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찍고 그리고... 부부, 유럽을 훑다
유럽 문화 기행서 <유럽 도시에서 길을 찾다>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의 권순긍 최선옥 부부 ⓒ 이상기
걸으면서 길을 찾는 부부가 있다. 권순긍 교수와 최선옥 교사가 그들이다. 이 부부는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권순긍 교수는 글쟁이고, 최선옥 교사는 환쟁이다. 환쟁이, 아니 그리기와 찍기 선수가 좋겠다.
'혼자만 알면 무슨 재민겨'라는 전우익 선생의 말처럼, 이제는 그들이 보따리를 풀 때가 되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유럽 도시에서 길을 찾다>이다. 448쪽이나 되는 방대한 책에 유럽 13개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을 담았다. 그 하나하나의 글이 모두 우리에게 지식과 감동을 준다. 우리말로 하면 가르침과 즐거움이다. 그들은 글과 사진 그리고 그림을 통해 우리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사진이 유혹하고, 글이 도시를 알게 하고, 그림이 맛을 더한다.
▲ 두브로브니크에서 길을 찾는 권순긍 최선옥 부부 ⓒ 이상기
권순긍 교수는 책에 나오는 13개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코 '두브로브니크'라고 말한다.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정말 지상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나 싶다." 항구도시로는 나폴리, 소렌토보다 아름답고, 역사도시로는 아테네와 로마보다 아름답다고 그는 말한다. 최선옥 선생의 사진을 보니 그 아름다움을 실감할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다. 버나드 쇼의 말처럼 천국보다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의 진주가 두브로브니크다.
그들은 이 책을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1부: 지중해, 2부: 서유럽, 3부: 동유럽. 1부 지중해에는 아테네, 두브로브니크,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를 담았다. 2부 서유럽에는 파리, 아를, 세비야, 똘레도, 그라나다를 담았다. 3부 동유럽에는 빈, 잘츠부르크, 부다페스트를 담았다. 지리를 전공하는 사람은 이러한 분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세비야, 똘레도, 그라나다를 서유럽이라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새로운 시도고 또 필자 부부의 취향이다. 취향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 책: 유럽도시에서 길을 찾다 ⓒ 이상기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럽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것은 유럽의 남쪽 지중해변에서 유럽문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중해를 끼고 있거나 가까운 도시가 이 책의 절반이 넘는 8개나 된다. 파리, 빈, 잘츠부르크, 부다페스트를 뺀다면 나머지는 지중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중해 안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문화의 원천은 누가 뭐래도 지중해 동남쪽 끝에 있는 이집트다. 이집트 문화는 소아시아를 거쳐 그리스로 유입되었고, 그리스에서 로마를 통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 아테네와 이탈리아 로마를 지중해 부분에서 다룬 것은 적절하다. 또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번성했던 베네치아, 피렌체, 두브로브니크를 다룬 것도 적절하다. 그리고 이슬람 문화가 북아프리카를 거쳐 에스파냐에 영향을 준 점을 인정해 세비야, 똘레도, 그라나다를 다뤘으니 이 또한 적절하다.
그리고 1600년대 이후 유럽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던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의 빈을 이 책에 소개한 것 역시 탁월한 선택이다. 그러나 권 교수 부부는 이들 도시가 갖는 모더니티에 초점을 맞추었다. 파리에서는 프랑스 혁명 이후의 모더니티를 강조했다. 에펠탑에서 만국박람회를 보았고, 루브르에서 미술작품을 보았다. 이들은 또한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길을 잃었다. 그러면서 집을 보고, 카페에 들르고, 예술가의 흔적을 발견했다.
▲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생가 앞에서 권교수 부부와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 이상기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와 문화유산뿐 아니라, 음악과 미술 그리고 건축을 찾아 발품을 팔았다. 빈을 빛낸 음악가들을 이야기했다. 그들 중에는 슈베르트, 말러, 브루크너, 베토벤, 브람스, 슈트라우스가 있다. 어 근데 왜 모차르트는 빠진 거지? 나중에 알고 보니 잘츠부르크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서였다. 미술에서는 클림트의 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건축에서는 아르 누보 건축물에 초점을 맞췄다. 도대체 권교수 부부의 눈과 상상력은 어디까지 미치는 걸까?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름대로 유럽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유럽의 역사, 문화유산, 문화와 예술, 문학과 영화 등 모든 인문학 분야를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걸음걸음 하나하나가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정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들의 느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보는 만큼 알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유럽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중 하나다. 그들이 느낀 지적 호기심과 자유를 함께 느껴 보자. 그들은 프롤로그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추상적인 지명이나 지도 위의 한 점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던 어느 도시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미지의 공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그 감격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이 수반된 새로운 세계와의 감격적인 만남을 통해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보고, 듣고 느끼며 진정한 자유를 누렸다."
영화에도 옥의 티라는 것이 있다. 전문성과 서정성이 가끔 미스 매치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그것은 권순긍 교수의 낙천성 때문이다. 그는 놀기 좋아하고 음식 좋아하고 술을 좋아한다. 그는 미식가다. 어느 도시를 가나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즐기고, 레스토랑에 들어 포도주나 맥주를 즐겨 마신다. 그러다 보니 서정성에 도취되는 가 보다.
그는 '스마트 트래블'을 진행하는 루디 맥사를 닮고 싶어 한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먹기 마시기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그는 루디 맥사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항상 아내와 함께 다닌다는 것이다. 그의 다음 책이 뭐가 될지 궁금하다.
▲ 최선옥 선생이 도시풍경전에서 전시한 수채화 부다페스트 ⓒ 이상기
<부부가 함께한 유럽 문화 기행. 유럽 도시에서 길을 찾다>는 2011년 8월 1일 청아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 글은 남편인 권순긍 교수가 썼고, 사진과 그림은 아내인 최선옥 선생이 담당했다. 이들은 이 책을 내기 전 내용의 일부를 카페와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또 '이야기가 있는 도시풍경전'이라는 이름의 최선옥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검증과정을 거쳐 나왔기 때문에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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