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다시 보궐선거 쟁점화? 홍준표도 시험대에
한나라당 "주민투표 참여층 지지할 후보 낼 것"
▲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조찬 간담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을 들이키고 있다. ⓒ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와 사퇴로 열리는 10·26 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다시 쟁점으로 만들 태세다. 이와 동시에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를 "퍼주기식 무상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서민복지와 중산층 복지를 더욱 강화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라고 정의하고 "주민투표과정에서 결집된 건전하고 합리적인 시민들이 적극 지지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무상 포퓰리즘'이라는 약간 넓은 범주가 제시됐지만, 그간의 한나라당 기준으로 이 말은 무상급식을 포함하는 것.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한 이들의 지지를 받을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대목도 10·26 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다시 한 번 내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에 대한 당론을 정한 바 없으며, 당 내에는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도 분명히 존재한다. 유승민 최고위원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고, 원희룡 최고위원의 경우엔 지난해 6·2지방선거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무상급식 실시를 공약했다.
서울시장 선거 공약은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런 식으로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나서는 건 무상급식에 호의적인 후보가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에 가깝다.
외연 확대보단 지지층 결집 전략... 홍준표도 시험대에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된 가운데 25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란히 자리한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이 각각 다른 곳에 눈길을 두고 있다. 주민투표에 대해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서울시민의 결정을 있는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게다가 무상급식을 다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쟁점으로 삼는 건 홍 대표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지지층의 외연확대보다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한 현 지지층의 결집에 의존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선거를 치를 경우, 승리한다면 '홍준표 체제'에 날개가 달리겠지만 선거 전망은 만만치 않다. 현 지지층 결집과는 반대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불참한 시민들이 결집해 '한나라당 심판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한 한나라당 소속 서울지역 국회의원은 "그렇게 되면 망하는 것 아니냐"며 "시민들의 생각에는 무상급식 말고도 중요한 문제들이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은데 끝까지 무상급식을 붙들고 불리한 상황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평했다.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특히 상당한 득표율 차이로 패할 경우 당 내에선 '홍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도 생긴다. 또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사실상 승리했다'고 했던 홍 대표의 평가와 이에 따른 전략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상황 판단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면하기 어렵다.
'사실상 승리' 발언으로 이미지 실추되면 당 대표 역할도 축소
이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에 대해 당 내에선 "당원들을 격려하려는 발언으로 봐야지,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다른 서울지역 국회의원)는 분위기지만, 당 바깥 여론은 까칠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로 쓰고 '2.57번만 찍어도 사실상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로 읽는다"는 식으로 누리꾼들의 패러디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 대표는 민심의 흐름을 잘 읽어내 이에 맞는 민감한 대책을 주장해 왔고 "나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며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해온 것으로 대중의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승리' 발언으로 인해 당 대표의 이미지가 실추된다면, '보온병 포탄'으로 체면을 구긴 안상수 전 대표처럼 선거국면에서 당 대표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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