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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는 홍대 앞? 노출이 어디가 어때서?

[노출의 추억]

등록|2011.08.19 17:00 수정|2011.08.19 17:00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 홍대? 글쎄 그랬다고 하던데···. 2011년의 홍대 앞을 걷노라면 그랬던 적이 있기는 했는지 의심만 가득해진다. 예술은 이미 욕망 앞에 산화한 지 오래. 그곳엔 하룻밤 만남과 스킨십을 원하는 남녀들만 득실댄다. 물론, 그것을 위해 노출과 치장은 필수. 그리고 그것을 보는 내 심정은? 동방예의지국에서 어디서 젊은 것들이 저마다 옷을 홀라당 벗어젖히고 에헴… 은 절대로 아니고.

사실 별다른 의견, 없다. 젊은 여성들의 시원한 옷차림을 보는 내 심정은 솔직히 나쁘지 않다. 보기 좋던데? 다 자기 개성 표현일 뿐이다. 옷도 맘대로 못 입나. 그리고 일회성 만남, 그건 왜 또 사랑이 아니겠는가. 그런 식의 일회성 만남밖에 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가난한 주머니 사정과 불안한 처지를 어른들이 좀 헤아렸으면 좋겠단 생각뿐이다. 해서, 난 이 노출 찬성일세!

해운대는 부산의 홍대?

하지만 그런 곳을 여자 친구와 함께 거닐 때는 문제가 좀 달라지더라. 며칠 전 여자 친구와 부산 해운대를 다녀왔다. 따로 휴가 가기는 어려운 처지에서 마침 주말마다 울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돼서 밤늦게 울산 일을 마치고 해운대로 향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 찾은 해운대 입구의 거리는 흡사 홍대의 그것과 거의 같은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흥청망청 즉석 만남이 이뤄지고 오토바이는 요란하게 쏘다니고… 수많은 여성들은 또 가슴골을 어찌나 그렇게 깊숙이 드러내는지. 등판과 허벅지는 또 왜 그렇게 매끄럽게 훤하게 보여주시는지. 여성의 맨살이란 왜 그렇게 남성의 심장을 설레게 하는지.

나는 흡사 그녀들의 속살이 메두사의 머리라도 되는 듯, 보면 죽는다, 보면 안 된다며 맘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여자 친구와 해운대의 아름다움과 휴가의 즐거움을 이야기했지만, 눈치 빠른 여자 친구는 이내 "야! 너 어디 봐!"라고 외치신다. 그것 참, 조금밖에 안 봤는데.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

얼마 전 서울에서 야한 옷 입을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잡년행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박수를 치며 지지했지만, 인터넷의 여론은 예상대로 참담한 수준이었다. 근엄하신 분들의 일관된 주장은 야한 옷차림이 성폭력을 조장한다는 것. 그런 분들에겐 얼굴을 한 대 후려치고 네 못난 얼굴 생김이 폭력을 조장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만, 아무튼.

우리 사회의 성 관념이 대체로 보수적인 건 사실인 듯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성 실천이 지나치게 자유분방하다 못해 돈을 주고 물건 사듯 성을 사는 저속한 형태로까지 흘러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집 밖을 몇 발짝만 걸어 나와 보라! 안마방이란 붉은 간판을 단 곳에서 설마 안마만 하겠는가?)

이런 현실에서 여성의 옷차림만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게 어찌나 위선적이고 이중적으로 보이는지. 대체 왜들 그러시나? 여성의 옷차림에 대해선 조금 더 관대하게, 늘어나고 있는 일회성 만남에 대해선 조금 더 진지하게, 도심가를 장악한 성매매에 대해선 훨씬 더 단호하게 대처하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나 역시 여자 친구와 홍대나 해운대처럼 노출 남녀들이 즐비한 곳을 거닐 때 애국가나 부르고 안 보는 척하지 않고, '와! 저 사람 멋있다' '몸매가 죽이는데?' '저 남자 복근도 장난 아니다!' 정도의 유머를 기분 좋게 주고받을 수 있는 무겁지 않은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볼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노출의 추억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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