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왜 잘못됐나

이중질문과 유도적질문으로 얼룩진 주민투표 문항의 문제점

등록|2011.08.24 10:57 수정|2011.08.24 10:57
드디어 서울시민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이 다가왔다. 일부는 투표에 대해 대의민주주의의 권리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일부는 나쁜 투표에 대하여 참여하지 않아야 된다고 이야기들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달려 있는 이 투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결론적으로는, 나쁜 투표라는 견해가 있는 것과 같이, 보다 다른 의미로 나쁜 투표임을 말하고자 한다.

이번 투표에 대하여, 무상급식 찬성과 반대를 투표로 하면 그 결과가 위험할 것 같으니, 오세훈 서울시장은 투표 문구를 상당히 어렵게 설정을 하였다. 문구는 바로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등 2가지를 선택하게 되어있다.

아마,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장에서는 찬성과 반대는 질 수밖에 싸움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도 그럴 듯이, 지난 1월 12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무상급식 찬반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51.7% 반대가 38.3%였다. 반면 전면 무상급식은 34.5%, 저소득층 선별적 무상급식은 62.3%로 조사됐다(내일신문 2월 16일자 신문). 그만큼 단순한 찬반 여론조사가 아닌 본인에게 유리한 투표 문구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투표 문구를 보다 보면 조금 의문이 생긴다. 어떤 이는 소득 하위 25%의 학생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2012년부터 무상급식을 원하는 것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기표를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를 않는다.

주민투표를 포함한 여론조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학문이 조사방법론이다. 바로 이 조사방법론에는 어떠한 조사를 할 때에도 반드시 조심하라고 배우는 것이 있다. 바로 이중질문과 유도적 질문이다. 이 두 가지는 어느쪽에 기표를 하여도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학하게 해석할 수 없는 형태로 결과가 나온다.

이를 테면 이러한 조사가 있다고 치자. '고기나 생선을 슈퍼에서 사십니까?'라는 질문이 있으면, 고기는 슈퍼에서 사지만 생선은 생선가게에서 사는(또는 그 반대) 사람은 단순히 '그렇다, 아니다'로는 답할 수가 없다. 바로 이중질문이다. 또한, 설문에서 불필요하게 긴 항목은 어떤 일정한 답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유도적 질문이다.

미안하게도 이번 투표는 유도적인 질문과 함께 이중 질문도 포함이 되어 있는, 조사방법론 측면에서 보며 정말로 잘못 만든 설문 문항이다. 아마, 국내 어떠한 학과를 막론하고 대학원생이 논문을 쓰기 위해 이러한 문항체계로 설문을 한다면, 지도교수는 그 논문 조사를 허용할리가 없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는 그 자체가 가치가 없는 투표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투표를 참여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유도된 길을 보여주고 권력은 이 길을 가라하니 너는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주민투표에 대한 기표행위가 역설적으로 권력이 만들어낸 투표에 따르는 우매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가치를 찾는 길이다.  투표행위 자체가 민주주의의 권리라고 아무리 외친다 하더라도 말이다.

투표를 해야 할 권리와 의무는 올바른 투표일 때 가능하다. 이번 주민투표는 애써 준비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미안하지만 투표하는 것 자체가 무지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 훅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