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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닭 잡고, 마네킹 매달고

[모로코에서의 한 달 3] 이웃들의 정이 모이는 곳, 모로코 시장

등록|2011.08.24 15:34 수정|2011.08.24 15:34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7월 9일부터 8월 12일까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월드프랜즈코리아, 2011 대한민국 IT 봉사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한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에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기술과 우리의 문화를 전하고 왔다. 

그 과정에서 지브롤터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지척인 아프리카로서 왕국이라는 정치적 정체성과 99%가 이슬람교인 종교적 특징이 조화되어 빚어진 독특한 현지문화를 깊숙이 경험했다. '모로코에서의 한 달'은 그 경험의 일부이다. <기자 말>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한 시간은 시장에 갈 때였다. 모로코의 시장은 낮이나 밤이나 항상 분주하다. 과일, 채소를 파는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이웃과의 수다 소리가 가득하다. 컴퓨터 수업이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점심을 준비하러 시장에 가는 아주머니를 따라 장을 봐오곤 했다. 시장은 그야말로 마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 시장 탐방은 그들 삶의 형태를 꾸밈없이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SympaTIC Coree 팀


ⓒ SympaTIC Coree 팀


우선 날이 더울 때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오렌지 주스를 비롯한 과일 주스 그리고 선인장이다. 오렌지 주스는 주문과 동시에 바로 오렌지를 통째로 기계에서 짜준다. 말 그대로 오렌지 100%! 각종 과일 주스 또한 우유 혹은 물에 설탕과 바나나, 자두 등 각종 과일을 넣어 그 자리에서 바로 주는데 우리는 항상 배가 가득할 정도로 밥을 먹고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과일주스를 마시러 가곤 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그 가게주인들에게 물어서 과일주스 레시피라도 만들어 올 걸 후회가 막심하다.

▲ 갖가지 과일과 채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다. ⓒ SympaTIC Coree 팀


▲ 가게에서 나오기만 하면 다시 생각나는 과일주스. 주인 아저씨가 항상 서비스로 반잔을 더 주셨다. ⓒ SympaTIC Coree 팀


선인장은 모로코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데 길거리에서 나무판 위에 깔아놓고 판다. 처음엔 처음 보는 과일이어서 이게 뭘까 궁금해 했는데 마리암 아주머니가 한국에는 이런 게 없느냐면서 바로 먹어보라고 하신다. 그 자리에서 파는 분이 껍질을 까주는데 파는 선인장은 이미 가시가 제거되어 있다.

껍질은 초록색인데 까면 속은 노랗다. 입을 크게 벌리면 한입에도 먹을 수 있는 크기인데 굉장히 즙이 많고 거의 씨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씨가 너무 많기에 이 씨를 뱉어야 되느냐고 물어보니 그냥 통째로 먹는 거라고 한다. 처음에는 딱히 아무 맛이 안 나서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지만 나중에 맛을 들이니 지나갈 때마다 하나씩 사먹지 안으면 서운할 정도였다.

ⓒ SympaTIC Coree 팀


모로코 시장에는 정말 없는 게 없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가지각색의 과일과 채소들이다. 수박은 거의 한국 수박의 2배 정도 크기다. 길쭉하게 크고 달다. 멜론도 정말 달다. 참외는 한국참외와 살짝 다른데 우선 크기가 거의 멜론과 맞먹고, 속은 한국 참외보다는 더 딱딱하고 덜 단 듯하다. 감자와 토마토도 빠질 수 없는데 모로코의 대부분 음식에 감자가 들어가고, 토마토는 모로코식 샐러드에 많이 들어간다.

닭과 고기도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닭 파는 곳에 정말 살아있는 닭들을 두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닭을 손질한다. 도축장에서 가공하지 않고 발밑의 산 닭을 집어 들어 현장에서 직접 닭을 잡아주는 광경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닭의 비명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본 우리와 눈이 마주친 아저씨는 해맑은 미소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신다. 고기도 밖에다 걸어놓고 판다.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 SympaTIC Coree 팀


또한 심황과 같이 모로코 음식을 요리할 때 많이 들어가는 향신료들도 볼 수 있다. 차에 넣는 민트와 요리에 넣는 여러 가지 풀들도 많이 팔아서 항상 시장에는 모로코 특유의 냄새가 난다. 모로코에서는 식사 할 때 빵이 절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빵집들도 흔히 볼 수 있다.

▲ 모로코 하면 갖가지 향신료들과 민트차에 넣는 나나(민트)의 냄새로 기억된다. ⓒ 이주리


옷집들도 많은데 모로코에서는 옷 못지않게 마네킹에도 눈길이 간다. 어딜 가나 모로코 마네킹은 너무 큰 눈에 제멋대로 그린 눈썹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만든다. 한번은 저녁에 시장산책을 하다가 아동복을 파는 옷가게에서 어린이 모양의 마네킹을 목에 노끈으로 천장에 묶어서 진열을 해놓은 걸 보고 까무러치게 놀라 뒷걸음질 친 적도 있다.

저녁에도 시장 주위는 붐비기 마련인데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시장에선 아주머니들뿐만 아니라 시장가는 길에 있는 모스크에 들어가고 나오는 남자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모스크 주위에는 카페가 많은데 테이블과 의자들이 대부분 밖에 나와 있어서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못 다한 수다를 떠는 남자들을 볼 수 있다.

▲ 모스크 주변에서 휴식하며 수다 떠는 남자들 ⓒ SympaTIC Coree 팀


우리는 저녁에 시장을 산책하면서 '슈아'라고 부르는 길거리 음식도 빼먹지 않고 먹었다. 빵에 소시지와 양파를 넣은 모로코에서 찾기 어려운 살짝 매운 음식이다. 달팽이도 먹을 수 있다. 조금 크고 촉수가 달린 다슬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촉수를 보고 놀라서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국물은 맛있다고해서 국물은 많이 마셨다.

▲ 모로코 달팽이 ⓒ SympaTIC Coree 팀


시장에 가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시장가는 시간을 기다린 이유는 시장에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워낙 서로 잘 알아서 사실 장을 보는 시간보다 물건 파는 분이나 지나가는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우리들 또한 시장을 한 바퀴 돌면 적어도 교육생들 3,4명과 마주쳤다. 교육생들을 수업시간이 아닌 이런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그들도 길거리에서 마주친 우리를 진심으로 반겼다. 그들의 수줍은 표정에서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온 젊은 한국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우리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 이주리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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