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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격으로 임신한 아내와 두 아이 잃었다"

폭격 표적으로 전락한 수단 남코르도판 민간인들

등록|2011.08.30 19:55 수정|2011.08.30 19:55

▲ 무차별 폭격으로 인해 심각한 화상을 입은 여성. ⓒ 휴먼라이트워치


수단 남(南)코르도판 주의 누바산맥 근처에 살던 마하신은 집 근처의 들판에서 농작물을 심고 있었다. 마하신은 열 명의 아이를 둔 엄마로, 한 아이를 더 임신한 상태였다. 그때 머리 위에서 항공기가 빙빙 도는 소리가 들렸다. 마하신은 주변에 있던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폭격이다. 얘들아, 바닥에 엎드려라."

마하신의 남편은 그때 집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고, 그 때문에 아내 마하신이 목 윗부분이 사라진 시신으로 변했고 두 아이와 조카가 죽었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트워치는 30일(현지 시각), 6월 초부터 남코르도판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 실상을 공개했다. 두 단체는 8월 14일부터 21일까지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마하신 가족이 겪은 비극은 그 조사 내용의 일부다. 끔찍한 일을 겪은 건 마하신 가족만이 아니다. 한 여성은 항공기가 시장을 폭격할 때 어린 두 딸을 잃었다고 말했다. "난 폭격 소리를 들었다. 그 후 한 이웃이 (내 딸) 마리암의 주검을 집으로 가져다주었다. 딸아이의 머리 일부는 사라지고 없었다." 마리암을 죽게 만든 그 폭격 때 5명의 아이를 비롯해 모두 13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딸아이 주검에 머리 일부분은 없었다"

이렇게 민간인을 폭격한 것은 북수단군이다. 1956년 독립한 수단은 오랜 내전 끝에 지난 7월 9일 북수단과 남수단으로 나뉘었다(관련 기사 : <250만 목숨 앗아간 참극, 설마 또?>). 남코르도판 주는 북수단과 남수단의 접경 지역이다. 누바산맥 주변 지역 사람들 중엔 내전 때 지금의 남수단 주축 세력과 함께한 이들이 많다. 남수단 독립을 앞두고, 남코르도판 주에서 북수단에 예속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운동이 펼쳐지자 북수단은 군대를 동원해 이를 억눌렀다.

북수단군은 6월 이후 남코르도판 주에서 폭격을 비롯한 군사작전을 펼쳤다. 북수단군은 '반군'을 겨냥한 폭격이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민간인 다수가 폭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정부군 폭격에 날아간 '15세 소년의 얼굴 반쪽'> 참조).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트워치는 이번에 집중적인 현지 조사를 통해 민간인이 계속해서 폭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 수단 남코르도판 주 사람들이 무차별 폭격에 희생되고 있다. ⓒ 휴먼라이트워치


두 단체는 "북수단 정부가 무차별 폭격 작전을 실시한 탓에 남성, 여성, 그리고 아이까지 죽거나 불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카우다, 델라미, 쿠르치 마을이 6월부터 13번 폭격을 당했으며, 이 때문에 적어도 26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45명 이상이 다쳤다는 것이다. 또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거의 매일 농경지와 마을이 폭격을 당했고, 8월 19일에는 조사 중이던 지역에 세 발의 폭탄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피해자 및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폭격을 당한 곳 주변에는 군사적인 목표물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무차별 폭격이 이뤄진 점 등으로 볼 때 국제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난민 15만 명 이상... 폭격 피하고자 동굴 등에서 생활

이러한 무차별 폭격 때문에 이곳 사람들의 삶은 엉망이 되고 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트워치는 6월 초 이후 15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나 몸을 피했다고 밝혔다. 그중 수만 명은 북수단 정부에 맞서는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있는데, 북수단 당국은 이들 지역에 인도주의적 지원 및 꼭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가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폭격이 계속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굴속이나 산꼭대기, 나무 아래, 덤불숲처럼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은 음식, 의약품, 위생시설이 부족한 것은 물론 폭우 때 몸을 피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처지다. 이러한 난민 중 많은 이가 산딸기 등으로 허기를 겨우 면하고 있는 상황이며, 아이들은 설사와 말라리아에 시달리고 있다.

두 단체는 남코르도판 주에 대한 무차별 폭격을 즉각 멈추고 인권 감시단과 긴급 구호 단체의 접근을 허용하라고 북수단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6월부터 이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국제 사회에 촉구했다.

▲ 폭격을 피하기 위해 집을 떠나 산 정상부에 있는 굴속에서 생활하는 가족. ⓒ 휴먼라이트워치



▲ 폭격으로 땅이 패여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 휴먼라이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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