파산배당을 늘리도록 노력하는 게 지금 가지고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정부에 활동 마감시한인 12일 전까지 정부의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대책을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끝으로 박 장관을 상대로한 질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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