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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미디어렙 법' 논의 착수...8월 처리 가능할까

여 "3년 끌었는데 하루만에 될까"...야 "여야 간 의견 차 좁혀 8월에 처리할 것"

등록|2011.08.26 20:11 수정|2011.08.26 20:11

▲ 언론노조 총파업 사흘째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자유 문화제'에서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조중동방송이 직접 광고영업 금지를 포함하는 미디어렙 제정을 촉구하며 '광고는 미디어렙으로', '조중동방송은 반칙왕'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가 미디어렙 법안 관련 논의를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 교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문방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을 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에 앞선 19일, 민주당은 '당 대표실 도청 사건'과 연루된 한선교 문방위 간사(법안심사소위원장 겸직)의 교체를 요구하며 '상임위 불참'을 선언했었다. 이후 논의의 진전 없이 문방위 파행 상황이 지속되다가 하루 전인 25일 여야가 법안심사소위원장을 교체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문방위는 오는 29일 오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미디어렙 법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민주당 "8월 임시국회 처리 위해 여야 간 의견 간극 좁힐 것"


미디어렙 법안은 올 해 말 출범하는 종합편성채널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방송사 대신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미디어렙 법안을 통해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다.

만일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을 하게 될 경우, 종교방송과 지역방송 등 중소방송사들은 광고시장에 밀려날 수밖에 없어 거대 방송사만이 방송시장에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광고를 얻기 위한 선정성 경쟁이 발생하고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만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방위가 정상화됨에 따라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처리'라는 목표에 매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소속 김재윤 문방위 간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 임시 국회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 간의 의견 간극을 좁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종편이 미디어렙에 들어오게 한다'는 대원칙은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안을 제시해 간극을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올해 말 종편이 출범하기 때문이다. 9월부터 정기국회가 열리긴 하지만 예산안 논의·국정감사에 밀리면 미디어렙 법 처리는 사실상 12월에나 가능한 상황. 종편 출범 전, 미디어렙법을 제정하려면 8월 임시국회 때 법안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하루 전, '미디어법 처리 지연 규탄 대회'에서 천정배 최고위원도 "이번 8월 국회를 넘기면 12월이나 돼야 겨우 입법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지 않나, 미디어렙 법이 당장 처리되지 않으면 이 나라 방송은 힘센 광고주·재벌에 의해 장악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앞길은 녹록하지 않다. 미디어렙 법 본회의 상정에 많은 단계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후 문방위 전체회의를 거쳐야 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된 후에야 본회의에 법안을 올릴 수 있다.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려면 이 과정을 오는 29일에 시작해 본회의가 열리는 31일까지 마쳐야한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법 8월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새로 선출된 허원제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하루 만에 미디어렙법 처리가 된다면 그동안 3년을 끌어 왔겠냐"고 말했다. 미디어렙 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3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대체법안을 만들지 못한 상황을 빗대 8월 국회 처리가 불가능함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22일, 전재희 문방위원장 역시 "미디어렙 법안이 백가쟁명식으로 정리되지 않았는데 전체회의에 상정하면 논의만 있을 뿐 결과가 없을 것 같다, 9월 이후 법안소위를 가동해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 "미디어렙 법 입법 공감...난 한선교와 생각 많이 달라"

▲ 25일, '당 대표실 불법도청사건 규탄 및 미디어렙 법 처리 지연 규탄대회'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렸다. ⓒ 이주연


다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미디어렙법 입법에 공감을 표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점에서 8월 처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23일부터 25일, 국회의원 80여 명을 집중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디어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위해 미디어렙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인천 서강화을)은 OBS 지부 조합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역방송·신문을 배려해야 한다, 미디어렙법 입법을 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언론이 자본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 나는 한선교 의원과 생각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춘천 MBC 지부 조합원을 만난 허천 한나라당 의원(강원 춘천)도 "지역방송과 신문을 위해서는 (미디어렙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경남 진주을)은 언론노조 진주 MBC 지부 조합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디어렙법과 관련해 언론노조의 주장이 한나라당의 의견보다 더 논리적이고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광림·장윤석·이한성·정해걸 한나라당 의원 등 경북 북부지역 의원들 역시 안동 MBC 지부 조합원을 만나 "미디어 다양성과 지역방송의 생존을 위해 미디어렙법 제정에 동의"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언론노조는 전했다. 

언론노조는 "일부 의원들은 지역 언론에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는 동의하면서도, (한나라당 당론이 정해지지 않아) 혼자 움직이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며 "미디어렙법이 조속히 입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당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나라당은 더 이상 조·중·동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미디어렙법 입법의 의지를 담은 당론을 채택해 다음 주 부터라도 적극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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