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수월정'이라 해서 수월하게 찾을 줄 알았더니...

경남 문화재자료 제454호 수월정을 찾아가다

등록|2011.08.14 15:32 수정|2011.08.14 15:32

수월정경남 문화재자료 제454호 수월정. 숨바꼭질을 하듯 찾아냈다 ⓒ 하주성


'수월정(水月亭)', 이름대로라면 정말 운치가 있는 정자일 듯하다. 산청군을 답사하는 13일, 수월정을 찾아 나섰다. 이번 답사에 유일하게 찾아보고자 했던 정자이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주소를 입력했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안봉리 444번지. 수월정은 경남 문화재자료 제454호로 지정이 되어있다고 한다.

수월정의 지번 앞에 도착하자, 내비가 찾는 장소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어디에도 정자가 보이지를 않는다. 안내판을 있을 텐데, 찾을 수가 없다. 도대체 수월정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곳을 지나 수월마을로 접어들었다. 마을 분들에게 물어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뿐이다.

수월정앞에는 숲으로 가려져 전체를 담을 수가 없다 ⓒ 하주성


측면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집으로 지은 수월정 ⓒ 하주성


길가에 안내판 하나 없는 수월정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길가 쉼터에서 쉬고 계시던 어르신이, 저 아래로 내려가면 길에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길에서 보인다는 정자는 그 어느 곳에도 보이지를 않는다. 444번지 앞에서 위로 오르는 가파른 길이 있다. 혹시나 해서 그 길로 올라가 보았다. 중간까지 가도 정자는 보이지 않았다.

돌아 내려갈까 하다가, 다시 더 위로 올라가 보자고 아우를 졸랐다. 더 가파르다. 위로 올라가니 우측에 기와지붕이 보인다. 수월정이 거기 그렇게 숨어 있었다. 그런데 모든 문화재를 길거리에 안내판을 세워 놓았는데, 왜 수월정의 안내판은 없었던 것일까? 근 1시간 이상 마을을 돌아다녔는데. 수월하게 찾을 줄 알았던 수월정은 그렇게 애를 쓴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주추시멘트로 주추 위를 발라 놓아 흉하다 ⓒ 하주성


말벌집천정에는 사람 머리통 만큼이나 큰 말벌집이 달려있다 ⓒ 하주성


100여 년 전에 지어진 정자 수월정

수월정은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집이다. 가운데에 방 두 칸을 두고, 그 앞쪽으로 툇마루를 깔았다. 정면을 마주하고 가운데 방을 둔 좌측에는, 뒤편으로 밀어 한 칸의 방을 두고 우측으로는 누마루를 깔았다. 마루 앞에는 양편 모두 난간을 둘러 운치를 더했다. 기둥은 외진주는 원형이며, 내진주는 사각형이다.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올린 정자. 앞으로는 나무가 들어차 정면에서 전체를 다 담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측면에서 비스듬히 사진에 담아냈다. 수월정은 1915년에 석초 권두희가 김재 권습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이다. 정자는 대개 마루를 중심으로 구성을 하지만, 이 정자는 추운 겨울을 맞이하는 산청지방에서 용이하게 사용하기 위해, 온돌방을 중심으로 구성을 한 것이 특징이다.

마루마루 끝에 판문은 사라져 버렸다. 원래부터 없지는 않았을 텐데 ⓒ 하주성


떨어진 벽벽이 떨어져 마루에 널려있다 ⓒ 하주성


문화재 관리의 허점을 보다

산청군은 비교적 문화재 관리를 잘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월정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생각이 산산조각이 났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주추 위에 세운 기둥에 시멘으로 발라 놓았다. 아마도 기둥이 부식되는 것을 막기 위함인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흉하게 만들어 놓다니. 아마 시멘트가 마르면, 이것을 주추처럼 만들려고 한 것이었는지.

마루 위로 올라가 본다. 누마루 끝에 판문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천정에는 커다란 말벌 집이 달려있다. 벽은 무너져 마루에 떨어져 있다. 도대체 이 꼴이 무엇이란 말인가? 명색이 문화재인데, 이렇게 관리를 했다니.

흙더미마루에 지붕에서 떨어진 듯한 흙더미가 널려있다 ⓒ 하주성


입구입구는 나무가지들이 무성해 막혀버렸다 ⓒ 하주성


이 수월정을 가파른 길을 오르기 전에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또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가 나뭇가지에 가려져 아예 보이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안내판도 없고, 부서져 가는 수월정. 그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관리를 했더라면, 아마도 제 이름값을 톡톡히 했을 정자인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