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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워진 최민수, 그래서 더 강하다

[창간인터뷰]SBS 월화드라마 <무사 백동수>에 출연중인 최민수...그의 연기 열정

등록|2011.08.25 10:46 수정|2011.08.26 10:00

최민수SBS 드라마<무사 백동수>에서 살수집단 흑사초롱의 천주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최민수가 20일 오후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진행된 촬영도중 모니터로 촬영장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다. ⓒ 민원기


이런 가정을 해보자. 우리나라에 '최민수'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그런 가정은 한마디로 끔찍하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저 그런 배우'들만 보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럼 최민수만 배우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게다. 그 말도 맞다. 두터워진 배우층으로 이제는 자기만의 색을 내뿜고 있는 배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색에 가까운 '최민수'라는 색이 있었기에 다른 배우들의 색들도 뚜렷해지지 않았을까?

사실 영화배우 누구누구와 닮았다라거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조금 어색하지 않은가? '최민수를 닮았다?'.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쉽게 건넬 수 있는 말도 아니고, 그 말을 듣고 '이게 좋다는 말이야? 아니면 나쁘다는 말이야?'라고 의심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민수는 최민수이기 때문이다'

최민수20일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열린 SBS 드라마<무사 백동수>에 출연중인 배우 최민수(오른쪽)가 말을 탄 상대 연기자를 한칼에 베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 민원기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그의 이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강하다'는 느낌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팬이건, 함께 연기를 하는 배우이건, 후배들이건 선배들 모두 말이다. 그의 부정적인 느낌과 긍정적인 느낌 모두 '강하다'에서 출발한다.

'강한 최민수'가 변하고 있다. 십수 년간 그를 지켜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강한 최민수'가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변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마이스타>의 창간 인터뷰를 위해 그가 출연중인 SBS 월화드라마 <무사 백동수>(연출 이현직 극본 권순규)의 야외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국민속촌을 찾았다. 인터뷰 제의를 일찌감치 해놓은 덕도 있지만 그의 뜻밖의 허락(?)이 낯설었다.

"내일 중요한 액션 촬영이 있는데 그곳에서 인터뷰를 하자"며 하루 전에 먼저 전화를 해온 것부터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스타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촬영장에서의 인터뷰다. 자신의 연기리듬을 깰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그동안 연기생활을 하면서 웬만하면 '촬영장 인터뷰'는 거절해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날 촬영장면이 중요한 액션촬영 장면이라는 점이다. 오전 11시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최민수는 극중 살수집단 '흑사초롱'의 최고 고수 천의 분장을 하고 있었다. 제작발표회에서 그가 이번 작품이 다른 사극과 남다른 점에 대해 설명하며 "다른 작품들이 검을 쓸 때 인위적인 자세들이 많이 나왔다면 이번 작품은 칼을 품고 사는 것이 일상이었던 실제 무인들을 표현하겠다"라는 말처럼 검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음에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물론 검을 잡은 손등에 힘줄이 드러나면서 말이다.

"<오마이스타> 오셨소!"

▲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진행된 SBS <무사 백동수>촬영에서 배우 최민수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민원기


자신이 맡고 있는 배역 '천'이 보지 않아도 적의 근접을 알 듯, 인기척 만으로 취재기자의 다가감을 감각적으로 느낀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오늘 멋있는 장면이 많이 나올 거외다. 강물에서 말을 타고 오는 적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멋진 장면이오. 난 잠시 천으로 돌아가 눈을 감고 검술의 합을 그리고 있겠네."

살기 어린(?) 천의 역 그 자체가 되어버린 최민수의 분위기 탓에 '취재가 손쉽지 않겠다'는 예상은 노파심에 불과했다. 액션 대역 배우와 교대로 작은 장면을 촬영한 최민수는 기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으며 "조금 있으면 아내랑 큰 아들도 오니까, 함께 점심 먹읍시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90년대 그가 출연한 영화의 거의 모든 촬영장을 영화담당 기자로 기웃거렸던 터라 그의 변화가 감지됐다. 과거엔 그 분위기에 흠뻑 빠진 탓에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촬영에 임할 때는 예전처럼 그의 분위기 속에 흠뻑 빠져 있었지만 평범한 자리에서의 부드러운 최민수와 연기에 임할 때의 강한 최민수 모습을 촬영장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에서 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 예전과는 많이 변하신 것 같습니다. 연기자라면 배역을 맡을 때마다 그 배역 빙의에 빠지면 남모를 힘든 과정이 있다고 예전에 말했는데, 지금은 조금 편해지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빙의를 느낀 것은 김종학 감독의 드라마 <백야 3.98>을 촬영할 때였어요. 러시아에서 촬영할 때 스케줄이 연기될 정도로 지독하게 앓았는데, 꿈 속에서 제가 맡고 있던 배역을 만난 겁니다. 꿈 속에서 '살아서 돌아가고 싶으냐'라며 제 앞에 그 배역이 떡 하니 서있는데 배역에 대한 빙의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품을 할 때면 집에서도 그 배역에 빠져있다보니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최민수 가족들과 함께배우 최민수가 20일 오후 출연중인 드라마<무사 백동수>촬영현장을 찾은 큰아들 유성,부인과 함께 촬영장면을 살펴보고 있다. 유성군은 이 드라마에 엑스트라로 출연한다 ⓒ 민원기


-그러면 지금은 조금 나아진 건가요?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촬영을 할 때만 배역에 빠져들려고 노력중입니다. 이번 작품 <무사 백동수>는 검술 액션 장면이 많기 때문에 연기 합에 대해 빠져들지 않으면 사고가 납니다. 슛 직전에는 가급적 집중하려고 합니다."

-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촬영 스태프가 너나 할 것 없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비롯해 촬영장 분위기가 밝은 것 같습니다.

"일 주일에 4일 이상 촬영하다 보면 촬영 스태프와 한 식구가 됩니다. 오늘(20일) 촬영한 게 22일 방송되니까 힘든 게 사실입니다. 조금씩 양보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조금씩 힘을 보태면 완성도가 높아지는 만큼 팀워크를 발휘하는 게 중요합니다."

촬영장 한켠에서 "민수형님!"하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부드러웠던 최민수의 얼굴이 다시 극중 천의 비정한 무사의 얼굴로 순간적으로 바뀌었다. 촬영감독이 "민수형님! 물가에 앉아있는 장면은 롱샷이니까 대역 액션배우가 앉아있어도 됩니다"라고 했지만,그는 "아니다. 물속에 비친 천의 얼굴을 보며 이 장면을 준비해야겠다"라고 중저음으로 이야기했다.

'인간 최민수'와 '배우 최민수' 를 넘나드는 그의 여유로움을 보며 그의 무게감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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