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보양식? 무말랭이덮밥이 딱!
[푸드 스토리] 무말랭이덮밥, 가을에 어울리는 장수 음식
아침저녁으로 슬슬 추워지는 걸 보니 드디어 가을이 왔나보군요. 이즈음 대형마트에 내걸린 '추석 선물은 ○○마트에서' 하는 광고 문구는 계절의 변화를 더욱 확실히 알려주는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변화로 가을을 느끼시나요? 저는 이맘때면 뭔가 포근하고 소박한 음식이 마구마구 당기더군요. 구수하면서 어쩐지 시골스러운 음식들이 이 계절과 특히 잘 어울린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무를 넣어서 끓인 구수한 무국 같은 걸 밥에다가 훌훌 말아 먹고 싶은 기분도 이때쯤 생기죠.
무? 그래요. 가을엔 무를 먹어야 해요. 숭숭 썬 무를 넣은 무밥은 쌀쌀한 가을 저녁에 너무 잘 어울립니다. 밥 틈에서 투명하게 익은 무는 설핏 연두빛을 띄기도 해서 색다르고, 뭔가 특별한 보양식을 먹는 기분을 만들어 몸도 마음도 푸근하게 해줍니다. 무로 만든 음식 하면 무조림도 빼 놓을 수 없죠.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매일 무조림을 싸오던 애가 반찬통 열 때 나던 매콤하고 구수한 그 냄새. 꼭 이맘 때 쯤 이면 기억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무로 만든 반찬 하면 무말랭이도 빼놓을 수가 없네요. 마른 오징어를 잘라 넣고 땅콩과 김을 넣어 고추장 양념에 벌겋게 버무린 무말랭이장아찌를 밥 위에 얹어 먹으면 진짜 환상이죠. 입맛 없을 땐 미지근한 보리차에다 밥 말아서 이걸 올려 먹으면, 가을의 서정도 그 꼬들한 맛 속에서 깊어갔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무말랭이. 덮밥으로도 만들 수 있단 사실을 아시나요?
▲ 무말랭이덮밥볶은 무말랭이와 채소를 밥 위에 얹은 후, 고춧가루, 간장, 양파 간 것을 섞은 양념장을 끼얹어 먹는다. ⓒ 조을영
무말랭이덮밥은 한마디로 무말랭이를 기름에 볶아서 밥 위에 얹어 먹는 음식입니다. 가을에 맞춰서 버섯 같은 채소를 함께 볶으면 더 맛있죠. 씹으면 씹을수록 꼬들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참 독특한 음식인데요, 건강에 유달리 공들이는 일본인들이 이걸 많이 먹더라구요. 하긴 무가 건강 식재료인건 분명하니까요. 감기 예방과 숙취 해소에 좋고, 비타민이 많아서 피부미용에도 좋으니까요. 무는 잎에 영양가가 더 많고, 껍질에는 더 많은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어요. 그러니 무청은 절대 버리지 말고 활용하셔야 하고, 무 껍질은 벗기지 말고 요리해야 합니다.
요즘은 마트에서도 포장 무말랭이가 나와 있으니까 이걸 잘 불려서 활용하면 근사한 무말랭이덮밥을 만들 수 있어요. 우선, 물에다가 다시마나 멸치 같은 걸 끓여서 밑국물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든 밑국물을 상온에서 미지근하게 식힌 후에 그 물에다 무말랭이를 넣어서 불립니다. 20분 정도 불린 후 물기를 꼭 짜고 채소 몇 가지를 함께 넣어 볶습니다. 들기름과 간장으로 간을 맞춰가면서요. 그 다음엔 넓은 그릇에 밥을 담고 좀 전에 볶은 무말랭이와 채소를 그 위에 얹습니다. 먹을 땐 고춧가루 양념장을 넣고 비벼야 간이 딱 맞고 매콤하니 맛있어요.
▲ 무말랭이덮밥 만든느 법-1. 불린 무말랭이를 들기름과 간장을 넣어 볶는다. 1. 다시마나 멸치 혹은 양파 등으로 밑국물을 끓인다. 2. 끓인 밑국물을 식힌 후 그 물에다 무 말랭이를 넣어 불린다.(20분 정도) 3. 무말랭이의 물기를 꼭 짜서 팬에 넣고 들기름과 간장으로 간하며 볶는다. ⓒ 조을영
▲ 무말랭이덮밥 만들기-2. 무말랭이를 살짝 볶은 후 준비한 채소도 넣어 볶는다.. ⓒ 조을영
▲ 무말랭이덮밥 만들기-3. 완성된 무말랭이덮밥에 양념장을 끼얹는다.볶아진 무말랭이와 채소를 밥 위에 올리고, 먹기 직전에 고추가루 양념장을 부어가며 먹는다. * 고춧가루 양념장; 고춧가루, 간장, 들기름, 양파즙을 섞어서 만든다. ⓒ 조을영
잘 비벼서 한 입 먹으면 구수한 무맛이 슥 지나가고, 짭조롬한 양념 맛이 입에 쫙 붙습니다. 무가 쫄깃하고 고소해서 식감도 그만이고요. 무말랭이장아찌를 밥에 비벼먹는 거랑 비슷하지만 좀 더 깊은 무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죠. 볶았기 때문에 훨씬 고소하고요. 히히, 너무 맛있어서 두 그릇 뚝딱했네요. 건강도 챙기고 소박한 음식으로 가을 정취도 느끼고 싶다면 꼭 해먹을 만하죠.
가을은 짧은 계절이라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집니다. 그러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쉬운 계절이지요. 그러니 지금 막 시작된 가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오래 간직하려면 소소한 추억 하나 까지도 놓치지 말고 잘 챙겨야겠죠. 계절에 맞춰 가족 건강도 돌아보고 그에 맞게 식단도 구성하고, 그 가운데 요리하는 기쁨도 누리다 보면 짧은 가을도 길고 풍성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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