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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희망 봤다"는 홍준표에 반응 '싸늘'

여당 내에서도 "지역 분위기 안 좋다"... 유승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등록|2011.08.25 19:07 수정|2011.08.25 19:07
24일 치른 서울시 주민투표의 투표율 25.7%를 놓고 "내년 총선의 희망을 봤다"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해석에 대한 주변 반응이 싸늘하다. 객관적인 분석이라기 보다는 희망사항을 말한 것이라는 지적부터 장미빛 환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 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의 비열한 투표 방해 공작과 평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은 매우 높았다"며 "내년 총선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번 투표율을 보고 오히려 내년 총선의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희망을 봤다"는 홍준표의 자신감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된 가운데 25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란히 자리한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각각 다른 곳에 눈길을 두고 있다. 주민투표에 대해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서울시민의 결정을 있는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홍 대표의 해석에는 지난 해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에 표를 던졌던 지지층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셈법이 깔렸다. 오 시장의 당시 총유권자 대비 득표율이 25.4%였는데 이번 주민투표율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지난 대선과 총선 승리 이후 느슨해졌던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도가 다시 복원됐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24일 주민투표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대선과 관련해 "서울의 투표율이 54~55%가 되는데 25% 지지율이면 47.5%의 득표 결과"라며 "서울 어느 지역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지역 당선자 48명 중 24명은 50%를 밑도는 득표율로 당선했다.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25%가 넘은 서초·강남·송파·강동·용산·영등포·양천·동작·중·종로·노원·도봉구 등 12곳은 최소 경합 지역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홍 대표의 계산이다. 적어도 서울의 25개 구에서 21개를 민주당에게 내준 지난해 지방선거처럼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객관적인 근거에 따른 게 아니라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내년 총선 투표율을 지나치게 낮게 예측했고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을 모두 한나라당 지지자로 볼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홍 대표의 희망사항은 "과잉 해석"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된 가운데 25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 "이번 투표율 보고 오히려 서울 총선에 희망을 봤다, 내년 총선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으나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당은 이번 주민투표를 기회로 더 화합하고 결속해 앞으로 나갔으면 한다"고 말하자 유승민 최고위원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 ⓒ 남소연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지난 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위기감을 느낀 보수가 이후 선거에서 결집하는 양상이 꾸준히 나타났는데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보수층의 결집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다만  투표 참여자 대부분을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보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최근 선거에서 투표율이 오르는 추세인데 내년 총선 투표율의 경우 55%를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만큼 야권 성향의 투표 참여가 늘어나는 셈으로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궤변'이라는 입장이다. 박선숙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오 시장이 시장직까지 걸고 한나라당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주민투표에서 기록한 투표율이 25.7%인데 이는 한나라당이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라는 의미"라며 "내년 총선 투표율이 낮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으로선 오히려 비상을 걸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가이기도 한 김헌태 전략기획위원장도 "25.7%라는 투표율은 1%의 이변도 없는 예상 그대로의 결과"라며 "자기 지지층을 최대로 동원한 한나라당을 상대로 우리 쪽의 투표거부방침이 그대로 관철된 것으로 홍 대표의 발언은 궤변"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도 반응 싸늘... "지역 여론 안 좋아, 홍 대표 덕담한 것"

한나라당 당내에서도 당 대표로서 주민투표 무산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은데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단순히 환산한 게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홍 대표가 당의 화합과 지지층 결속을 위해 덕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주민투표 결과를 가지고 내년 총선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의 '희망' 발언 직후 "이번 주민투표 결과로 확인된 서울시민들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짧은 촌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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