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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파도에 낚시를 드리우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잠시 잊고 바다를 찾았다

등록|2011.08.13 15:33 수정|2011.08.13 15:33
태풍 무이파가 지나가고 다시 평온을 되찾은 바다는 가느다란 실바람에 작은 파도가 넘실거린다. 삼일 동안 쉬지 않고 거친 비바람과 파도 때문에 몸살을 앓았기 때문인지 율포의 바닷가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바닷새들도 어디론가 떠나버린 한적한 갯바위에 앉아 낚시 바늘에 배고픈 물고기를 부르기 위한 미끼를 끼우고 푸른파도 너머로 힘차게 던지니 물속으로 사뿐히 들어갔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를 향해서 고기를 잡겠다고 나온 것이 어쩌면 무모한 만용이다. 혹시나 바다의 노여움을 받아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하면 어쩔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여름휴가 기간 중에 예상치 못한 태풍 무이파 때문에 집안에서 삼일동안 두문불출해서 그런지 탁트인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물고기들이 겁을 먹고 바닷속 바위틈에 숨어 무엇을 하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입질이 오지 않았다. 차라리 오늘은 세월을 낚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이로움에 심취 되리라 생각하니 조급함이 사라졌다.

하얀 파도는 푸른 바다를 쉼 없이 왔다갔다 하면서 고독한 강태공의 벗이 되어 무료함을 달래준다. 물고기를 유혹하기 위한 입갑을 한주걱 뿌리니 사방으로 번져나가다 물속으로 가라 앉았다.

차분함과 기다림의 여유가 없이는 어느것 하나 이룰 수 없다는 작은 생각을 바람이 속삭이며 지나갔다. 마치 농삿일처럼 씨앗을 뿌렸으면 새싹이 돋아날 때까지 차분히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이 지혜로운 것처럼 낚시도 느긋함이 있어야 한다.

너무 성급한 성미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고 뒤돌아 후회를 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차분히 생각하고 신중한 행동을 수련하기 위해 낚시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급하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조급해 졌으리라.

며칠 전 읽었던 어느 시인의 산문집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구도자의 길을 걸으며 수행하는 수녀 시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주옥 같은 시를 통해서 감동을 주는 문학인이다. 자연과 계절이 변화하면 꽃과 나무와 바람과도 대화를 나누고 종교와 세대를 넘어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인의 마음이 산문집에 나타나 있었다. 그분처럼 깨달음과 나눔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궁행을 통해 한걸음 나아가고자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생각의 그늘 속에 잠겨 있는데 낚시대를 잡아당기는 무거운 감각이 전율처럼 느껴졌다. 서서히 릴을 감아 올리니 팔뚝만한 우럭이 안간힘을 쓰며 저항하고 있었다. 뜰채에 담아 낚시 바늘을 빼고 어망에 가두었다. 이제는 애를 써도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어망 속에서 우럭은 그냥 체념하고 있었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옳을지 생각 하면서 다시금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워 또 다른 물고기를 찾기 위해 파도를 향해서 낚시를 던졌다. 유비가 세 번의 고배를 감수하면서 까지 제갈공명을 얻은 그런 느낌이 적당할 것 같기도 하고, 에상치도 않았는데 복권에 당첨된 감회라고 해야할지 오락가락 했다.

또 세 시간의 기다림과 고독을 이기고 이번에는 낚시대를 힘차게 당기는 힘이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조심스럽게 뜰채에 담긴 모습을 보니 숭어가 저항하며 분을 삭히고 있었다. 입에서 바늘이 빠지자 지쳤다는 듯이 긴 한숨을 내쉬어 안쓰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오늘이 운명의 날인 것을 어쩌면 오늘을 위해 그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하늘의 뜻에 순응하며 살아 왔으니 살신성인의 도를 이제사 이루니 너무 원망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짐을 챙겼다.

해가 넘어가는 율포의 바닷바람을 등지고 갯바위를 지나 갈대밭에 이르니 바람결에 춤추며 오늘의 수확을 축하해 주었다.

핸드폰의 숫자를 눌러 후배에게 승전보를 전하니 무척 기뻐하며 어쩔 줄 모른다. 이런 날에는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하니 회와 매운탕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자를 동원할 때니 바람처럼 달려 오라는 신신의 당부말을 남기며 핸드폰 속으로 목소리를 감추었다.

자동차는 세상에서 가장 차분하게 율포의 해안도로를 사뿐히 스치고 안양 수문포 해송의 배웅인사를 받고 유유히 흐르는 탐진강변을 따라 펼쳐진 푸른길을 지나서 강진에 도착했다. 후배와 지인들이 기다리는 곳에 도착하니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영접을 하였다.

어망에서 여장을 푼 우럭과 숭어를 꺼내 후배는 빠른 손놀림으로 푸짐한 회를 접시에 내 놓았다. 오늘의 수확에 잔을 들어 하늘에 감사하고 축배를 음복했다. 황제의 만찬이 부럽지 않고 함께 둘러 앉은 식탁에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며, 무더운 여름날의 축제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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