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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을인데, 불행마을로 만들 수 없어"

이병주 구례 오미행복마을 추진위원장

등록|2011.08.25 13:25 수정|2011.08.25 13:25

▲ 곡전재 풍경. 200년 넘은 옛집이다. 전통한옥을 체험하며 하룻밤 묵을 수 있는 민박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 이돈삼



"땅값이 많이 올랐어요. 행복마을 사업이 추진되기 전에 5만 원 하던 땅이 지금은 20만 원을 웃돕니다. 그런데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에요. 세금만 오르지. 주민들이 땅을 팔고 도회지로 나가자고 한 게 아니거든요."

이병주(57) 행복마을 추진위원장은 "행복마을 사업은 살기 좋은 마을로 가꿔서 주민 모두가 행복하게 살자고 시작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미 행복마을이 지금 다른 지역 주민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행복마을 사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순탄하게 추진된 건 아니었다. "어려움이 많았고 우여곡절도 겪었다"고.

"날마다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했어요. 하나씩 토론하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죠. 탐탁찮게 생각하던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일상사였고요."

오미마을이 행복마을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엔 한옥 10동을 짓는 게 선결조건이었다. 하지만 10가구 채우기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10가구를 채우는가 싶더니 관망하던 주민들까지 달려들어 순식간에 22가구로 늘었다.

▲ 이병주 오미행복마을 추진위원장. “마을의 경관을 지키기 위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 이돈삼



"이젠 됐다 싶었죠. 그런데 문제가 불거졌어요. 한옥을 짓겠다는 주민과 그냥 살겠다는 주민들이 구별되더니 두 갈래로 나눠져 있더라구요. 행복마을이 되기도 전에 불행마을이 되겠다 싶었죠."

위기를 느낀 이 위원장은 마을주민들끼리 화합에 최우선 목표를 뒀다. 추진위원들과 함께 묘책을 짜내고 마을발전계획을 마련한 것도 이 때다. 한편으로는 주민 설득과 교육을 병행했다. 선진지 견학도 사업 참여자와 불참자를 가리지 않고 주민 모두 함께 했다.

"한옥을 짓기 시작할 때까지도 일부 주민들이 반신반의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이구동성으로 '잘했다'고 합니다. 마을이 눈에 띄게 달라졌고 주민들 살기도 편해졌거든요. 외지인들도 많이 찾아오고, 주민소득도 늘고."

곡전재의 주인장이면서 전남행복마을협의회장까지 맡고 있는 이 위원장은 "마을의 경관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함부로 다루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자랑하면서 "앞으로도 주민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례 오미마을에 있는 고택 곡전재. 이병주 행복마을추진위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한옥펜션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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