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무상급식 반대한 목사님, 세금부터 냅시다

목회자들 세금 진지하게 검토하자

등록|2011.08.26 10:23 수정|2011.08.26 10:23
오세훈 서울시장이 밀어붙인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함 개봉 기준인 33.3%를 넘지 못해 무산됐다. 이번 주민투표 기간 중 유독 개신교계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유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설교 시간을 통해 주민투표를 독려하거나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개신교계 학교를 무너뜨린다는 거짓 문자를 보냈고, 투표 당일 금란교회 목사는 새벽기도 시간에 "하나님, 서울시민 다 투표하게 하소서"라며 투표독려 기도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목사들은 '무상복지는 나라 경제 망칠 것'이라고 설교했다.

"한국이 세계 경제 10권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 되었으나 공산화 통일을 획책하는 종북(從北), 반미(反美), 좌파들이 표를 얻기 위한 복지정책 즉,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과 같은 복지정책을 내세워 경제 몰락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현실을 모르는 국민은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것을 집어 먹는다는 말대로 국민이 속아 넘어가고 있습니다.
- 7월 24일 김홍도 목사(금란교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개신교 목사로서 주민투표 기간 중 터진 이런 사건에 대해 비판했고, 나 스스로 반성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대해 많은 누리꾼들은 "세금도 안 내는 교회가 세금으로 애들 밥 먹이겠다는데 무슨 자격으로 반대냐. 세금 내고 반대하든지"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트위터 <독설닷컴>에 "강남 럭셔리 목사들이 하나님께 함께 통성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무상급식 세금폭탄을 막아주세요' 하나님께서 투표율로 응답하셨습니다. '됐고, 니들이나 세금 내라'"라는 글을 올렸다.

▲ 주민투표 과정에서 대형교회가 투표독려운동을 펼치자 많은 사람이 목사도 세금내라고 주장했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도 트위터에 "니들이나 세금내라"라는 독설(?)을 날렸다. ⓒ 고재열(독설)


"세금도 안내는 교회와 목사들" 목에 가시였다

"세금도 안내는 교회와 목사들"이라는 말이 선거법 위반보다 더 목에 걸렸다. 그렇다. 교회와 목사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지금은 조금 잠잠하지만 몇 년 전에도 "목사도 세금을 내야 한다"며 '종교세' 논란이 한창 일었다.

지난 2007년 11월 17대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그 주장을 한 사람 중 하나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종교세를 주장했지만 정치인이 이를 제기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권영길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종교인들 역시 세금을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현행법 하에서도 종교인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규정은 없는데도 관행적으로 국세청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종교인들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되, 다만 종교인의 특수성을 반영해 일정 한도 내 소득 금액에 대해서는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게 권 후보의 대안이다
-2007년 11월 30일 <오마이뉴스> 권영길 '금기 깨기' 1탄 "목사도 세금 내라!"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종교세를 반대하는 사람들 논리는 "목회자는 세상 직업"과 다르다며 세금불가론을 펼쳤다. 특히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누가복음 20장 25절)라는 성경 구절을 통해 헌금은 '하나님께 바친 것'이므로 헌금으로 생활비를 받는 목사들에게 세금을 거두는 것은 성경 원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을 물린다. 백 번 양보해 목사가 받는 월급이 '소득'이 아니라고 규정해도, 세금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를 알면 문제는 달라진다. 일부 대형교회들이 '색깔론'과 하나님까지 이용하면서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주민투표를 독려했다. 그런데 이번 주민투표 역시 '전면'이나, '단계적'이냐는 논란일 뿐 크게 보면 '복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상급식은 무엇으로 하는가? 바로 돈이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러므로 세금은 개인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다. 세금은 이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귀하게 쓰인다.

십일조, 레위인과 고아와 과부를 위해 사용해라

교회 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이 십일조이다. 십일조가 신약시대에 폐지되었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대립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이 문제가 논의의 주목적은 아니다. 십일조가 현재 한국교회 재정 중 70~8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구약성경은 십일조를 어떻게 사용하라고 명령했는지 살펴보자.

"매 삼 년 끝에 그 해 소산의 십분의 일을 다 내어 네 성읍에 저축하여 너희 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레위인과 네 성중에 거류하는 객과 및 고아와 과부들이 와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신명기 14장 28-29절)

또 같은 성경 26장 12절에도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 네 성읍 안에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고해 십일조 사용처를 허튼 곳이 아니라 지금 시대로 하면 '복지'에 사용하라고 했다.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은 기독월간지 <복음과 상황> 5월호 '성서의 정신과 복지국가' 제목 기고문에서 "(십일조로 고아와 과부를 배부르게 하라는) 명령은 인류 최초의 사회복지 세금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재정지출 중 구제비로 쓰는 헌금이 3∼4%라는데 이는 성서적 근본정신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십일조는 레위인(같은 것은 아니지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신약시대 목회자에 비유할 수 있다)과 고아와 과부, 객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목회자 생활비와 교회 재정을 위해서는 십일조를 사용하지만 과부와 고아, 객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 세금, 성경원리에 어긋난 것 아냐

목사가 세금을 내는 것은 성경 원리에 어긋난 행위가 아니다. 무상급식이 되면 나라 재정이 거덜난다며 '종북좌파'라고 비난하는 것과 목사와 교회가 낸 세금이 이웃과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 중 어느 것이 성경에 더 충실한 행위인가. 당연히 빨갱이 운운하는 것보다 세금내는 것이 성경 가르침에 순종하는 것이다.

"종교세는 조세정의 차원을 넘어서 탈세 방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검은 돈을 추적하다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벽이 뭔지 아나. 바로 종교계다. '종교계에 헌납한 거'라고 주장하고 종교계도 '헌납 받았다'고 하면 더이상 조사를 할 수 없다. 종교계 문턱 너머가 바로 블랙홀인 것이다."
-23일 <뷰스앤뉴스> "교회들, 그리 재정 걱정되면 세금 좀 내봐라"

<뷰스앤뉴스> 박태견 편집국장 겸 대표가 국세청 고위관계자와 몇해 전 사석에서 나눈 말이라고 한다. 나는 개신교 목사이므로 국세청 관계자가 말한 '종교계'를 '개신교'로 읽었다. 솔직히 세금을 안 내고, 일부 목회자들이 헌금을 횡령한 따위로 논란이 되는 것은 알았지만 교회가 탈세에 이용되고 있다는 말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모든 교회와 목사가 탈세를 방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 발언이므로 교회가 탈세를 방조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 교회가 5만 개 정도가 된다. 5만 개 중 단 하나의 교회라도 탈세 블랙홀이라면 이는 우리나라 법을 어긴 것뿐만 아니라 성경을 어긴 것이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목사와 교회에 대한 종교세 부과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목회자 세금, 목회자 복지를 위해서도 좋아

목회자가 세금을 내야 한다고 그 동안 강하게 주장했던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대표)는 지난 3월 24일자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교기관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성직자가 세금 안 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 사실 개신교 목사의 70~80%는 소득이 적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나머지 20~30%가 세금을 내야 할 대상인데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신정국가가 아니다. 모든 소득에 세금이 붙는다. 물론 지금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목사가 적지 않다."
-손봉호 교수 "정치인들, 개신교 편 들지 말라"

사실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 때문에 많은 목사들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 하지만 목사 세계만큼 양극화가 없다. 1년에 1억, 10억을 받는 목사도 있지만, 한 달에 1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목사들이 많다. 통계상 120만 원 이하를 받는 목사들을 8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이들 목사들은 택시기사, 학원강사 그리고 막노동도 한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들이 될 목사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 이유는 소득신고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4대보험도 없다.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아마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지만 사실이다. 목회자들이 세금을 신고하면 복지 사각 지대에 살고 있는 목회자들 노후를 보장받고,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모두 부자라는 오해를 풀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

김홍도 목사는 7월 24일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설교문 마지막을 "예수님은 생명을 주시는 분이요 마귀는 도둑질하는 자라고 했습니다"로 끝냈다. 내가 얻은 소득에 대해 내지 않는 것도 도둑질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은 진리다. 그러니 이참에 목사도 세금내자. 타종교 눈치보지 말고.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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