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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밥 짓는 지율스님

[내성천 살리기-우리가 강이 되어 주자 ②] 시인 곽해룡

등록|2011.08.22 12:01 수정|2011.09.01 09:41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로, 경북 봉화와 예천을 거쳐 흐르는 총 길이 100km가 넘는 강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천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모래강입니다. <BR>그런데 이곳에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의 중상류가 수몰돼 사라집니다. 또 하류로 운반되는 물과 모래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그동안 낙동강의 정화를 담당했던 필터 기능이 사라지는 것을 뜻합니다. 거대한 삽질에 의해 베어지는 버드나무 군락, 파헤쳐지는 흰 모래 사장, 멸종 위기의 수달, 사라져가는 흰수마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주댐의 건설로 운포구곡을 비롯한 비경과 문화재, 농경지도 수몰되고 있습니다. <BR>지난 8월 6~7일 사이 약 20명의 작가들은 낙동강의 젖줄 내성천으로 향했고, 삽질에 의해 찢기고 파괴된 강바닥을 다시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흐르는 내성천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지금 내성천으로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여러분 스스로 강이 되어, 모래의 강 내성천을 마침내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 내성천 살리기 참여 작가 일동 <편집자말>

▲ 내성천은 제 모습 그대로 흘러야 한다 ⓒ 이상엽



밥 짓는 지율스님

지율스님과 함께 내성천을 건넜다
250리 모래 길 굽이굽이 흐르는 내성천은
낙동강을 먹여 살리는 소백산 젖줄

물이 너무 맑아
발을 담그는 것이 죄송했지만
내가 강이 되어주기 위해
때 묻은 내 발을 내성천 흐르는 물에 담갔다

영주댐이 다 만들어지면 이제 흐르지 못할 내성천
영문 모르는 낙동강은 젖을 보채고
소백산은
퉁퉁 불은 젖퉁이를 감싼 채 몸살을 앓겠지

새벽밥을 짓는 지율스님 뒷모습이
소백산을 닮았다
마지막 젖을 물리는 어미처럼
사그락사그락
강모래 스치는 물소리 내며 지율스님 
소중하게 쌀을 씻는다
덧붙이는 글 * 곽해룡 : 1965년 해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돈을 벌기 위해 서울 행 열차를 탔다. 서울에 와서 식당 종업원으로, 신문 배달원으로, 공장 노동자로 살아왔다. 딸 세은이에게 읽어주려고 쓰기 시작한 동시를 지금은 하루하루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15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6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받았다. 시집 <맛의 거리> 등을 펴냈다.

* 내성천 한 평 사기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공식 홈페이지: http://www.ntrust.or.kr/nsc
내성천 지킴이들 카페 <우리가 강이 되어주자>: http://cafe.daum.net/naeseongcheon
내성천 답사를 원하는 단체는 위 카페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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