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66% 무상급식 투표"... <동아> 왜 이러나
실제 투표용지와 다르게 설문문항 뽑기도... 석연치 않은 여론조사
▲ 8월 17일자 <동아일보> 1면 ⓒ 동아닷컴
43.3% vs 43.1%.
<동아일보>가 17일자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뽑아놓은 타이틀이다. <동아일보>는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33.3%를 넘을 것이라고 보는 서울시민이 43.3%며, 안 될 것이라고 보는 시민이 43.1%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과연 투표율이 66%에 이를까? 아니, 적극적 투표층의 답변인 37% 정도라도 나올 수 있을까?
투표 전 여론조사, 항상 실제 투표율보다 높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2년 전 제주도지사 주민소환을 앞두고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8월 치러진 제주도지사 주민소환 투표는 다음 주에 진행되는 주민투표처럼 평일에 치러졌으며, 유효투표율 역시 동일한 33.3%였다.
당시 주민소환 투표를 앞두고 <오마이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48%, '아마도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9.7%였다. 당시 투표참여의사를 밝힌 67.7%(48%+19.7%)는 <동아일보>가 이번에 조사한 투표참여의사층 66%(37%+29%)과 거의 비슷한 숫자다.
▲ 2009년 주민소환 여론조사와 2011년 동아일보의 여론조사2009년 제주도지사 주민소환 투표를 앞두고 오마이뉴스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진행한 투표참여 여부 여론조사 결과와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다음 주 주민투표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09년에는 투표참여 의사가 67.7%였으며,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66%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9년 주민소환 투표의 실제 투표율은 11%에 불과했다. ⓒ 손우정
당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사람 중, 주민소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응답자는 67%였다. 당시도 주민소환에 반대하는 제주도지사 측은 '투표 불참'을 호소하고 다녔음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저 투표율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사람 중 도지사 주민소환에 찬성하는 사람, 즉 48%의 67%인 32.16%여야 했다.
그렇다면 실제 투표율은 얼마였을까? 결과는 단 11%에 불과했다. 주민소환투표는 무효가 돼 투표함을 열어 보지도 못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당시 주민소환 투표는 투표당일 부정선거 신고만 50건에 이르렀고, 동네 이장까지 동원해 투표하러 나온 주민의 신상을 파악하는 등 관 주도의 노골적인 투표 방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투표 직전에 진행되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투표 참여의사를 묻는 질문에서는 항상 실제 투표율보다 높은 참여 응답률이 나타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투표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에서 10% 정도가 빠지는 수치가 실제 투표율이라고 보고 있다.
과연 실제 투표가 치러진 다음 날에도, <동아일보>가 자신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고집할 수 있을까?
석연치 않은 여론조사
물론 <동아일보> 역시도 이번 여론조사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이번 여론조사가 "일반 선거 여론조사와 달리 투표 의사가 없는 유권자들이 답변 자체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번 조사 결과가 투표율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 주민투표용지그동안 단계적, 전면적이라는 문구로 논란이 많았던 주민투표 용지. 그러나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이마저도 왜곡해 해당연도 '부터'를 '까지'로 슬쩍 바꿔 놓았다. ⓒ 손우정
8월 13일~1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동아일보>와 비슷한 시기(14일~15일)에 <매일경제>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진행한 한길리서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40.3%, 가급적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7.5%로 나타났다. 투표참여의사층만 놓고 보면 <동아일보>의 조사결과와 18.2%(66%-47.8%)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수치다.
게다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무상급식 방법을 묻는 질문도 의도적인지, 단순 실수인지 몰라도 일정한 왜곡이 들어가 있다. 그동안 주민투표안에 명시된 내용이 실상 무상급식 '범위'에 대한 것인데도, 서울시가 사실과 다른 '단계', '전면' 프레임을 복잡하게 결합시켜 혼란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단계'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교육청은 입장차가 존재했다. 지난해 통과된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 부칙에 따르면 "의무교육기관에 대한 무상급식은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서울시는 이를 해당연도부터 전면 시행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고, 교육청은 해당 연도부터 시작해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단계적'을 시기적 의미로 사용하는 반면, 서울시는 소득 수준 절반을 나누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모를 리 없는 <동아일보>는 심지어 투표용지에 나와 있는 문구와도 다른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동아일보>의 설문문항에는 "주민투표안 중 어느 쪽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안"과 "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까지', 중학교는 2012년'까지'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안"을 고르게 했다(나머지는 없음/모름/무응답).
서울시와 교육청 안인 '~2011년부터', '~2012년부터'를 "~2011년까지", "~2012년까지"로 슬쩍 바꿔 놓은 것이다. 투표용지의 문구 자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은 상황에서 착수시점과 종료시점을 바꿔놓은 여론조사에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혼란을 조성하는 '단계적', '전면적' 프레임을 버리고, 소득수준에 따른 선별무상급식과 보편적 무상급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의 유혹, 가려볼 때 의미 있다
이외에도 이번 여론조사는 비슷한 시기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대선후보 지지율이나 여/야당 지지도, 정당 지지도 등에서 보수·여당 성향이 강하게 포착된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 물론 다른 여론조사는 전국조사이고, <동아일보>의 여론조사는 서울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동아일보>가 스스로 인정한 '응답 거부층'의 성향이 상당 부분 누락되어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것은 일정정도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인해 나타나는 편향이기도 하다. 흔히 여론조사는 유선전화번호로 표본을 추출하지만, 가정에서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주로 고연령층이나 주부 등 전통적으로 친여 성향이 강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보다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여론조사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유선전화와 함께 휴대전화 조사를 결합하는 여론조사는 대체로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야당 성향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유선전화 비사용인구의 여론을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인데, 유선전화조사 방식보다 실제 선거 결과에 좀 더 가깝다.
여론조사는 서로의 심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결과라기보다 단순히 즉각적인 선호만을 모아낸 결과만을 표시한다. 여론조사에 대한 맹신에 대한 경계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전문가들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바다.
어쨌든 일 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민투표에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증명될지, 여론조사의 위험성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손우정 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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